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2.07.16

경수형, 사람이 그래도 되는 거예요? 지가 잘나가면 얼마나 잘 나간다고 개XX

1년 만에 나를 찾아 온 재훈(가명)은 소주 첫 잔을 들이키자 말자 그의 친구인 동훈(가명)을 향해 욕부터 하기 시작합니다. 재훈과 동훈은 제가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알게 된 기숙사 후배들입니다. 비록 다니는 학교는 달랐지만 우리는 유학생 전용기숙사에서 같이 기거하며 참 친하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유학시절 내내 단짝 친구였던 그들은 내 기억에 의하면 재훈이 노무라 증권이라는 순수일본기업에 들어가고 동훈이 대학원을 미국으로 가면서 서로 헤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참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강산도 바뀌었고요, 그 사이 재훈은 한국에 정착하여 모 증권사의 유명한 펀드매니저로서 이름을 날리는 유명인사가 되었고, 동훈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의 유명 반도체기업에서 근무하다 3년 전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최고의 연봉을 받는 최연소 임원이라는 화려한 타이틀로 신문에 이름까지 나면서 금의환향하였던 것입니다. 그 후로 그들은 가끔 만나 서로의 의리를 확인하며 과거의 회상에 잠기곤 하였다고 합니다. 가끔은 선배인 나를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면서……

 

문제는 증권사에 다니는 재훈이 잘 나가는 친구 동훈에게 부탁을 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직원들의 퇴직연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동훈이 힘을 좀 써달라고 부탁을 한 모양인데, 그 부탁이 있고 난 후 동훈이 재훈을 멀리한다며 재훈은 오늘도 나를 찾아와 배신한 친구(?)를 안주 삼아 소주를 들이킵니다. 경수형, 저하고 나하고 어떤 사이인데 내가 그런 부탁했다고 나를 이렇게 무시해요. 어디 언제까지 그렇게 잘 나가는지 두고 보겠어요.”어지간히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모양입니다.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벌컥벌컥하다 하는 걸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공개해도 무사하지 않을까 해서 한 가지 더 적어봅니다.

한동안 연락이 뜸하던 사촌동생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오빠, 00예요.”“응 그래, 신랑이랑 애들은 잘 지내고 있지?”여동생이 없는 저에게는 끔찍이도 귀여웠던 사촌동생으로서 붙임성도 좋고 얼굴도 예뻐서 유명 자동차 메이커에 다니는 남자와 만나 일찌감치 결혼하여 아들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았습니다만, 노조활동을 하던 남편이 정리해고가 되어 생활이 많이 힘들다는 소식을 듣던 터라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오빠, 저 유아도서 전문 출판사에서 판매영업 시작했어요.

“응 그래 대충 사정은 들었는데, 신랑이 회사 그만 두었다며?

“예, 당분간 제가 일을 해야 될 것 같네요. 그래서 말인데요, 전래동화 하나만 사주세요. 우선 생각나는 게 오빠 밖에 없네요.

“으응……그래, 얼마나 하는데?

120만원이요.

“으응……알았어……보내…… 그런데, 언니한테는 비밀이다.

 

지금은 다행히도 남편이 복직이 되어 아주 넉넉하게 생활하고 있답니다. 너무나 다행이라 생각하며 이제서야 우리 마눌님께 용서를 구합니다(^^;). 왜냐하면 그 때 그 전집(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 한국전래동화전집) 선물로 받은 공짜라고 거짓말 했거든요 (∏∏).

 

한상복님이 쓰신《보이지 않는 차이》에 보면, 살아가는 과정은 곧 ‘업(, Karma)을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현재의 행위는 그 이전의 행위의 결과로 생기는 것이며, 그것은 또한 미래에 있을 그 무엇인가에 대한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쌓은 선행은 나에게 2배로 돌아오고, 누군가의 가슴에 남긴 상처는 훗날 내 자손들이 치러야 하는 업이라고 합니다. 또한 자존심은 인간의 마지막 보루이기에 그 어떤 일이 있어도 타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실 여기에 소개한 후배, 그리고 사촌동생의 일화는 남의 일이 아니랍니다. 제가 늘 겪고 있는 바로 저의 이야기 일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주변에 많은 부탁을 하고 다니기 때문입니다. 혹시 회사 내부의 HR담당자 소개시켜 줄 수 있는지? 담당자 소개시켜 달라는 부탁을 수시로 하고 다닙니다. 안건이 무겁지 않은 건지, 제가 평소 인간관계가 좋은 건지(?? ^^)는 알 수 없지만 이런 부탁을 하면 대개는 소개까지는 시켜줍니다. 하지만 거절도 많이 당합니다. 전화를 받지 않거나 통화가 어려워지면 정중한 거절의 표시로 봐야 합니다. 면전에서“NO!”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날은 저도 소주잔을 기울입니다. 저 또한 남들과 똑 같이 자존심이 있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있어서 인생은 공평하다고 믿고 싶습니다. 인생이란, 항상 오르막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내리막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지금 이 순간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가 도움을 바라는 손을 내밀었을 때 잡은 손은, 훗날 내가 어려움에 처할 때 내민 나의 손을 잡아주는 바로 그 손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데 내가 외면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주변을 살펴보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