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반대의견이 묻히는 조직의 결과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3.12.04

Episode 1

2002년 용인시는 지방자치도시로서는 처음으로 경전철 건설이라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출발시켰다. 총 공사비는 1127억 원으로 용인의 구 도심지역에서 시작하여 기흥, 동백을 묶는 18,143km의 거리와 15개의 역사를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공사가 시작 된지 8년이 지난 2010년 용인에버라인은 전국최초의 경전철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완공은 되었지만 운행은 하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당초 1일 이용객의 숫자를 16만으로 상정하고 운영비 계획을 수립하였으나 1일 이용객이 많아야 1만 명이라는 새로운 보고서가 나오면서 사업주체인 용인경전 철 주식회사와 용인시 사이에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와 관련하여 분쟁이 생기게 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월 개통한 용인경전철의 1일 평균 이용객의 수는 8천명 선에 이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용인시는 매년 500억의 손실비용을 30년간 운영회사에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시작한 대한민국 최초의 경전철이라는 이름은 단군이래 최악의 민자사업이라는 치욕스런 타이틀로 바뀌게 되었다. 어쩌다 용인시는 이런 꼴이 되어 버린 것일까?

 

용인시는 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우리 집에서는 육안으로 경전철이 보이지는 않지만 차로 조금만 이동하면 경전철 노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지난 10년간 진행되는 공사현장을 보면서 항상 드는 의문점이 하나 있었다.

수익이 될까? 이용할 사람이 그 만큼 안될 텐데@@”

결과적으로 실제 이용객 수보다 20배가 부풀려진 조사결과로 인하여 공사는 GO사인을 받게 되었고 11년이 지난 지금 봇물 터지듯이 비리가 밝혀지면서 소송이 끊이지 않는 용인의 치욕사건이 되고 말았다.

 

얼마 전 이 사건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전해 듣게 되었다. 그 당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공무원이 실제 이용객 예상치가 너무 차이가 난다. 현장에 가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예상치를 부풀려도 너무 부풀렸다. 다시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내부의 분위기상 도저히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다들 알면서도 쉬쉬하는 분위기다.”라고 일부 지인들에게 말을 하였다고 한다.

 

Episode 2

1997 8 6 새벽 140(한국시간 0시40) 미국령 괌 상공에 서울을 출발한 대한항공 801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행기 안에는 당원 단합대회를 위해 24명의 당료들을 이끌고 비행기에 탑승한 4선의 민주당 신기하 의원(나하고는 그리 멀지 않은 친척이기도 했던 신의원은 차기 국회의장 감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호남지역에서는 인기가 높았기에 그 분의 죽음이 종친회에 몰고 온 파장은 실로 엄청났었다. 그 당시 망연자실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을 비롯하여 이제 방금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 여름휴가철을 맞아 여행을 온 피서객과 승무원 등 총 254명의 승객들이 이제 곧 도착할 낭만의 휴양지 괌을 떠올리며 조용히 착륙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비행기 밖의 상황은 심상치가 않았다. 전날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빗방울이 저녁에 들어서면서 굵은 장대비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만 것이다. 조정석 내부에 부착되어 있는 최저고도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고 계기판의 접근포기 신호등에는 빨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초조해진 부기장은 기장에게 고도를 올려야 합니다! 착륙을 포기해야 합니다!”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3분 후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가 싶더니 공항에서 남쪽으로 4.8km 떨어진 니미츠힐중턱 밀림에 결국 KAL 801편은 추락하고 만다. 기체가 세 동강이 나면서 주 날개의 연료탱크에 불이 붙었고 그 불로 인하여 탑승자 254명 가운데 229명이 사망하고 말았다. 화재 때문에 사망자 신원 확인도 쉽지 않았다. 나중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175명의 사망자 신원은 확인했지만, 54명은 시신을 찾을 수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사고 후, 사고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조사자료가 발표되었다. 결과는 피로에 지친 조종사와 괌 공항의 유도장치의 결함으로 일단락이 되었다. 그러나 토론토 출신의 말콤 글래드윌이라는 저널리스트가 흥미로운 사실하나를 발견했다. 블랙박스에 담긴 기장과 부기장의 대화내용을 청취한 말콤은 다음과 같은 추론을 하였고,

“10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기장의 일방적인 지시만 있을 뿐 부기장의 의견개진은 전혀 없었다. 부기장의 목소리라고는 , 알겠습니다. 맞습니다뿐이었다. 심지어 사고 10분전 위기의 상황에서 부기장이위험하지 않을까요?’ 라는 질문을 하기는 하였으나 기장의 문제없어!’라는 말 한마디에 입을 다물고 만다. 아마도 기장과 부기장 사이의 수직적 조직문화가 위험을 감지한 부기장에게 침묵을 강요한 것 같다.”

이 내용은 그의 명저 『아웃라이어』에 실리게 된다.

 

사례로 제시한 두 가지 이야기의 공통점은 불편한 내용에 대하여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조직문화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부당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알면서도 “NO”라는 말을 못하는 걸까? 전세계 IBM직원을 대상으로 각국의 문화차이를 조사한 홉스테드의(Hofstede) ‘문화차원이론으로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추론해 보고자 한다.

 

네델란드의 조직심리학자 홉스테드는 1980년 그의 저서 Culture` Consequence에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 문화를 4가지 차원으로 분류하였다. 이를 홉스테드모형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53개 국가 가운데 권력격차(Power Distance) 27, 불확실성 회피성향(Uncertainty Avoidance) 16위를 기록하였다. 권력격차는 상하간에 존재하는 권위를, 불확실성 회피성향은 난처한 상황에 빠질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성향을 의미하며 순위가 높을수록 강한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참고로 미국은 권력격차 38, 회피성향 43위를 기록하고 있다.

 

흥미로운 결과이다. “그래서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는 속담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결과이다. 하지만 반대의견에 대한 존중이 없는 사회나 조직은 결국 썩은 물이 되어 그 생명력을 잃고 만다는 역사가 주는 교훈을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아무런 의견개진 없이 리더의 일방적인 지시로 끝나는 회의문화를 두고 탁월한 리더십 덕분이라고 자화자찬하는 조직이 있다면 그 조직의 미래에 대해 의심을 해 보아야 한다. 세상에 완벽은 없는 법이다. 반대의견 하나 없는 조직이 과연 건전한 조직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냥 회피하는 것이라는 것을 왜 모를까? 서로 다른 의견일지라도 아무 편견 없이 자유롭게 받아들여지는 건전한 조직문화를 기대해 본다.

 

[B=F(P∙E)] 인간의 행동(Behavior)은 개인의 능력이나 성격(Personality)뿐만 아니라 그 직장을 조성하는 환경(Environment)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커트 루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