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맏형으로서의 역할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09.01

어느 유명그룹사의 홀딩스에서 일하는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흔히들 홀딩스하면 지주사로서 엄청난 힘을 행사할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밖에서 보는 모습은 그룹의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 중장기적 전략을 수립하고, 각 계열사들의 사정을 살피고, 어느 한 쪽에 지나치게 힘의 균형이 쏠리지 않도록 업무의 조정자나 컨트롤타워 같은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우리 그룹에서 제일 잘나가는 000알지? 그 쪽 담당자들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 뭐든지 자기들 맘대로만 하려고 하고, 자신들의 주장이나 행동이 다른 계열사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전혀 생각지도 않고……. 그룹에서는 맏형으로서 솔선수범을 보여주었으면 하고 기대를 하는데 막상 하는 행동을 보면, 완전 자기들 밖에 모른다니까∏∏.”

 

평소 같았으면 다 그렇지 뭐!”하며 가볍게 흘려 들었을 이야기가 그날 따라 내 귀속에 깊숙하게 들어온 이유가 있다. 그날 오전에 있었던 일 때문이다. 그날 오전 청년실업해소를 위한 간담회를 한다고 서울의 모 구청에 초대를 받아 간 일이 있는데, 결정하기로 한 사항을 전부 보류하고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담당자가 말하는 것이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니 지금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강남구가 서울시와 이야기하는 중이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하네요. 요즘은 강남구의 요구에 서울시가 끌려가는 일이 많다 보니 우리도 나중에 강남구와 동일한 조건으로 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예산운용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인 것 같아요^^”라고 담당자가 살짝 귀 띰을 해 준다.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 나에게 아니 사장님은 회사가 강남구에 있으면서도 요새 서울시하고 강남구 전쟁중인 거 모른다는 말씀이세요?”라고 반문을 한다. 어찌 보면, 서울시는 숲 전체를 보는 홀딩스의 개념이고 강남구는 나무를 보는 계열사의 개념인데 서로 간에 전쟁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싶어, 신문기사 검색을 해 보았더니 최근 가장 HOT한 기사 두 개가 검색이 되었다.

 

첫 번째가 강남의 구룡마을개발과 관련된 분쟁이다. 내용은 이렇다. 서울 강남에서 가장 부촌이라는 타워펠리스의 맞은 편에 구룡마을이라는 판자촌이 있다. 행정구역상 서울특별시 강남구 개포동에 들어가는 곳으로,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강남개발이 절정을 이루던 80년대 초반에 도시미관을 정비한다는 명분으로 무허가 건축물에 대한 철거가 이루어 진다. 그러자 갈 곳 없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서 무허가 판자촌을 만든 것이다.

 

현재 1,242가구에 약 2,53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무허가 판자촌이다 보니 법적으로는 전출입 허가 자체가 불법인 곳이다. 하지만 법원은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일부 해소시켜 준다는 명목으로 장기거주 주민들에 한하여 1995년부터 일부 전출입 허가를 내주고 그들의 거주권을 인정해 주게 된다.

 

2000년대 들어 이 지역에 대한 개발의 필요성이 꾸준히 대두되어 오다가, 2010년 드디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처음으로 구룡마을 개발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하지만 개발방식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강남구, 토지주와 거주민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서로 부딪치면서 5년이라는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서울시와 강남구의 가장 큰 입장차이는 개발방식에 있었다. 개발에 소요되는 총 예산은 약 8,000억 정도, 초기 투자비를 최대한 줄여보려는 서울시와 구의 예산은 전혀 쓰지 않으면서 개발이익은 최대한 확보해 보려는 강남구가 충돌한 것이다. 기존의 다른 지역 개발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난색을 표했던 서울시는 작년 11월 이곳에서 화재사건이 나고 사람이 죽으면서 여론에 악화되자 할 수 없이 백기를 들고 만다.

 

그리고 두 번째가 최근의 삼성동 한전부지 개발사업이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한전부지의 활용방안과 관련된 문제이다. 현대자동차는 토지사용과 관련하여 서울시에 공공기여금의 명목으로 약 2조원 가량을 기부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 돈의 사용 용도와 관련하여 서울시는 바로 옆에 위치한 종합운동장의 리모델링과 형편이 어려운 다른 구에 우선 투자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반면에, 강남구는 강남에 위치한 땅을 팔아 생긴 돈이니 강남구를 위해 우선적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골고루 나눠 먹어야 한다는 구시대적 발상을 취소하라!”

강남에서 생긴 돈을 왜 다른 구에까지 나눠줘야 하나?”

강남 삼성동과 대치동 여기저기에 나붙어 있는 현수막 내용이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그 내막을 알게 되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보니 강남구의 돈은 강남구를 위해 쓰여져야 한다!”라는 새로운 현수막이 떠 하나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아래의 도표는 얼마 전에 서울시가 발행한 2015년도 재산세 부과 현황이다(출처-서울시).  7월 발행한 자치구별 재산세 부과현황을 보면, 강남구가 2,025억원으로 가장 많고 서초구 1,289억원, 송파구 1,121억원의 순이다. 가장 적은 구는 강북구로 175억원이며, 도봉구 207억원, 중랑구 227억원의 재산세 부과통지서가 발행이 되었다.

 

가지고 있는 재산을 기준으로 본다면 1위 강남구는 최하위 강북구보다 7배나 더 잘 사는 부자 동네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강남구의 재산으로 우리나라 5대 광역시 중에 하나인 광주광역시(1,059억원) 두 개 정도는 살수 있는 여유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행자부가 발표한 2015년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 순위에서도 강남구는 서울 25(강남 60% 1, 노원 15.9% 25) 중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잘 나가는 자치구라서 그런지 몰라도 최근의 행보를 보면 강남구의 입김이 여기저기서 작용하고 있는 듯해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강남구가 서울시에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결정하자라고 다른 자치구들이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마치 그룹 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주력회사의 입김에 다른 계열사들도 눈치를 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형국인 셈이다.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주변사람들로부터 변함없는 존경을 받는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씀이 하나 있다. “지금의 나의 위치는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주변에 있는 분들의 도움으로 이루어 진 것이다.”라는 문구이다. “잘 나간다고 뽐내지 말고 못 나간다고 기죽지 말라!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고, 언젠가는 다시 올라갈 때가 반드시 올 것이다라고 현인들은 말씀하셨다. 기업이든 관청이든 사람 사는 기본 이치는 똑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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