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성격이 다른 부부가 잘 사는 이유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3.03.20

저희 사무실은 행정구역상 강남구에 들어갑니다. 지하철역은 선릉역을 이용하고, 선릉역에서 내려 삼성역 방향으로 한참을 걸어가야 합니다. 길을 걸어가노라면 도깨비시장처럼 아침 저녁에만 서는 포장마차가 눈에 띕니다. 아침에는 토스트나 김밥을 파시는 분들, 저녁에는 오뎅과 떡복이를 파시는 분들이 지나가는 샐러리맨들의 출출한 배를 채워줍니다.

 

한달 전부터 눈에 띄는 포장마차가 보입니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커플이 토스트를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그 모양새가 조금 이상해서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보통 포장마차라고 하면 중년의 나이를 드신 분들이 하는 거라는 선입견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자는 부지런히 토스를 만들고 여자는 재료를 준비하고 계산을 돕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돕고 있는 여자의 표정이 참 특이합니다. 뭐랄까…… ,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는 눈빛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계산을 하면서도 미소를 머금고 몇 번이고 남자의 얼굴을 쳐다봅니다. 여자를 쳐다보는 남자의 눈빛도 다르지 않습니다.

 

토스트 하나만 주세요~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장사를 하시면 힘들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으로 말을 건네 봅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데요, 다른 장사는 공부에 방해가 되어서요^^;”

근데 두분 혹시 부부세요? 너무 다정해 보여서요^^*”

~ 우리 오빠랑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 하루 종일 이렇게 같이 다녀요.”라고 여자가 대답을 합니다.

남자분 공부해야 되는데 집중이 되겠어요?”

어렵긴 해도, 힘들게 결혼한 거라 당분간은 이렇게 24시간 같이 붙어 다닐 생각이에요!”

그럼, 공부는 언제 하지?’라고 혼자 생각하며 자리를 뜹니다.

 

사랑에 빠지면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제 경험으로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심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끝났습니다만, 지난 해까지 햇수로 한 5년 정도 경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교양과목에 속한 과목이라 학년, 전공 상관없이 다양한 학생들이 청강을 하였는데, 특이한 것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CC가 매년 한 커플씩은 있더라는 것입니다.

 

수업중의 지나 친 애정표현으로 교탁에 서 있는 저는 시선처리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고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 노력하면서 간접화법으로 당사자들에게 주의를 주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경우 남학생들은 대게 무안해 하며 주변을 의식하고 자세를 바로잡는 반면, 여학생은 주변의 시선 따윈 아랑곳 하지 않고 여전히 오빠야(^^*)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쳐다봅니다. 지금 제 앞에 있는 포장마차의 젊은 새댁 표정이 그 표정입니다. 마음은 애틋하지만 느낌은 좋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얼마 전 저희 직원이 급하게 들어오면서 제 자리로 달려 옵니다.

사장님~ 요 옆에 있는 횟집 있잖아요~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사장님이 즐겨 가시는~”

그래, 알아~ 그 횟집이 어쨌는데?”

사장님이 그러셨잖아요~ 오래 못 갈 것 같다고~ 정말 망해서 나간 건지는 모르겠는데 가게 집기가 다 빠지고 없어요! 텅 비어 있어요! 정말 망해서 나간 것 같아요~ 오픈 한지 채 1년도 안된 것 같은데, 근데 사장님은 어찌 아셨어요? 오래 못 갈지를~”

내가 언제 그런 말 했냐? 그냥 부부 사이 금실이 너무 좋아 보인다고만 했지!”

 

나중에 옆에 붙어있는 분식집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장사가 너무 안돼서 나갔다고 하네요. 제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그 집이 잘 되고 못 될 것을 어찌 알겠습니까? 저는 단지 손님이 있거나 말거나 틈만 나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핸드폰 게임에 열중하는 그 사장님 내외분이 너무 철이 없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것뿐인데요(∏∏).

 

부부가 금실이 좋은 것은 좋은 일입니다만, 장사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장사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필요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지고 온 신경을 집중해도 부족한 판에 핸드폰 게임이나 하고 있으니, 보통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닐까요? 너무 사이가 좋다 보니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견제와 균형이 깨져 버린 것 같습니다.

 

서로 너무 좋아한 나머지 사리분별을 잃어버린 이런 이야기가 연인 사이에만 존재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얼마 전 방문한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장을 포함하여 임원이 5명 정도 되는 조그만 중소기업이었는데요, 우선 호칭부터가 형∙동생입니다. 공식회의석상에서도 사적인 호칭을 써가며 부르더니 급기야는 수억 원이 들어가는 납품업체 결정과 관련된 회의조차도 “00형이 결정한 거니까 그냥 따라가죠~”라며 회의를 끝냅니다.

 

저를 초청한 A이사 말에 의하면 모두 같은 대학 동아리 선∙후배 사이라고 합니다. 유일하게 다른 대학 출신인 A이사는 결국 회사를 나갈 예정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견제기능이 다른 멤버들의 반감을 사게 되었고 결국 다른 색깔을 용납하지 않는 조직문화 때문에 더 이상은 회사에 붙어 있기가 힘들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절반의 불완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불완전성을 채워주기 위해 나와 다른 배우자나 멤버가 필요한 것입니다. 같은 편끼리 지낸다면 불편함은 못 느끼겠지만 그 만큼의 퇴보도 각오를 해야 할 것입니다. ‘성격이 다른 부부가 훨씬 더 잘산다라는 HBR 보고서가 새삼 생각나는 하루입니다.

 

P.S: 토스트를 팔던 그 신혼부부가 몇 일전부터 보이질 않아 걱정입니다. 별일 없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