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당신의 조직에는 뜨거운 동료애가 흐르고 있나요?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2.11.08

친구 중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형 광고기획사에서 인사팀장으로 일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술도 별로 하지 않는 이 친구가 갑자기 늦은 오후 전화를 걸어와 오늘 저녁 시간 있냐며, 술 한잔 하자고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사실은 찾아 주는 이는 없어도 갈 데는 많은 몸인지라 선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만에 친구 얼굴도 볼 겸 뭔가 불길한 느낌도 있고 하여 기존 선약을 무시하고 7 충무로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경수야, 너도 알지? 요즘 광고회사들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알지~ 실적 안 좋으면 제일먼저 줄이는 게 광고홍보 비용이니까, 많이 힘들 거야!

“경수야, 사장이 아침에 나를 부르더니만 회사 재무상태가 좋지 않으니 구조조정해야 한다며 인력을 무조건 30% 자르라고 지시를 하더라, 나보고 살생부를 만들어서 내라는 거야, 회사 힘들다고 무조건 인력 30% 자르라고 하는데 그게 맞는 거야? 넌 어떻게 생각해?

 

그 분야에 있다고 다 전문가는 아닌데 이 친구는 내가 전문가인 줄 알고 상담하기 위해 오만에 연락을 해 온 겁니다. 솔직히 이럴 때가 제일 두렵습니다. 전문가도 아닌데 전문가인 것처럼 행세를 해야 하니 말입니다(@@;). 아무튼, 전문가도 아닌 전문가에게 하소연을 하는 이 친구 얼마나 괴로웠는지 좋아하지도 않는 소주를 연거푸 들이키며 저의 입만 쳐다 보고 있습니다. 말이 되든 안되든 뭔가 답변은 해 주어야 할 상황에 처해 버렸습니다.

 

“사실은 한달 전 너희와 같은 광고업에 종사하는 사람과 똑 같은 내용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 회사도 어려운 경제난에 결국은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단다. 한 가지 너희 회사와 다른 점은 직원을 무조건 자르기 보다는 전 직원의 급여삭감을 통하여 재무적 곤란함을 극복해 가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이지,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결정을 사장이 내린 것이 아니라‘사원협의회’에서 결정하여 사장에게 건의 하였다는 사실이다. 다행히도 지금은‘분위기의 힘’인지는 알 수 없어도 수익이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어 모두가 안도하고 있는 중이다”. 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비슷한 에피소드 하나 더 소개할까 합니다. 외국법인 하면 흔히들 ‘근무조건최고!’라는 암묵적인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환경 하에서 인사를 하시는 분들의 고충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회사실적이 고공행진 중인 이런 시점에 직원을 자르라고 하면 납득이 가겠어요?

“저희는 회사의 실적과는 상관없이 매년 돌아가면서 특정계층의 인력을 수시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드라이해서 싫어요. 사람 내보내는 것도 너무 일상적이고……”

“옆자리에 있던 사람이 회사를 그만둬도 별 동요도 없어요. 그냥 그러려니 하지요”

 

제가 알고 있는 외국계(주로 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인사담당자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입니다. 고용의 안정성이 보장되어 있는 국내기업에 비하면 이해가 가질 않는 부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외국계 법인에 근무하는 선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고용과 관련해서는 정말 냉정하게 대하는 것이 웨스턴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동료들간의 동지애는 찾아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아 토로합니다.

 

그렇다고 친구에게 들려주었던 ‘고통분담’방식이 정답이다라는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외국법인처럼 철저한 코스트관리적 접근이 훨씬 더 생산적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결과와 상관없이, 접근하는 방식이 왠지 우리네 정서와는 조금 동 떨어진 듯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종업원 본인 외에도 그가 부양하고 있는 가족들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과 그 종업원의 생계유지를 위한 능력개발에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 정서에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같은 조직에 있는 동료를 패밀리라고 부릅니다. 패밀리는 절대 어려움에 처한 패밀리를 모른 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패밀리 의식이 강한 조직이 저는 부럽습니다.

 

<Epilogue>

참고로 이런 화두를 가지고 열띤 토론을 벌였던 어느 유명 외국법인의 인사팀장이 이야기 도중에 자사의 ESI(Employee Satisfaction Index) 결과물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결속력, 동료애를 포함하여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모든 분야가 국내법인의 동 항목과 비교하여 대략 20%정도 떨어져 있음을 한 눈에 알 수가 있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실질적인 금전적 보상액은 국내법인에 비해 20%정도 높게 수령하고 있음에 비해 만족도는 다른 항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역시 자기연봉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아무도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유니크》라는 책에서 아냐픠르스크는 다음과 같이 풍자합니다. “매슬로의‘욕구피라미드’와 허츠버그의 ‘동기위생이론’은 잊어버려라. 두 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욕구를 화폐로 빠르게 만족시킬 수 있고 그 다음부터는 직장에서의 만족도와 인정과 같은 비물질적인 포상을 통해서만 동기가 유발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이론이 아직도 현실과 일치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하이디와 양치기 소년 페터가 아직도 스위스의 어느 산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믿을 사람이다. 오늘의 현실은 다르다. 사람들은 물질적인 포상과 비물질적인 포상을 모두 원한다. 그것도 두 가지를 동시에 받기를 원한다.

 

역시 모든 사람은 이중성을 갖고 있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뜨거운 동지애’도 충분조건에 불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조금은 씁쓸해 지기도 합니다만,‘사람은 가슴으로 움직인다’는 말을 신앙처럼 믿고 있기에 저는 오늘도 어떻게 하면‘뜨거운 동지애’가 우리 조직에 뿌리를 내리게 할 수 있을까를 가지고 깊은 고민에 빠져봅니다.

 

불길 속으로 떨어지는 동료에게 한 소방관이 손을 내밉니다. 밑에 있던 동료는 체념한 듯 절규합니다.

“나를 놔 줘(Let me go)

그때 동료의 손을 잡고 있던 소방관이 말합니다.

“네가 가면, 우리도 간다(You go, We go)

-         론 하워드 감독의 <분노의 역류>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