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부치지 못한 편지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3.11.13

신사장님 하시는 일이 직원들 교육시켜주는 겁니까?”

조직과 관련된 컨설팅, 교육, 진단이 저희의 주 업무입니다, 교육은 그 중에 하나고요^^”

교육이라…… 이런 말씀 드리기 뭐하지만, 직원들 교육시킬 필요가 있을까요? 머리 커지면 다른 데 월급 더 주는데 없나? 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회사 그만 둘 생각만 할 텐데요~ 그리고 솔직히 직원들한테 신경 써 주는 것도 매출이 잘 나와야 생각이 나지, 곳간 있는 곳에 인심 나온다고 나 먹을 것도 없는데 직원들 챙겨줄 생각이 들겠습니까?”

 

지난 주 일요일 단풍이 예쁘게 물든 경기도의 어느 골프장을 거닐면서 어느 중견기업 임원이 들려 주신 이야기다. 일요 라운딩은 왠 만하면 하지 않는 편인데 이름이 꽤 알려진 중견기업의 HR임원을 소개시켜 주겠다며 불러내는 선배의 꼬임에 빠져 결국 필드에 나가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그 기업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만 가지고 돌아오게 되었다. 왜냐하면, 요즘 실적이 좋지 않아 걱정이다라는 말과 함께 18홀 내내 직원들에 대한 불평과 불만만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적에 대한 고민 그 하나만 갖고 봤을 때, 그 문제는 우리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왜냐하면, 요즘 어디를 가나 불황 때문에 죽을 맛이다라는 말을 많이 듣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어봤지만 지금 보다 더한 적은 없었다고들 난리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의 지난 3년간 경제성장률은 20106.3%, 20113.7%, 20122%로서 매년 50%씩 하락하고 있으며, 시장경제를 대변하는 대중의 소비자심리지수도 과거 3년간 100을 넘었던 적이(100을 기준으로 Up이면 낙관적, Down이면 비관적) 거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는 88%의 고용창출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더 큰 데미지를 입히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 8월27 연합뉴스 보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10대 그룹의 2011년 매출액은 국내총생산(GDP) 77% 4분의 3을 넘어버렸다고 한다. 2002년 조사에서는 50%였다고 하니, 불과 10년 만에 4분의 3을 넘어버린 것이다. 그 중에서도 재계 1위 삼성그룹은 우리나라 GDP 22%, 2위 현대차그룹은 12.6%를 차지한다고 하니 삼성과 현대자동차에 줄 서야 그 나마 먹고 살 수 있다라는 술안주 대화가 사실은 농담이 아닌 진담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흔들림 없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게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다소 생소한 이름일지는 모르지만 한미파슨스, 마이다스아이티, 제니퍼소프트 등과 같이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수십 년간 다져온 탄탄한 기술력으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전진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불황이라고 말하는 이때, 누구는 하늘을 원망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고, 누구는 이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이런 주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놓을 수만 있어도 한국인 최초의 노벨 경제학상은 아니더라도 공중파 방송의 메인뉴스 시간을 차지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일찌감치 연구활동을 개시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미국의 유명한 경영컨설턴트인 짐콜린스이다. 그는 21명의 연구원을 동원하여 5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연구대상 기업에 대한 매출추이, 영업이익율, 주식수익율 등을 분석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성공기업과 실패기업을 분류하고 그 이유에 대한 원인분석을 하게 되었다. 그 연구결과를 담은 책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이다. 2001년 이 책이 발간된 후, 일본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 연구결과를 모아 2010 1월에 《일본의 지속적 성장기업(日本持続的成長企業)》이라는 책이 日本RMS라는 회사에 의해 발간되어 세간의 큰 주목을 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노력들이 많이 이루어졌으나 아직은 조직적이고도 전문적인 집단에 의해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단편적으로 이루어진 기존의 연구결과도 크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를 말하자면, 80년대까지는 우리나라 기업의 대부분은 자생적인 노력보다는 국가의 도움으로 규모를 키우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움을 되찾기 시작한 90년대 이후의 기업추이를 가지고 연구를 해야 하는데 아직은 시기가 빠르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어찌되었든 미국과 일본에서 연구 보고된 지속적 성장기업의 요건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사람()이다. 연구를 위해 들인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너무 간단한 결론이라 조금은 허무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결론은 사람()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직원들이 느끼고 있는 조직문화가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며, 그 조직문화는 회사마다 다 다르기에 딱히 이것이다라고 규정하기는 힘들지만 각 기업의 독창적인 조직문화의 코어에 자리잡은 공통분모는 구성원에 대한 존중이기 때문에 결국 사람이라는 단어로 귀결되는 것이다.

 

전문적인 연구를 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된 관계로…… 아쉬운 마음에 구인구직사이트로 유명한 잡코리아에 의뢰하여 간단한 설문조사를 해 보았다. ‘무엇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제목으로 잡코리아 구직회원을 대상으로 8월 중순쯤에 이틀간에 걸쳐 모바일설문을 실시하였고, 응답해 주신 분의 숫자는 2천명을 넘었다.

 

금번 설문의 하이라이트 항목인 기업의 실적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에 전체 직장인의 70%가 팀의 내부분위기를 지목한 반면, 외부환경이나 경영진의 능력과 같은 요소는 20%에 불과하였다는 점에서 사내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또한 상관관계 분석을 통하여 사내 분위기는 조직문화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내부에는 인정받고 싶고, 존중 받고 싶은 인간의 기본심리가 작용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비록 짐콜린스일본RMS’와 같이 특정기업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연구는 아니지만 결국 우리나라 기업도 지금과 같은 불황의 늪을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는 결국은 사람()’에 있음을 간접적으로나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직원들 교육이요? 머리 커지면 다른 데 월급 더 주는데 없나? 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회사 그만 둘 생각만 할 텐데~ 그딴 거 해서 뭐합니까? 실적도 안 좋은 판에!”라고 말씀하셨던 그 분에게 이 칼럼을 꼭 전해 주고 싶은데…… 아마도 부치지 못한 편지가 될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