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부자 아버지와 가난한 아버지의 유산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3.04.03

최근에 치과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놈의 치아는 왜 이리도 잘 썩는지 그렇게 양치질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때 되면 충치는 꼭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다니는 치과는 사무실에서 가까운 12층 빌딩의 3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어제도 최근에 치료한 충치 상태를 점검하느라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치과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재미있는 광경을 하나 목격하였기에 여러분들에게 소개를 할까 합니다.

 

3층에 위치한 치과를 오르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데 60~70쯤 되어 보이는 왠 할머니가 앞서서 계단을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그 모양새가 그냥 계단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간단한 청소를 하면서 오르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도 줍고 벽에 붙어 있는 광고벽보도 떼어내고 하면서 오르느라 저보다 약간 뒤쳐져서 치과 안으로 들어오시게 되었습니다. 순간 동물적인 느낌이 오더군요. “저 할머니, 이 빌딩 주인이시다!”

 

치료가 끝난 후, 살며시 치과 원장선생님에게 물어봅니다. “원장님, 조금 전 치료받고 나간 할머니 혹시 이 건물 오너 아니세요?”치과 원장님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대답합니다. “아니 어떻게 아셨어요? 저 할머니 행색이 남루하셔서 부잣집 할머니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아무도 없는데……저도 이 건물에 들어오고 3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어요!”

 

역시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최근에 높아지고 있는 승률에 만족해 하며 스스로 신기(神氣)가 들었나?”하고 자만심에 빠져봅니다(^^;). 사실은 최근 제가 소속된 협회의 임원 위촉 건으로 리스트에 올라 있는 덕망 있는 사장님들을 예방하고 있는데, 같이 다니고 있는 직원과 함께 우리가 방문한 회사의 사장이 오너인지? 전문경영인인지? 맞추는 사소한 게임 속에서 대부분 저의 추측이 맞아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데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오너가 경영하고 있는 회사는 검소함이 회사 곳곳에서 묻어나고 잇는 반면, 전문경영인이 경영하고 있는 회사는 여기저기서 낭비적 요소를 간간히 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물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직원의 경우 내 것도 아닌데 뭐 어때!”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반면, 오너는 아껴서 써야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경영인의 경우 얼마 되지도 않는 것 가지고 뭐 그리 좀스럽게 행동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살짝 다른 곳으로 넘어갔습니다. 다시 아까의 그 할머니 이야기로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치과 원장님이 들려 주시는 그 할머니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그 할머니 시골에서 12살 때 서울로 올라와서 남의 집에서 식모살이도 하고 식당도 하고 안 해 본 것 없이 돈이 되는 것은 닥치는 데로 하셔서 지금의 거부(巨富)가 되셨거든요, 노년에 편하게 사시나 했는데, 아들 하나 있는 게 재산을 탕진하고 다녀서 할머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에요. 저기 밖에 보이는 주차장에 파킹 된 흰색 벤츠하고 그 옆에 노란색 페라리 보이지요. 그 망나니 같은 아들 차인데 1년에 한 번씩은 바뀌는 것 같아요. 아는 사람들은 다 한마디씩 해요. 할머니가 불쌍하다고…….”

 

고생해서 돈을 번 사람들은 절대 함부로 돈을 쓰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부자들은 검소함이 몸이 베어 있으셔서 필요이상의 지출은 절대 하지 않으십니다. 부자라는 인상은 더더군다나 풍기지 않으시려 애를 쓰십니다. ‘쩨쩨하다거나 구두쇠 같다라는 의미가 절대 아닙니다. 그냥 일반인처럼 검소하게 생활하신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결같이 그 분들의 자녀 代에서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같이 자녀분들 때문에 걱정을 하시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아마도 자녀분들은 본인의 손으로 이룬 재산이 아니다 보니 값어치를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어느 낚시터에 아버지와 아들이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먼저 말을 꺼냅니다.

아버지, 1억만 주세요! 차도 바꿔야 되고, 옷도 사야 되고~”

너 차 바꾼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또 바꾼단 말이냐?”

“1년 타면 중고에요~ 창피하게 중고를 어떻게 타고 다녀요!”

넌 좋겠다~ 말만 하면 그런 거금을 용돈으로 주는 돈 많은 아버지가 있어서~ 나도 너처럼 돈 많은 부자 아버지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 허영만 <부자사전> 中에서

 

시골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다 퇴직하신 저희 아버지는 돈이 없습니다. 박봉에 5남매 교육시키시다 보니 항상 가난에 허덕이셨습니다. 이런 가난한 아버지와는 대조적으로 이재(理財)에 눈에 밝으신 저희 작은아버님은 항상 돈이 많았습니다. 지역 유지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어디를 가나 대접을 받으면서 마음껏 자신의 재산을 과시하셨습니다. 어렸을 때는 그런 부자 작은아버지가 참 부러웠습니다.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작은아버지가 제일 부러워하는 분이 저희 아버지라고 합니다. “내가 아무리 돈이 많으면 뭐하겠습니까? 재산 때문에 서로 얼굴도 쳐다 보지 않는 부모자식 간이 되어 버렸는데……형님네 자식들은 다들 훌륭하게 자라서 동네 사람들 모두가 칭송하니 내 눈에는 형님이 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습니다!”라고 틈만 나면 말씀하십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의 부모님 말씀 하나하나가 고기를 잡아 주는 것보다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라는 탈무드의 자녀교육법과 똑 같았던 것 같아 절로 고개가 숙여지게 됩니다. 저도 이렇게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데 영 자신이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아이들도 저의 좌우명(항상 손해 보듯이 살자!)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