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엄친아를 좋아하는 우리 사장님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2.08.30

예나 지금이나 절대로 뛰어넘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이른바 `엄친아`, 엄마 친구 아들이다. 이 녀석은 한마디로 슈퍼맨이어서 중고등학교 때는 전교 1등을 놓치는 법이 없고, 전교회장은 기본이다. 대학교에 가면 장학금을 타고, 멋진 아르바이트로 알바비 전액을 부모님 선물에 투자하는 효심을 겸비했다. 대기업에 취직해서 탤런트 닮은 여자를 만나 아들 딸 쑥 낳고 아주 행복하게 잘사는 엄친아들. 문제는 이 녀석들이 자꾸 우리 인생에 끼어든다는 데에 있다우리를 참 피곤하게 하는 시대적 아이콘엄친아와 관련하여 이시한님이 쓰신 《논리로 설득하고 스토리로 공감하라》에서 인용해 보았습니다.

 

저에게는 참 착하고 성실하고 붙임성 좋은 처남이 하나 있습니다. 매형을 엄청 좋아하여 매형이 술 한잔 하자고 하면 저녁에 잠을 자다 가다 뛰어나오는 저에게는 엄청 사랑스런 처남입니다. 서울의 모 유명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삼성전자에 입사하여 핸드폰 단말기와 관련된 개발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업무강도가 빡 쌔기로 유명한 회사입니다만, 갤럭시가 출시된 이후로 그 강도가 더 쌔져서 집안의 특별한 행사가 있는, 그것도 마침 그날이 일요일과 겹치는 날 아니면 얼굴보기가 더 어려워진 지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얼굴보기 힘든 처남이 모처럼 집안일로 부모님 댁에 올 때면 항상 마음에 상처를 주는 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엄친아입니다.

 

우리 처남 이름이 철우인데요, 철우가 집에 오면 우리 장모님 밥상에서 항상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철우야! 있잖아~ 대치동에 사는 엄마 친구아들은 이번에 적금 타서 지내 엄마 동남아 여행 보내줬대!”“철우야! 있잖아~ 대치동에 사는 엄마 친구아들이 이번엔 보너스 나와서 엄마 김치냉장고 하나 장만해 줬대!”“철우야! 있잖아~ 지난 번 김치냉장고 사준 대치동 사는 엄마친구 아들…… 이번엔 글쎄, 지내 엄마 제주도 여행가는 데 보태 쓰라고 돈을 백만 원이나 주고 갔대!”듣고 있노라면 참~ 궁금해집니다. 도대체 대치동 산다는 우리 장모님 친구 아들은 어떤 분인지……

 

그래도 마음씨 좋은 우리 처남 이렇게 말합니다. “알았어요, 여기 얼마 안되지만 용돈이에요^^””알았어요, 여기 얼마 안되지만 여행 가시는데 보태 쓰세요^^;”옆에서 듣고 있는 저도 사위로서 뜨끔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아들인 우리 처남은 오죽 마음이 아플까마는 그래도 최대한 싫어하는 기색 하나 없이 어머니 기분을 맞춰드리려 애를 씁니다. 그러면 우리 어머니 금새 기분이 좋아지셔서 온 가족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됩니다. 제 처남이긴 합니다만, 참 눈치코치가 있는 녀석인 것 같습니다. 어머니 말씀에 기분 나빠하기 보다는 최소의 비용으로 어머니 기분을 최고로 맞춰드리는 재주를 보면, 제가 보기에는 대치동에 산다는 그분 보다는 인품이 한 100배는 훌륭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엄친아로 인해 곤란을 겪는 이야기가 가정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예전에 함께 작업을 하며 알게 된 김이사라는 분과 저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소주가 몇 잔 들어가자 이 분께서 저에게 이런 부탁을 하시는 거였습니다.

김이사: 신사장님, 사실은 한가지 부탁이 있어 왔습니다.

신사장: ~ 말씀하세요.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거라면 기꺼이 도와드려야지요~

김이사: 저희 사장님의 행동 중에 직원들이 무지 싫어하는 행동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 행동 삼가시게 끔 신사장님이 도와주실 수는 없을까요?

신사장: 그게 뭔데요?

김이사: 저희 사장님 평소에는 정말 좋으신데, 가끔 저희를 다른 회사와 비교를 하십니다.

신사장: 어떻게요?

김이사: 예를 들면, 이런 거죠. “XX라는 회사는 직원 모두가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어야 업무집중이 잘 된다고 그리도 정리에 열심인데 우리는 왜 이렇게 지저분한 주변을 정리할 줄 모르는지 모르겠다.”“내가 아는 XX라는 회사는 직원들 모두가 자기계발에 열심이라고 하더라, 업무가 끝나도 직원들이 남아서 어학공부에 열심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회사가 비용을 지원해 준다고 하는데도 왜 자기계발 하는 직원이 하나도 없는지 모르겠다.”“XX라는 회사는 회의시간에도 갑론을박 열띠게 토론하며 결론을 낸다고 하더라, 근데 왜 우리는 모두가 회의만 한다고 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지 모르겠다.”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제가 아는 사장님들이 저에게 들려주시는 이야기와 많이 오버랩이 되더군요.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노라면 내용은 다르지만 비슷한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도대체 맘에 드는 놈이 하나도 없다. 왜 일을 저리도 성의 없이 건성으로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저 나이 때는 저렇게 안 했다!”입니다. 왜 우리 사장님들은 이리도 직원들에 대한 불만이 많은 걸까요? 그건 아마도 직원들과의 눈높이가 맞지 않아서 인 것 같습니다. 화실에 걸려 있는 그림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드려다 봐야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나듯이, 직원들의 눈높이에서 봐야 할 많은 부분들을 조직의 최고경영자의 눈높이에서 보니 이해가 안 되는 것이겠지요. 마치 키 큰 어른이 어린 아이들을 내려다 보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켜주는 직원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 처남처럼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범위 내에서 어머니의 기대치를 만족시켜주었듯이 적당한 처신과 근면한 자세 그리고 결과로 보스의 기분을 만족시켜주는 그런 직장인들이 조직마다 평균 20% 정도는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사내정치를 잘해야 돼!”라고 치부할 일은 결코 아닙니다. “나는 나의 보스의 기대치에 어느 정도 수준인가? 라고 먼저 자문자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다른 회사의 성공은 그 성공에 필요한 환경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따라서 우선은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스토리와 그에 필요한 문화가 무엇인지부터 정의하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라고 김이사님에게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여러분은 어찌 생각하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