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스펙으로 하는 결혼, 스펙으로 하는 채용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3.02.19

지난 주 토요일 저녁에 있었던 일입니다. 갑자기 우리 마눌님이 와인이 마시고 싶다는 말씀을 하셔서 냉장고에 넣은 와인 한 병을 깐 적이 있습니다. 주말 저녁이면 같이 술 한잔씩 하는 습관이 있어서 우리 집 냉장고 안은 소주, 맥주, 막걸리, 와인, 위스키, 보드카 각종 주류가 각 1병씩은 항상 비치되어 있습니다. 다른 집도 그러겠지만 보통은 맥주를 즐겨 마시지요. 그날은 얼마 전 선물 받은 와인이 궁금하다며 와인을 주문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녀석은 결혼기념일 같은 뭔가 특별한 날에 마시려고 생각했는데……”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하늘 같은 마눌님이 드시고 싶다는 말에 마개를 땁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뚜껑을 따다가 그만 마개가 으깨지는 바람에 코르크가 가루가 되어 와인 속으로 떨어져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벌써 몇 번째에요! 코르크 마개 하나 제대로 못 따서 으깨 놓은 게@#@”

이상하다? 뭔 마개가 이리 약하지 ∏

당신 와인 공부한다고 와인 모임에도 다니지 않았어요?”

그렇긴 한데, 마개 따는 것은 안 가르쳐 주던데 ^^;”

그게 그렇게 어렵나? 이리 줘봐요~ 내가 한 번 해볼 테니까~”

하며 냉장고에 모셔둔 다른 잘 생긴 놈 하나를 꺼내 듭니다(! 저건 다음 주 큰 집 갈 때 가지고 갈려고 생각한 건데 ∏). 그리고 코르크 마개에 오프너의 스크류를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하고 경쾌하게 마개 따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나도 어렵지 않네 뭐~~~ 이리 간단한 걸 지금까지 그렇게 헤맸단 말이에요???”

“@#$%$&#”

 

그렇지 않아도 쪽 팔려 죽겠는데, TV에 푹 빠져있던 수정이 수연이가 뒤를 돌아보며 한 마디씩 합니다.

ㅋㅋㅋ 우리 아빠 바보행동 또 나왔군~”라고 수연이가 말하자, 수정이가 거듭니다. “엄마~ 용서해 줘요! 지난 번 선풍기 청소한다고 화장실 가서 샤워기로 물 뿌린 거에 비하면 별로 놀랄 일도 아니잖아요~~~” “그래 맞아! 안방에 있는 장롱 문 고친다고 망치 들었다가 부셔놔서 문 한쪽은 아직도 못쓰고 있잖아~”라고 수연이가 또 거듭니다. 이렇게 연신 아빠의 치부를 들쳐내던 딸년들이 갑자기 엄마를 향해서 질문을 던집니다.

근데, 엄마는 이런 바보 같은 아빠 어디가 좋아서 결혼했어요?”

 

너희 아빠가 생긴 것도 별로고, 바보 같은 행동도 많이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단다. 너희 들도 남자 고를 때 외모나 배경이 아닌 그 사람의 내면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건 매우 중요한 거야!!”

싫어 난, 저기 TV에 나오는 로이킴 같은 훈남 오빠랑 결혼할거야!”라는 수정이 말에,

에이~ 아빠나 재(로이킴)나 별 차이 없네 뭐~ 그냥 아빠로 대리 만족하면 안되겠니? 아빠는 더 잘 해줄 수 있는데~ 수정아^^*”

~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말과 똑 같은 망언을 하시네@#@!”

♨♨♨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평소 아는 기업의 신입사원 연수가 있어 지방에 있는 어느 연수원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자동차 부품관련 제조회사로서 회사의 규모나 재정상태 등이 중견기업에 들어갈 정도로 업계에서는 평판이 좋은 회사입니다. 해년 마다 신입직원도 공채형식으로 선발하여 체계적인 교육을 시킨 후, 현장에 투입시키는 잘 정리된 교육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곳의 연수팀장과는 사적인 인연도 있어 여러 가지 속내도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몇 명이나 채용하셨나요?”

“100명 정도 채용했는데, 20명이 나가고 현재 80명이 교육 중이에요…… 아마 교육수료 전에 10명 정도가 더 나가지 않을까 예측합니다.”

아니, 왜 그렇게 신입사원 이탈율이 높지요? 채용시 언매칭이 높다는 건데~, 면접에서 충분히 스크리닝하지 않나요?”

실무에서는 엄청 신경을 쓰지요! 문제는 저희 사장님이 학벌 좋은 애들은 무조건 채용하고 본다는 점입니다. 본인이 학력 콤플렉스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일류대학 출신이라면 무조건 채용하고 본답니다. 나중에 보면 꼭 그런 애들이 교육이 끝나기도 전에 회사를 나가버려요. 알면서도 이런 악순환이 해 년마다 되풀이 되고 있으니 저도 답답합니다.”

 

신입직원 면접에 초청을 받아 앉아 있노라면 항상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어쩜 저렇게 말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기고, 스펙이 좋은지 모릅니다. 아마 제가 신입으로 돌아가 저들과 경쟁했더라면 면접이란 면접은 전부 다 떨어졌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런 좋은 배경과 자질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월급 센 곳’ ‘잠깐 쉬어가는 임시거처라는 생각으로 원치 않는 구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회사 또한 조직내의 하이퍼포머에 대한 통계자료나, ‘바람직한 인물상에 대한 조사 없이 좋은 스펙을 가진 인물은 무조건 뽑고 보는 현상이 아직도 일부 존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년간 신입직원 1인에 들어가는 코스트(간접비)는 기업별, 업종별 차이는 있겠지만 평균 5천 만원 정도 든다고 합니다. 10명만 퇴사해도 벌써 5억의 예산이 낭비되는 꼴이 되어 버리네요. 잘못된 채용으로 소모되는 5억의 예산낭비는 보지 못하고, “면접에 무슨 시간과 돈이 이리 많이 필요하냐며 인사담당자를 거세게 몰아붙이던 어느 기업 임원의 얼굴이 생각납니다(결국 면접비 기백만원 줄였다고 기뻐하는 모습에서 저 사람이 과연 임원의 자격이 있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은 아무 문제 없을까요? 어느 인사전문지에(월간 인재경영’2012.1) 의하면 직원의 턴오버 관리는 조직내 인간관계와 함께 조직문화 형성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합니다. 그래서 혹자들은 Employer VS Employee 의 관계를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룬 부부 사이에 비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지도 모릅니다. 함께 살던 부부가 이혼을 하면 남겨진 자녀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듯, 같이 일하던 직원의 퇴사는 남겨진 사람들에게 쓸데 없는 가십거리가 되어 건전한 조직문화 형성을 방해하는 종양이 된다는 것입니다.

 

결혼을 하고 난 후, 수십 번을 싸워도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남아있다면 대화로서 고비고비를 넘길 수 있지만, 신뢰가 없는 필요에 의한 정략적 결혼이라면 한 번을 싸워도 이혼으로 직행하는 불안한 동거와도 같은 관계가 되겠지요. 기업도 개인도 결혼하기 전에 상대방의 내면을 보는 지혜가 더더욱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