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저마다의 사연이 있으니 너무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07.15

지난 주 한국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와 관련된 『이소연 박사가 미국인? 』과 관련된 칼럼이 나가고 몇 통의 답장을 받게 되었는데, 그 중에 사뭇 대조적인 내용의 반응이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양쪽 다 사전에 본인들의 동의를 구하고 내용을 소개하는 바입니다. 또한, 지면 소개를 흔쾌히 허락해 주신 두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신사장님, 보내주신 칼럼 잘 읽고 있습니다. 오늘 칼럼은 10년 전에 있었던 개인적인 아픔을 떠올리게 해서 몇 자 적어봅니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제법 이름이 알려진 우리회사에 처음으로 위탁 MBA교육제도가 생겼습니다. SKY출신이 아닌 저는 MBA를 통하여 저의 핸디캡을 극복하려 하였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사내에서 치열한 경합이 벌어졌고, 최종 2명이 선발이 되었는데 그 중에 저도 포함이 되는 행운을 얻었지요. 정말 그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연구소장이 저를 부르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선배들에게 양보했으면 좋겠다. 너는 내년에 지원토록 해라! 내가 책임지고 보내주겠다.”라고 말을 하더군요. 그 분의 말씀을 믿고 저는 양보를 했고, 내년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MBA에 다니던 선배가 1년이 지나갈 즈음에 외국계 경쟁사로 이직을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같은 코스에서 공부하던 그 회사 직원으로부터 권유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 해 위탁교육제도는 폐지되었고, 기다리던 저의 꿈도 산산이 깨져버렸습니다.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제도가 없어져서 화가 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누구도 저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것이 화가 났습니다. 그 선배도 그렇고, 연구소장도 그렇고, 인사팀장도 그렇고…… . 개인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이소연 박사를 탓할 수는 없다고 하셨죠? 하지만 그 사람 때문에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들이 느끼는 정신적 피해는 어찌해야 할까요?

                                                                                                                                                배00 부장 드림

                  VS


신사장님, 이렇게 글로나마 소식을 주고 받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보내 주신 글 재미있게 잘 읽어 보았습니다. 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 보냅니다.

사람의 마음은 알 수가 없잖아요. ‘먹튀 이소연’이라고 이야기하기 전에 이소연 박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삼성에서 박사과정 보내주고, 일본어 12주 합숙교육까지 보내줬는데, 복귀 1주일 만에 LG로 회사를 옮겼지요. LG에서 박사과정 비용을 전부 부담했고요. 중요한 것은 왜 삼성에서 나오게 되었느냐는 점입니다.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다 옳은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남아 있는 사람들은 그 이유를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2, 제3의 퇴직자를 양산하게 되지요.

상대방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어찌 보면, 제일 심한 영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에 지명된 총리가 사퇴하는 사태를 보더라도 사람들은 언론에 나온 어느 한 면만 보고 무조건 욕합니다. 상대방의 답변은 들어볼 생각조차 안 합니다. 정말 마녀사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갈수록 중용의 도를 깨닫는 것이 힘든 시대가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홍00 상무 드림

 


여러분은 어느 쪽 의견에 더 공감이 가는지요?

처음 이 글을 쓰게 된 배경은 이소연 박사의 미국행 기사를 접하고 “국민적인 영웅이 오죽하면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하는 연민과 안타까운 심정이 강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미국행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성실한 가정생활을 위해서’라고 답했지만, 그 이유가 사실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퇴사하는 직원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이 이렇게 답한다.
“몸이 아파서……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서…… 고향으로 내려가서 살려고…… 더 공부하기 위해서……등등” 그러나, 이유는 다양하지만 여기서 열거한 이유는 모두 가짜일 확률이 높다. 조직을 떠나는 수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 하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조직을 떠나는 사람은 상사에게 절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소연 박사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우주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한 일이라고는 전국의 초등학교를 순회하며 강의한 것뿐이다. 그것도 몇 년 하고 나니 수강생이 바닥이 나서 할 일 없이 연구원을 배회하고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리라는 예상은 우주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일이 아닐까? 우주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30년이 뒤처진 우리의 현실을 비춰볼 때, 그녀가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다고 한 들 우주인 육성사업에 바로 뛰어들 수도 없는 노릇일 것이며, 엔지니어가 아닌 그녀가 기술적인 진보에 기여할 영역도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수한 기업은 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맡길 때에 2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첫 번째는 공적인 사명감(使命感)이다. 훌륭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 조직은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공적인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인재를 더 선호한다. 개인적인 욕심이 앞서는 사람은 배가 고플 때 내가 배고픈 것을 먼저 생각하지만, 공적인 사명감이 앞서는 사람은 동료의 굶주린 배를 먼저 생각한다.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있어서도 동료의 성장과 동료의 기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두 번째는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의 최종 이미지(GOAL)를 1%의 오차도 없이 맞추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High Context에 들어가는 국가이다. “말하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 알지?” 하는 애매 모호한 약속이 프로젝트를 망치게 된다. 일이 다 끝난 후에 “내가 생각했던 건 이게 아니야!”라는 말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최종 Output에 대한 이미지를 수시로 맞추어 보아야 한다.

오래 전에 이소연 박사가 저술한 『열한 번째 도끼질』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어렵게 공부하고 성공을 위해 억척스럽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차라리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주여행이 끝난 후의 커리어플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으로 돌아 온 후에 그녀의 역할이 결국은 평생 강의, 강연이 주가 될 것이라는 이미지는 모두가 예측했던 바이다. 향후 커리어에 대해서 정부가 거짓말을 한 것인지, 이 박사가 자기 맘대로 핑크색 꿈을 꾼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최종 골이 서로 달랐던 것만큼은 확실하다.

이렇게 인재선발의 기준이나 방침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이소연 박사와 MBA제도의 사례를 든 것인데, 앞서 소개한 분들처럼 화제가 ‘먹튀 이소연’이 되어 버렸다. 어찌 되었건, 기회가 주어진다면 미국행에 대한 그녀의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본심을 들어 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며 이박사와 관련된 칼럼을 정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