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개념상실 왕언니를 소개합니다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3.05.08

이리와 보세요, 신사장님…… 이것 좀 보세요.”

뭔데요? 최이사님…….”

사장님과 식사하러 가기 전에 제가 데리고 있는 두 명의 직원에게 일을 맡기고 갔거든요. 근데, 저기 있는 친구는 컨펌 받으려고 아직 기다리고 있고, 한 친구는 책상 위에 보고서만 올려놓고 퇴근해 버렸어요. 근데 그 친구는 매사가 그런 식이라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매사가 그런 식이라는 게 어떤 건지 조금 구체적으로 알려주실 수 있나요?”

얼마 전 회사 워크숍 장소 좀 알라보라고 지시를 내렸다가 자기 일도 아닌 데 왜 자기한 테 지시를 내리냐는 얼굴로 쳐다보는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더라니까요……. 그뿐인가요? 퇴근준비 다하고 시계만 보는 모습은 얼마나 얄미운지 아세요.”

아니 그럼 소주라도 한 잔 하면서 인간적으로 진솔하게 얘기 한 번 해 보지 그러세요.”

입사 10년 차의 고참 여직원입니다. 일명 왕언니라고 하죠. 아마 신사장님은 모르실 거에요, 왕언니의 존재감을…… 급여는 올라가는데 하는 일은 줄어드는 환상의 노조위원장이라고 우리는 부른답니다.”

원래 그랬나요? 아니면 연차가 올라가면서 변한 건가요?”

생각해 보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 없는 것 같아요. ^^;”

 

지난 주 상암동에 있는 어느 중견 IT회사를 방문했을 때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그런데 왕언니라고 해서 모두가 이런 특징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착한 왕언니가 있습니다. 성남에 위치한 하드웨어 장비업체에 있는 직원으로 상암동에 있는 왕언니하고는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진경이라는 이름을 쓰는 부산이 고향인 입사 10년 차의 아주 예쁜 여직원입니다. 직속상사는 말할 것도 없이 그 회사의 사장님도 진경씨 칭찬은 단골메뉴입니다.

 

우리 강이사님 오늘도 진경씨 칭찬이네요^^, 진경씨 어디가 그렇게 예쁘세요?”

신사장님 저기 보이는 방문객 환영모니터 보이죠? 저거 진경씨 아이디어에요. 오시는 분들마다 얼마나 칭찬을 하는지 아세요? 그거뿐인지 아세요? 블로그 만들어서 홍보한 덕분에 예전보다 실력 좋은 신입들 지원자 숫자가 훨씬 늘었다는 것 아네요. ^^*”

 

제가 진경씨를 대단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강이사께서 말씀하시는 그런 활동들 때문이 아닙니다. 진경씨는 전표정리와 같은 회사 자금관리 때문에 입사한 친구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본인의 업무가 아닌 일들을 창의적으로 개발하여 터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들은 바로는 평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뭔가를 터트려 주는 것 같습니다. 역시 마음이 우러나서 하는 일은 파급효과가 큰 것 같습니다.

 

상암동 왕언니와 성남 진경씨의 차이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타고난 DNA의 차이인 것일까요? 아니면 어릴 적 가정환경에 의한 성격형성에서부터 차이가 생긴 것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성인이 된 후의 학습효과의 기회여부에서 격차가 점점 벌어진 것일까요? 비율의 차이는 다소 있겠지만 각종 연구논문을 종합하면 대략 7:2:1의 비율로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면, 성격이라는 것은 운명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체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성격이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단 사람들 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와 비슷한 흥미로운 사건이 얼마 전 저희 집에서 일어났기에 소개할까 합니다.

 

저희 집에 새로운 식구가 들어왔습니다. ‘구름먹보라는 이름을 가진 햄스터처럼 생긴 조그만 애완용 고슴도치 두 마리가 입양이 되어 들어왔습니다. 가족이 된지 한 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재미있는 현상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큰딸 수정이가 키우는 구름이는 누가 와서 쓰다듬어도 온순하게 대응합니다. 심지어는 쓰다듬는 사람의 손을 입으로 핥아주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보입니다. 보통 고슴도치들은 야행성으로, 보는 눈은 퇴보한 반면에 후각이 발달하여 낯선 냄새가 나면 송곳 같은 털을 새워 경계심을 표한다고 하는데 이 아이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반면, 작은딸 수연이가 키우는 먹보는 애지중지 키우는 주인에게 조차도 까칠하게 행동합니다. 누가 근처에 가기만 하면 날카로운 송곳을 세우고 제 집으로 들어가 나오질 않습니다. 주인인 수연이 조차도 제대로 만져 보질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상냥한 구름이에게만 몰리지 까칠한 먹보에게는 잘 가질 않습니다.

 

요즘 수연이가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아무리 애정을 주어도 반응이 없는 먹보에게 조금씩 지쳐가는 것 같습니다. “다른 주인을 찾아주어야 하나?”하는 고민에 빠져들면서 애정이 점점 식어가는 것 같습니다. 수연이가 기르고 있는 먹보라는 이름의 고슴도치는 지금 주인이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음을 모릅니다. 1주일 내 행동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경우 버림받을 운명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상암동에 근무하는 왕언니도 조만간 회사를 떠나야 하는 본인의 운명을 모릅니다. 회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퇴사자 리스트가 작성이 되었는데, 퇴직권유대상 1순위에 이름이 올라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어찌보면, 미물인 고슴도치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먹보는 본인의 운명을 바꿀 수 없는 성격의 숙명을 그대로 안고 간다지만, 우리의 왕언니는 후천적 학습효과에 의해 본인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수 없이 주어졌을 텐데, 지금까지도 그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퇴출이라는 강수를 만난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본인은 또 이렇게 생각하겠지요. “, 나는 이리도 運이 없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습관》으로 유명하신 스티븐코비 박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의 성격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운명을 바꾸고자 한다면 습관을 바꿔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