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광주공장 노조에 바라는 간곡한 부탁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07.30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저 위치나 지위에서는 저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데, 라고 생각하는 암묵적 룰이라는 것이 몇 개가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노동조합을 운영하는 간부들의 도덕성이다. 이들에게 도덕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조합원이 내는 회비를 바탕으로 일반 직원들을 대표하는 자리이니만큼 혹시나 이들의 도덕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 사측에 대한 직원들의 목소리에 힘이 빠지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사회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잊을 만 하면 나타나는 노동조합 비리간부 때문에 회사의 전체적인 이미지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 지역주민들로부터도 지탄을 받고 있는 사업장이 있다. 바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이다. 최근 노조간부를 사칭한 취업브로커의 취업장사가 언론에 노출이 되면서 새삼 사람들의 주목과 함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곳이지만 사실 이 회사 노조간부가 연루된 취업장사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3년 가을이었다. 추석 때문에 시골집에 내려간 나는 그 날 저녁 친구들로부터 참으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같은 동네에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었는데 5천만원을 주면 입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광주공장 생산직 사원의 10%는 노조의 몫으로 배정이 되어있기 때문에 노조에 기부금을 내면 채용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돈은 간부들 이 직급에 따라 서로 나누어 가져간다는 말과 함께 아무리 자격 미달자라도 1억이면 충분히 입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아자동차가 동네에서 장난감 파는 구멍가게도 아니고 돈만 주면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니?”

우리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학교 졸업하고 놀고 있던 후배들이 얼마 전에 돈을 주고 취업을 하더라니까, 여기 사람들은 쉬쉬하면서도 다 알고 있는 비밀이야!”

라고 말하면서 누가 들을 세라 목소리 톤을 낮추어 가며 노조간부가 연루된 취업비리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 주었다.

 

그래도 설마 했는데, 반신반의 했던 노조간부의 취업장사가 사실로 드러났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간부 12명이 2003, 2004 2년에 걸쳐 1인당 1.3억의 사례비를 받고 직원채용에 관여한 것이다. 2004년 한해 입사한 생산직 사원의 숫자가 1,226명인데 그 중에서 120명이 이런 방식으로 채용이 되었다고 한다. 한 해 평균 10%정도가 이런 방식으로 채용이 된 것이다.

 

당시 노조의 이런 채용장사는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나의 고향에서 이런 불미스런 일이 일어났다는 점도 창피했지만,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노동운동의 중심축이었던 도덕성이 크게 훼손되었다는 사실이 큰 수치심으로 느껴졌다. 지나친 비약일지는 모르지만 노동자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분신한 전태일의 숭고한 사상이 돈 앞에 무릎을 꿇는 꼴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찰발표가 있은 후,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은 관련자들을 전원 파면조치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측의 채용시스템 개편에 100%협조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 번 떨어진 노조집행부에 대한 신뢰는 다시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 후로도 혹시나 노조간부가 관여된 건 아닐까 하고 의심하는 취업사기는 간헐적으로 발생하였다. 2014 11월에는 16명을 상대로 10억 상당의 취업사기가 다시 발생했다. 사람들은 또 노조간부가 관여된 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사람들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의 모럴헤저드를 개탄과 함께 걱정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유는 이곳이 한국경제에 차지하는 경제적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삼성그룹과 더불어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양대 축에 들어간다. 혹시나 광주공장의 모럴헤저드가 다른 공장으로까지 전이가 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생산거점을 통으로 해외 이전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현대기아의 품질은 해외생산차량의 경우 해가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2015년 6월17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제이디파워(J.D.Power)가 발표한 신차품질조사(IQS)에서 기아가 21개 브랜드 중에 1, 현대가 2위에 오르는 등 양사 모두 최상위권에 포진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러한 북미시장에서의 괄목할 만한 성과에 비하여 현대기아 국내공장의 생산성은 전세계 생산거점 중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자동차 공장의 대표적 생산 지표는 HPV(Hour per vehicle)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의 생산설비, 관리효율, 노동생산성 등 제조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준 지표이다. HPV 수치가 높을수록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는데, 현대기아 국내공장의 HPV 지수가 매우 높게 나온 것이다.

 

현대기아가 공개한 2014년 말 기준 '국내·외 공장 생산성 현황'에 따르면 국내공장의 HPV 27.8시간으로 ▲미국공장 14.8시간 ▲체코공장 15.7시간 ▲러시아공장 16.7시간 ▲중국공장 17.9시간 ▲인도공장 21.1시간 ▲브라질공장 22.2시간 ▲터키공장 26.2시간에 이어 제일 꼴찌를 기록했다.

 

조립라인을 기준으로 적정 표준인원 대비 실제 투입된 인원수 비율을 의미하는 편성효율은 현대기아 국내공장과 글로벌공장의 차이가 더 크다. 한국 공장의 편성효율은 57.8%인 반면 미국, 중국, 체코, 인도, 러시아, 브라질, 터키 공장의 편성효율은 각각 92%, 83.4%, 91%, 85.4%, 91.5%, 93%, 90.9%. 편성효율이 낮을수록 적정 표준인원 대비 더 많은 인원이 투입됐다는 의미로서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는 뜻인데 국내 공장이 가장 낮은 편성효율을 기록한 것이다.

 

최저 HPV와 최저편성효율이라는 현대기아 국내공장이 보유하고 있는 불명예 2관왕이 광주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조간부의 채용장사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노조간부가 연루된 비리사건이 잊을 만 하면 신문지상에 다시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서 그곳 사업장에는 기본적으로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 모럴헤저드가 만연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기아그룹은 높은 인건비 때문에 국내공장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며 국내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할 생각만 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의 부정적인 동향에 밀려 주저하고 있는 이 때에 혹시나 광주공장과 유사한 사건들이 타 공장에서도 발생해 준다면 해외이전의 확실한 명분을 제공하는 촉매제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은 제조업의 귀환이라는 제목으로 연일 자국으로 유턴하는 기업들에 관한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쏟아내고 있다. 특히 고용효과가 가장 높은 자동차 산업의 경우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범국가적인 이벤트로 추진하고 있는 현상이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국가와 기업 그리고 노동조합이 힘을 합쳐서 얻은 소중한 결과이다. 여기까지는 아니어도 자신들의 행동이 국가산업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를 생각하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