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맹인영역(Blind Area)에 갇힌 사람들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2.06.25

제목 – 맹인영역(Blind Area)에 갇힌 사람들

에피소드1

저희 회사 맞은 편에는 막걸리를 중심으로 각종 파전을 파는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자체 조달하고 있는 전통 막걸리도 맛있고 음식도 조미료 냄새가 거의 없어 이 동네에서는 꽤나 인기가 있는 식당 중에 하나입니다. 물론 식당주인 아주머니의 미모와 친절이 더해져서 점심시간 때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이곳 식당에서 오늘 점심때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저는 김치찌개를 저희 직원들은 콩국수를 주문하였습니다.

직원 A: 오늘 콩국수는 어제의 맛이 아닌데…… 왠지 양을 줄인 것 같기도 하고,

직원 B: 그러게요……물을 탄 것 같기도 한데요, 원가를 줄이려고 뭘 좀 섞은 건 아닐까요?

신경수: 그럴 리가 있나(⊙⊙)

여기 사장님은 그럴 분이 아닌데, 혹시 너희들 입맛이 바뀐 것 아니야?

직원 A: 에이, 사장님은~ 어제 먹은 콩국수인데 모를 까 봐서요?

직원 B: 맞아요. 사장님, 어제는 굉장히 맛있었어요. 그래서 오늘도 그 맛에 온 건데~~~

아마도 원가가 안 맞아 재료를 바꾼 건 아닐까요?

 

대충 식사를 마치고 직원들은 먼저 밖으로 나가고, 저는 계산을 끝낸 후 식당 사장님에게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를 그대로 전달해 주었습니다. 그 식당을 좋아하는 사람의 하나로서 피드백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물론 아무한테나 피드백을 해 주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싫은 소리 좋아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저의 피드백을 받으신 식당 여사장님의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럴 리가 없다며, 그런 어려운 조언을 해 주어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며 지금 당장 본인이 맛을 보고 확인해 보겠다고 하더군요. 그렇잖아도 조금 전 맛이 조금 변했다며 또 다른 단골 손님이 조언을 해 주고 가셨다는 말을 덧붙이며, 지적해 주어 고맙다는 말씀을 또 하십니다. 나이가 40대 후반의 여자분이신데, 워낙 친절하시고 음식에 대한 자기철학이 강하셔서 주변에 저와 같은 단골을 많이 가지고 계십니다. 아마도 저와 같이 그 식당과 사장님을 좋아하는 누군가가 걱정이 되어 애정 어린 조언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순간, 부러움이 느껴졌습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렇게 애정 어린 조언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게 끔 한다는 것은 훌륭한 인격과 품성을 지니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에피소드2

얼마 전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는 회사의 사장님과 점심을 겸하여 면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슈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직원 이직율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신사장: 요즘은 기분이 많이 좋으시겠어요.

벌써 올해 오더는 다 받으셨다는 소문이 있던데, 얼마나 좋으세요 (^^*)

A 사장: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있어요. 이상하게 이직율이 안 떨어지네요.

신사장: 혹시 퇴사하는 친구들과 면담해 본 적이 있나요?

A 사장: 관리이사를 통해 점검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더 하기로 했다. 고향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부모님 간병이 급하다.

등과 같이 다들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는 거라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하네요.

 

퇴사율은 업종에 따른 차이는 있겠지만 10%전후가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너무 적어도 문제, 너무 많아도 문제라는 것은 인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사장님이 아니라 관리이사에게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장이 직접 내부 직원관리를 하지는 않으니까요. 직원들의 사기저하나 이탈율과 같은 조직관점의 문제는 결과데이타 이면의 숨어 있는 진실을 파악하여 CEO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의 경우 30%에 육박하는 퇴사율을, 퇴사하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이유라고 치부하기에는 상식 밖이라는 생각이 들어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자수성가하여 여기까지 오신 인생역전스토리와 선한 모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는 후배의 도움을 얻어 저는 3개월 전 퇴사한 나도움씨(가명)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A사장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어 이런 시간을 갖게 되었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협조를 구하였습니다. 참고로 기록상 나도움씨의 퇴사이유는 ‘대학원 진학’이었습니다.

 

신사장: 지금은 뭐하고 계세요? 대학원 준비하고 계시나요?

나도움: 대학원이요? 하하 그건 회사 나올 때 적당히 둘러댄 겁니다.

신사장: 그럼, 퇴사의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나도움: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X사는 진짜 문제가 많은 회사입니다.

아이템이 좋아 비전은 느껴지는데, 간부들이 너무 무능했어요.

또 중요한 자리는 사장님 친척으로 포진이 되어 그 분들 눈치 보느라 바쁘고……

신사장: 사장님은 일반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고 계시다고 자랑하시던데 (^^;)

나도움: 그거 다 형식입니다. 좋은 이야기만 드리는 거죠.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심리학 용어 중에 조하리 윈도우(Johari Window)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Joseph Luft Harry Ingham이라는 두 사람이 고안했다고 해서 두 사람의 이름을 따서 Johari Window라고 합니다. 조하리 윈도우에서는 남들은 다 아는데 본인만 모르는 2번째 창을 맹인영역(Blind Area)으로 규정하고 실패하는 사람들의 대인관계 자세로 가장 많이 거론합니다. 비판을 받는다는 것은 참 괴로운 일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내 생각이나 판단보다 더 신뢰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 능력 이상의 발전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저희 회사 맞은편 식당의 사장님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피드백을 해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 분의 피드백에 대한 수용성이 잘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A사의 경우 누구 하나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말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잘못된 정보 속에 있다 보니, 정확한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선 자유로운 피드백의 환경이 구축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피드백을 수용하는 자세가 갖추어져야 하겠지요. 앞에서는“나를 위한다면, 쓴 소리도 가감 없이 해 주세요.”라고 말하면서, 속으로는“저XX 정말 왕 싸가지네!”라고 한다면 나를 떠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