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5월에 더욱 빛나는 사람들 (스승의 은혜)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3.06.05

Part 3- 혹시, 이런 선생님 그립지 않으세요?

3학년4경수 교무실로 오기바람!저녁 9가 넘은 시간 마이크에서 들려오는 호출 메시지에 “야~ 너 무슨 사고 쳤냐? 너 옥상 올라가서 야구 보다가 걸린 것 아냐?”하고 친구들이 놀려댑니다. 지금은 이전을 하였지만 그 당시 저희 고등학교는 광주무등경기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서 학교 옥상에 올라가면 프로야구 경기하는 모습이 조금은 보였거든요, 솔직히 해태타이거즈 경기가 있는 날이면 시끄러워서 야간 자율학습이고 뭐고 온 신경이 거기 가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무슨 일이지?”혼자 생각하며 교무실 문을 열고 담임에게 걸어갑니다. 신경수~ 네 어머니가 위독하시단다, 빨리 병원으로 가봐!”라고 담임이 말씀하십니다. 근데, 그 말씀하시는 어투가 무척 사무적이십니다. 담당하고 있는 반 학생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실 것 같다는 무거운 말씀을 하면서도 학생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고 껌을 씹으면서 야구중계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저는 순간, “저 사람에게 있어 나는 이렇게도 존재감이 없었나?”하는 심한 자괴감과 “저 사람 정말 내 담임선생님 맞아?”라는 분노가 동시에 밀려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어머니 수술은 다행히 무사히 끝났고 저는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후 담임과는 별다른 상담이나 대화는 없었지만 과거 담임의 모습이 연상이 되면서 조금씩 그분에 대한 미움의 싹이 자라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의 저희 반은 마치 인도의 카스트제도처럼 4개의 계층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부수입을 위해 꼭 필요했던 부유층, 인사고과(人事考課)를 위해 전략적으로 관리했던 우등생들, 나를 포함한 평범한 아이들, 그리고 반 평균 갉아 먹는다고 하루도 안 빠지고 구박을 받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

 

생각해 보면, 그 분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의 모습도 별 차이는 없었던 것 같네요. 아마도 머리 굵은 아이들을 대하다 보니 도종환님께서 지으신 교사의 기도와 같은 진부한 사명감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거니와, 서울대 보내는 숫자에 따라 승진여부가 결정되는 시스템에서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까르페디엠!’을 외치는 키팅선생님과 같은 분은 더더욱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그 때 느꼈던 분노와 실망이 아직까지 남아 있음을 보고 저 스스로도 깜짝 놀랐습니다. 얼마 전 그 분께서 서울로 올라오신다고, 몇 명의 친구들이 “저녁을 준비하자”고 하는데…… 순간, 그 분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울컥하는 분노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 때 만들어진 제 마음속의 얼음은 아직도 녹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아마도 제가 너무 속이 좁아서겠지요(∏∙∏).

 

그런 사건이 고 3때 있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도 초등학교 때의 선생님들은 우리들 하나 하나를 무한한 사랑으로 대해 주셨던 전형적인 선생님의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몽둥이로 맞기도 많이 맞았지만 그 매가 분명 사랑의 매라는 것을 모르는 아이들은 없었습니다. 그 때는 그런 선생님들의 모습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결코 당연한 행동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분들과의 관계를 왜 지속적으로 가져가지 못했나 하는 후회와 죄송함이 밀려오네요…….

 

선생님의 관심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1968하버드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인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과 미국에서 20년 이상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레노어 제이콥슨(Lenore Jacobson)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한 후,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한 반에서 20% 정도의 학생을 뽑았다. 그 학생들의 명단을 교사에게 주면서 '지적 능력이나 학업성취의 향상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라고 믿게 하였다.

8개월 후 이전과 같은 지능검사를 다시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명단에 속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평균 점수가 높게 나왔다. 뿐만 아니라 학교 성적도 크게 향상되었다. 명단에 오른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기대와 격려가 중요한 요인이었다. [출처] 피그말리온효과 | 두산백과

 

사전을 들쳐 보았습니다. ‘교육의 목적’에 대하여 이렇게 적혀있더군요, “교육의 목적은 전문적인 지적 능력을 갖춘 개인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는 능력을 갖춘 구성원들을 양성하는 것이다.”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지난 주, 신문의 톱 기사는 사회 약자계층 배려를 위해 만들어 둔 티오를 일부 부유층의 입학을 위해 편법조작을 하다가 들통이 난 영훈, 대원국제중학교 이야기가 큰 화제거리였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배우는데 있어서 만큼은 공평한 기회의 제공을 약속하고, ‘제자들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으로 히포크라테스 식의 선서를 마치신 분들에 한해 참 스승이라는 호칭을 부여하자는~ 이런 소박한 주장을 한다면…… 설마? 내가 너무 이상주의자인가요? 그러나 저는 확신합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참 스승이라는 호칭을 받아 마땅하다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참 스승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계시는 그 분들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가슴 깊이 존경합니다!

 

P.S: 벌써 5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그냥 보내기가 못내 아쉬워 우리 아이들과 부모님, 그리고 선생님을 소재로 3회에 걸쳐 저의 이야기를 써 보았습니다. 온통 제 이야기뿐이라 부끄러운 마음뿐입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