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누군가의 우산이 된다는 것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2.11.01

저는 딸만 둘입니다. 첫째 이름은 수정, 둘째는 신수연입니다. 우리 마눌님 말씀에 의하면 저는 동네에서 소문난 딸바보라고 합니다. 수정이는 지금 중학교 1학년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슈퍼주니어를 좋아하던 수정이는 지금 보이프렌드라는 아이돌 그룹에 푹 빠져있습니다. 갑자기 좋아하는 연예인을 바꾸게 된 배경에 대해 물어보자 수정이가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그 때는 친구들이 다들 하나씩은 좋아하는 그룹이 있기에 나도 아무나 하나 좋아한다고 한 거고, 지금은 다르지…… 정말로 좋아하는 거라고~”

참고로 보이프렌드라는 아이돌 그룹은 20살 전후의 앳된 얼굴의 남자아이들로 구성된 6인조 남성그룹입니다.

수정아~ 보이프렌드 중에서 누가 제일 좋아?”

민우, 우리 민우

그럼, 수정아~ 민우하고 아빠하고 강물에 빠졌고 한 사람만 네가 구할 수 있다고 한다면, 누구를 구할래?”

, 대박~~~ 어찌 우리 민우님하고 아빠를 비교를 해! 당연히 민우지! 그걸 말이라고 해!!”

 

이 대목에서 정말 글로만 표현하려니 영 느낌이 전달되지 않네요. 그 때 그 상황을 비디오로 찍어서 영상으로 보여줘야 무슨 어감인지 실감이 날 텐데 영 전달이 안됩니다(^^;). 이것이 바로 글이 가진 한계인 것 같습니다.

 

그런 수모에도 불구하고 보이프렌드 사인하나 받았으면 소원이 없겠다라는 말을 듣고 알고 있는 인맥을 총동원하여 보이프렌드가 소속되어 있다는 스타십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에 어떻게든 줄을 대기 위해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였습니다. 혹시 그 회사에 인맥이 통하시는 분 계시면 사례하겠습니다(^^;) 이런 아빠의 성의를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수정이는 오늘도 자기가 좋아하는 보이프렌드 노래 듣는 데에 방해 된다며 아빠를 밀쳐 냅니다.

 

아빠를 무시하는 수정이가 아빠를 찾을 때가 있습니다. 무서운 꿈을 꾸거나, 걱정이 많아 잠이 잘 오지 않을 때는 항상 아빠를 찾습니다. 그럴 때면 우리 마눌님이 한 마디 합니다. “그래도 당신은 행복한 줄 아세요~ 수정이가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는 항상 아빠를 찾는 것 못 느끼겠어요? 그만큼 아빠를 든든한 빽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예요

 

며칠 전 오후 점심시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 회사의 장부장 그리고 유00라는 저희 고객사의 사장님과 점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있었던 대화내용입니다.

유사장: 장부장님은 신사장님과 10년을 넘게 같이하고 있잖아요. 신사장님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셔서 이렇게 오랜 시간 함께하는 거예요?

장부장: 마음에 드는 건 별로 없어요. 촌스럽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집안이 화려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머리가 비상한 것도 아니고……

유사장: 그래도 이런 긴 시간을 함께하고 있을 때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장부장: 굳이 딱 한가지가 있다면…… 내가 필요할 때 이 사람은 나의 우산이 되어 줄 수 있겠다라는 믿음은 있어요. 처음 회사 들어왔을 때, 우리들 사이에 저희 사장님 별명이 도깨비 방망이였어요.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필요할 때 필요한 걸 만들어 주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언제든 내가 곤경에 처하거나 필요하면 나의 우산이 되어 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습니다. 물론 그때 이후로 아직까지 그 우산을 써 본적은 없습니다만(^^;)

 

제가 동석한 자리에서 언급한 멘트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액면가의 50%만 받아들이면 될까요? 아니 10% …… 그러나 평소의 장부장 성격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50%이상의 신뢰도는 있을 것 같습니다. 듣기 좋으라고 없는 말 지어내는 친구도 아닙니다. 알코올도 전혀 입에 대지 않으니 기분의 높낮이에 따라 없는 말을 함부로 뱉어내는 타이프는 더더욱 아닙니다.

 

지난 추석 때, 고향에 내려갔다가 우연히 30년 전 중학교 다닐 때의 사진이 담겨있던 아주 오래된 앨범을 하나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빛 바랜 흑백사진을 뒤적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소나무와 같이 울창한 숲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편안한 그늘이 되어 주는 것이라는 쪽지 하나를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마치 땅속에 묻어 두었던 타임캡슐을 발견한 느낌처럼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비록 딸들한테는 바보 아빠”, 회사 직원들한테는 촌스런 사장으로 불려도 이렇게 필요할 때 찾고 싶은 사람으로 인식이 되어 있다면 이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저에게 있어서는 삶의 의미요,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바보인 것 같습니다. 자기 입으로 자기 칭찬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