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유능한 코치는 무엇이 다른가?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3.10.23

주말이면 동네에 있는 골프연습장에 가곤 한다. 2~3시간 공을 치고 있노라면 공을 치는 재미도 있지만 그곳에서 알게 된 비슷한 또래의 남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이런 이야기를 마눌님에게 하면 동네 할아버지 같다고 하면서 무지하게 싫어하지만 동시대의 비슷한 또래의 남자들이 갖고 있는 저마다의 고민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활의 지혜를 공유할 수 있어 그리 나쁘지 만은 않다.

 

처음부터 모두를 알게 된 건 아니다. 나를 학원 원장이라고 생각하는 꽤 여유가 있어 보이는 식당 사장님을 알게 되면서 그 분의 네트워크 안에 계신 분들과 자연스럽게 교류관계가 형성되었다. 사교성이 뛰어난 친구 덕분에 본의 아니게 인간관계가 확장되어 가는 그런 케이스와 거의 흡사한 상황이라고나 할까? 사교성이 뛰어난 그 분 덕분에 어~ ~ 하는 사이에 10여명 이상의 아저씨들과 인사를 하게 되었고 그 사장님은 우리 모임의 회장님이 되었다.

 

지난 주말, 그날도 역시 드라이버하고 우드만 들고 연습장엘 갔었다. 마침 우리 회장님이 회원들을 상대로 타격 지도를 하고 있었다(원래 연습장에 소속된 프로가 아니면 안되지만 눈치를 봐 가며 조금씩 지도를 해 주신다고 다른 회원이 귀띔을 해 준다). 프로자격증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고수라는 말을 들은 터라 어떻게 지도를 하시나 뒤에서 구경을 하기로 했다. 나란히 서 있는 2~3명의 회원들을 상대로 뭔가를 말씀하시는 모습이 꽤나 진지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뒤에서 보고 있노라니 그 분의 티칭 스타일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모습이 보였다. 어떤 분은 몇 마디 말만으로 끝내고 어떤 분은 장황한 설명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촬영까지 해 가며 꼼꼼하게 설명을 해 주시는 것이었다.

 

궁금증 생긴 나는 잠깐 쉬고 계시는 그 분의 곁에 다가가 이렇게 물었다.

회장님, 똑 같이 드라이버 다루는 법을 설명하시는 건데, A, B, C 저 세분에게 설명하시는 내용이나 방식이 다 틀려요? 어느 게 정답인가요?”

정답이 따로 있나? 본인에게 맞으면 그게 바로 정답이지(^^*)”

무슨 말씀이신지? (^^;)”

신선생! 저 분들과 깊게 이야기 해 본적 없지요?”

~ 다들 최근에 알게 되신 분들인지라, 아직은~”

같은 내용이라도 받아 들이는 사람의 성격에 따라서 어떤 사람은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고 어떤 사람은 무시를 해 버리지요. 사람들이 다 100100色인지라 똑 같은 방식으로 전달하기 보다는 맞춤 식 전달이 개선 효과가 크다라는 것을 언제부터인가 깨 닫게 됩디다.”

순간, 수십 개의 식당을 경영하시면서도 이처럼 여유를 갖고 취미생활을 하시는 이유가 다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조직에서도 이런 일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방문한 어느 중견기업의 신입직원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1시간 정도의 특강을 마치고 맨 앞자리에 앉아있는 참석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보았다.

여러분의 선배나 혹은 사수는 지금 충분히 업무 가이드를 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여기 제일 앞자리에 앉은 A군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글쎄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해!’ 라고 하실 때가 많아 너무 힘이 듭니다.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인데요.”

그 옆자리에 앉은 B군은요?”

저 같은 경우는 너무 지나친 관심으로 부담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너무 어린아이 취급하시는 것 같아 어떤 때는 불쾌감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언뜻 들어서는 신입들이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바라는 게 너무 많다거나 신입주제에 너무 건방지다거나……. 하지만 여기서는 사고의 관점을 조금 바꾸어 받아들이는 쪽보다 전달하는 선배의 자세에 조금 주목을 하고자 한다. 높은 IQ에 독립적인 자아가 강하고 자존심이 쌘 성격일수록 자상한 코칭에 대하여 지나치게 간섭한다라고 생각하기 쉬우며, 겸손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강한 성격일수록 아직도 부족하다라고 생각하는 성향이 강하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어느 쪽이 좋고 어느 쪽이 나쁘다라는 이분법적 사고 보다는 이처럼 개인별 성향에 따라 받아들이는 태도에 차이가 있으니 육성의 관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매입하면서 유명해진 벤저민 디즈데일리Benjamin Disraeli (1804~1881)라는 총리가 있다. 그는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초석을 다진 명재상으로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매우 유명한 인물이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경쟁자들 조차도 그를 만나면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방을 나서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무려 4번이나 수상을 역임하며 대영제국의 번영을 주도한 윌리엄 글래드스턴William Gladstone (1809~1898)이라는 총리가 있다. 디즈데일리보다 더 유명한 인물로 2차 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과 함께 역대 가장 위대한 영국의 재상으로 추앙 받고 있는 인물이다. 자존심이 무척 강한 인물로 여왕이 주는 백작칭호도 사양하고 평민의 신분으로 죽었다고 한다. 그는 간단 명료한 대화법을 좋아했으며 항상 결과물을 가지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스타일은 달라도 둘 다 영국의 명재상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이들의 자서전을 읽다 보면 책의 곳곳에서 이 들의 각기 다른 개성을 일찍이 알아 보고 그에 맞는 가이던스를 해 준 어느 무명의 정치선배와 관련된 내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러고 보면, 지금은 애송이처럼 보이는 A군과 B군도 그들의 장점을 잘 살려줄 수 있는 선배를 만날 수만 있다면 조직의 최고경영자의 자리까지도 오를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선배라는 이름으로 혹은 멘토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스타일대로 후배를 끌고 가기 보다는 후배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그리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현재의 업무에 임하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