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누구나 말 못할 사연을 안고 살아갑니다.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2.08.07

사람의 일생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조급하게 행동하지 말라. 불편함을 일상이라 생각하면 부족함에 대한 불편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마음에 욕심이 생길 때는 곤궁할 때를 생각하라. 인내는 무사장구의 근본이니, 분노는 적으로 생각하라, 승리만 알고 패배를 모르면 몸에 해가 미친다. 자신을 탓할 것이며 남을 탓하지 말라.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 –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유훈 中에서

 

연일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의 한 가운데서, 얼마 전 오랜만에 대학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초청으로 명동에 있는 모 호텔에서 시원하게 여름을 나는 호사를 누리고 왔습니다. 한국으로의 사업확장을 시도하는 일본계 기업의 런칭행사로서,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기 위해 오셨고 이구동성으로 신임사장의 약력과 외모에 한 마디씩 하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가 있었습니다.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동종업계에 계시거나 그 회사와 관련성이 있는 곳에서 오신 연유로 서로가 안면이 있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런 대화가 오고 가는 것 같았습니다.

 

나이도 젊으신 분이 어떻게 이런 큰 회사의 사장으로 왔대요?

뭔가 뒷배경이 있는 게 분명해!”

우리나라 말로 하면 그야말로 엄친아네, 엄친아~~”

얼굴도 잘 생겼지, 학력, 경력도 빵빵하지^^*”

많은 분들이 새로 부임하는 사장에 대해 수군거리더군요, 대개가 일리가 있는 대화들인 것 같았습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요왜냐하면, 회사의 규모를 생각하면 굉장히 빠른 나이에 승진하였고, 외모와 스피치 또한 내가 보아도 부러울 정도로 빼어났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엄친아라고 부러워하는 그 친구의 집안사정을 잘 아는 저로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자리였습니다.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K(친구이름)는 원래 재일동포입니다. 할아버지가 일제시대 징용으로 끌려와 아버지를 낳고 돌아가셨고, 그의 아버지 또한 40대의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K 2 1녀의 막내입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날, 그의 형제들도 같이 K의 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때 K는 한창 사춘기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몸살을 앓던 시기였고 그 중요한 순간에 아버지와 형제를 떠나 보내는 슬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런 그의 가슴아픈 사연을 그의 고향 근처의 어느 허름한 선술집에서 들으며 참 많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의 고향은 후쿠시마県 소마市입니다. 작년 3월 일본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쓰나미의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입니다. 리히터기준 진도 9.3으로 소마市 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역이 그의 고향이고, 작년 3월 그의 유일한 혈육이었던 할머니와 어머니 또한 그의 곁을 떠났습니다. 실종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고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유해는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비극을 두 번씩이나 경험한 그이지만 항상 웃는 얼굴과 주변에 대한 사려가 깊은 탓에 이러한 비극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런 비극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겠지요,“왜 神은 한 사람한테 저렇게 많은 축복을 허락하는 것일까?”그날 K의 사장 취임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부러움의 눈빛으로 감탄사를 연발하며 내 뱉던 말입니다.

 

성남에 계신 어느 사장님 이야기 하나만 더 하겠습니다.

여의시스템이라는 회사를 운영하시는 분으로 고향은 대구이시며(팔공산 밑이라 하신 것 같은데 맞나?) 잘생긴 얼굴에 체격도 다부지셔서 아직도 주말이면 암벽등반을 즐겨 하시는 멋있는 분이 계십니다. 내년에는 전국 1만개 중소기업인의 모임인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의 협회장으로도 내정이 되어 있으시며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각종 봉사모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계시는 훌륭한 분이십니다. 얼마 전, 어느 조찬강연회에서 특별강사로 초청된 그분을 두고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이야기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저 분은 운도 참 좋은 것 같아요, 저렇게 계약이 빵빵 터지는 거 보면~”

맞아요, 얼마 전에는 회사건물도 크게 올렸다지요, 아마

내일모레면 코스닥상장도 하고 완전히 재벌이네요~ 재벌~~”

하여튼, 세상 참 불공평하다니까~~~”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모르고 계시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죽으면 백혈병 치료받는 우리 큰애는 누가 돌본단 말인가?”

생각해 보면 기가 막힌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만 가지 생각을 정리해 본다. 정말 대책이 없다. 나는 죽는다 하더라도 죄 없는 아내와 자식들은 어떡한단 말인가……”

최근 그분의 자서전으로 나온《도전》이라는 책에서 인용해 보았습니다. 큰 아이가 백혈병으로 힘든 상황에서 본인 또한 위암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나오면서 생각하신 거라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릅니다. 지금의 화려한 모습만 알지, 얼마나 오랜 시간 이런 크나큰 비극을 가슴에 안고 살아왔는지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남이 가지고 있으면 무척이나 부러워합니다. 부러움을 넘어 왜 나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지……오히려 하늘을 원망합니다. 하지만 그 부러움의 이면에 가려진 가슴 아픈 사연들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남들이 모르는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말 못할 가슴저린 슬픔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神은 공평하다고 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라는 어느 노래 가사가 새삼 가슴에 다가오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