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임원의 조건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3.07.17

엘리베이터를 타는 데 한 무리의 젊은 친구들이 우르르 타면서 옆에 서 있는 분에게 인사를 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사님~ ^^*

“그래, 지금은 어디로 이동하는 중이지?

“예, 방금 점심 먹고 오후는 마케팅부서 OJT라 그 쪽으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무리 중에서 리더로 보이는 친구가 대답을 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내리는 우리를 보면서 어찌나 깍듯이 인사를 하는지 옆에 있는 제가 더 민망합니다.

“김이사님, 저 친구들 올해 들어온 신입직원들인 모양이지요?

“예~ 지금 각자 현장에 투입되어 OJT받고 있는 중입니다.

“저 친구들 보니 옛날 생각이 나는데요, 저도 저런 풋풋한 신입시절이 있었지요. ^^*

“세상에 신입시절 없이 간부가 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제 또래의 친구들은 일반기업체 기준 차∙부장급이 많습니다. 조금 잘 나가는 친구들은 벌써 임원을 다는 친구들도 있지만 아주 특수한 경우에 해당되고 대부분은 시니어 관리자가 많습니다. 공기업에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차장급이 많습니다. 심지어 일본에서 근무하는 대학 친구들은 잘 나가는 친구가 과장급입니다. 그곳은 진급이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늦습니다. 아마도 우리보다 근무연한이 더 길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정년연장이 시행되면 나타날 현상이라 할 것입니다.

 

옛날에는 ‘부장’하면 감히 얼굴도 처다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과장이라면 업무를 지시하고 멤버를 관리 감독하는 직속상사였기 때문에 대화의 기회가 많았지만 ‘부장’이라는 타이틀은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자리였고, 수십 명에 이르는 부원들의 인사는 물론 생사여탈을 쥐고 있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름만 들어도 긴장되게 만드는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의 부장은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옛날로 치면 과장보다도 더 힘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심지어는 실무자인 대리가 하는 일을 부장이 하고 있는 회사도 숫하게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그럴 때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점점 권한이 없어지는 거야? 아니면 옛날에도 그랬는데 내가 몰랐던 거야?

 

이런 이야기를 대기업 임원을 하고 계시는 선배와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선배께서 재미있는 말씀을 해 주시더군요.

“그 이유는, 예전에 부장이 누리던 책임과 권한이 임원에게로 올라와 있기 때문이야! 재 신임이라는 카드로 2년간 생명 줄을 ‘조였다 늘였다’ 하면서 실적을 강요하거든, 실적이 안 나오면 계약연장을 안 하면 그만이고, 그러면 자동해고가 되니 죽어라 일할 수 밖에, 그런데 부장을 포함한 일반 직원들은 회사에서 함부로 못하거든, 노동자 보호를 전제로 한 근로기준법의 강화가 큰 원인일거야~ 그러고 보면, 임원이 되었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야! 그 놈의 실적 때문에 죽을 맛이거든, 불쌍한 타이틀이라 할 수 있지!

 

“헉! ‘직장인의 별’이라는 임원을 불쌍하다고 말씀하시다니…… 이런 망발을” 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었으나, 일면 동의하는 바가 크기에 속으로만 삼키고 말았습니다. 그럼, 여기서 임원에 관한 불편한 진실하나 만 소개하고자 합니다. 누가 임원이 되고, 누가 대표이사까지 올라가는 걸까요?

 

수십 년간의 현장생활을 거쳐 임원이 되신 분들은 어느 정도 실력이 검증되신 분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가 임원이 되어도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그런 검증을 통과하신 분들이지요.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상무에서 전무, 부사장, 사장으로의 직급상승은 실력보다는 다양한 정치공학이 맞물려서 작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정치공학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초급 임원의 경우 오너의 신임을 받고 있는 라인에 들어와 있어야 합니다.

철썩 같이 믿고 있었던 전무나 사장 선배가 갑자기 오너의 눈 밖에 나서 퇴임하는 순간, 내가 붙잡고 있던 동아줄도 썩은 줄로 바뀌게 되어 언제 끈이 끊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의 연속을 보내야 하니 줄을 잘 서야 합니다.

 

두 번째, 사장과 나 사이에 끼어 있는 분들의 연령차를 냉철히 판단하여 필요하다면 관계 회사로 미리 나가버리는 과감한 배팅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이제 막 사장으로 취임한 분의 나이가 55세라면 최소 60세까지는 대표이사를 지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대표이사 1순위는 50세 전후이고, 그 중간에 끼어 있는 분들은 더 이상의 승진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반면, 그 분들과의 연령차가 어느 정도 나시는 분들이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CEO가 될 잠재적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세 번째, 반드시 그 회사의 업의 특성을 나타내는 부서를 거쳐야 합니다.

어느 회사나 그 회사의 업의 특성을 나타내는 부서를 거쳐야 합니다. 얼마큼 잘 만드느냐가 관건인 회사는 생산라인에서, 얼마큼 잘 파느냐가 주요한 회사는 영업라인에서, 특허나 R&D 능력으로 시장의 승부가 판가름 나는 회사는 엔지니어 출신이 대부분 CEO로 발탁이 됩니다. 요즘 잘 나가는 삼성계열사의 CEO 출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추가하겠습니다. 바로 오너에 대한 충성심입니다. 아마도 앞에서 서술한 3가지 조건을 합친 것 보다 중요한 조건인 것 같습니다. 이처럼 임원의 조건 제1덕목으로 ‘오너일가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2007 11월로 거슬러 올라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창업주에 대한 충성은 그 이전에도 있어왔던 중요한 덕목이긴 하였습니다만, 2007 11월 발생한 ‘삼성그룹 용철 변호사 사건’ 이후 더더욱 Owner Loyalty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이 용어에 대해서는 오해의 소지도 있고 논란의 여지도 많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얼마 전 임원교육을 마치고 복귀하신 선배가 들려 주신 이야기로 ‘임원의 조건’이야기를 마무리할 까 합니다.

“신사장, 대기업 임원의 가장 큰 덕목이 뭔지 아나?

“뭔데요? @^^@;

“오너에 대한 충성심이야! 임원교육이 끝난 후, 신규임원 선서식이 있었는데, 느낌이 마치 오너에 대한 충성맹세를 하는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 ~ 이게 현실이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 들면서 나처럼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이 롱런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네. 충성심이란 것도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있는 거지, 억지로 생기는 건 아니잖니? 외부에서 갑자기 들어온 내가 그런 충성심을 만드는 건 조금 힘들지 않겠어? 뭐 그래도 노력해 봐야지…… 애들 대학졸업 할 때 까지는 어떻게 든 버터야 하니까!

 

화려함 뒤에 숨겨진 씁쓸한 세계를 듣든 것 같아 쓰디 쓴 소주잔만 기울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