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지식이 싸구려 취급 당하는 국가의 말로(末路)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3.11.06

어느 대기업 교육 팀에서 잘 나가던 친구가 하나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홀연히 산 속으로 들어갔다. 3개월간의 칩거가 끝나고 그는 산에서 내려오자 마자 나를 찾아왔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프로그램이니 시장 가능성을 꼼꼼히 체크해 달라는 주문과 함께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이런 말도 함께 덧붙였다. “고생 끝, 행복시작! 이제 우리 가족들 웃는 일만 남았어(^^*)”

 

한동안 그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가 만든 리더십 프로그램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세종대왕과 이순신이라는 두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대충 만들어도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두 인물을 주제로 했다는 점과 10년을 넘게 연구한 전문가의 숨결이 고스란히 묻어 난 내용의 촘촘함이 HR부서에 있는 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 희망은 1년을 넘지 못했다. 한창 뜨거운 고객의 반응으로 잔뜩 흥분에 들떠있던 그에게 여기 저기서 이상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엊그제 A사로부터 도입한 연수과정 중에 당신이 지난 번 보여준 프로그램의 컨텐츠 일부가 들어있던데, 혹시 A사의 모듈을 카피 한 것이 아니냐는 확인 전화가 주변에서 걸려오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그는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가 만든 동영상과 자료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불안함에 휩싸인 그는 부랴부랴 법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때는 이미 늦어 버렸고, 남의 지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훔쳐 쓰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과 황당한 상황에서도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감으로 심한 자괴감에 빠지게 되었고, 결국 고향으로 낙향하여 조용히 농사를 지으며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경제규모 세계 12위의 자랑스런 대한민국은 남이 만들어 놓은 유∙무형의 지식을 사용함에 있어서 무지(無知)를 떠나 개념자체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강남역과 같이 많은 인파가 붐비는 지하철역 입구에는 지금 한창 상영중인 최신작이 단돈 500원에 버젓이 팔리고 있는가 하면, 그 옆에서는 100년을 공들여 만든 해외 유명브랜드의 상표가 만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구두, 벨트, 가방에 붙어서 도로변에서 오고 가는 시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피와 땀으로 평생을 공들여 만들어 놓은 지식을 아무 죄의식도 없이 도둑질하는 현상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부르짖는 민간기업에게서도 흔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사무용 SW연합회가 2012년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회사에서 사용하는 SW 40%가 정품이 아니라고(일본20%, 중국77%) 하니 그 누가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여 오리지널을 만들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지식가치에 대한 무지(無知)로 인하여 고사(枯死)직전에 놓인 생태계가 있다. 바로 출판계라고 한다. 얼마 전에 만난 후배가 들려 준 이야기다.

선배님, 요즘 출판계가 난리가 아니에요. 10년이 넘게 이 바닥에 있었지만 지금처럼 최악인 때도 없었던 것 같아요!”

아니, ? 책 판매량이라는 것이 일정하지 않아? 안 읽던 사람이 읽을 리도 없고, 마찬가지로 꾸준히 책을 읽던 사람이 독서를 뚝 끊을 리도 없고!”

말씀하신 데로 독자들 수에 대한 변화는 크지 않아요, 문제는 e-Book 때문에 매장판매가 30% 정도 떨어지게 되었고 그 만큼 수익이 줄어든 거니까요

매장판매는 떨어 졌어도 대신 e-Book 수익금이 그 만큼 커버해 주지 않아?”

다들 그걸 기대했었는데요, 사람들이 돈을 주고 안 산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지요!”

돈을 주고 안 사면? @.@”

누군가 암호를 풀고 카피해서 무단으로 뿌리는 거죠,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별로 죄의식도 없어요. 그런데 출판사 입장에서 보면 e-Book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돈은 돈대로 투자했죠, 오프라인에서는 그 만큼의 독자가 감소했죠, 그러니 죽을 맛인 거죠(∏∙∏).”

 

지식이나 노하우를 스스로의 힘으로 축적하려는 노력은 전혀 안하고 남이 만들어 논 것만 가져다 쓰다가 망해버린 국가가 하나 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공화국이다. 희귀광물인 인광석이 발견되면서부터 하루아침에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부자나라가 되었고, 그 때부터 모든 생필품을 해외에서 사오기 시작했다. 스스로 만드는 것 보다 사오는 것이 더 편리하고 단가가 싸게 먹혔기 때문이다. 더 이상 국내의 생산시설은 가동이 되지 않았고 국민들은 만들기 위해 생각하는 사고의 메커니즘을 끊어 버렸다.

 

풍요로운 20년의 시간이 흐른 후, 2000년대에 들어서 그들의 富를 지탱했던 인광석이 바닥이 나 버렸다. 더 이상 해외에서 물건을 들여 올 상황이 못 됨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생산시설이라고는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어, 심각한 물자 부족현상에 직면하게 되었다. 일자리 또한 있을 리가 없었다. 한 때,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을 앞질렀던 나우루공화국은 지금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해 있다.

 

우리라고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과 같이 남이 쌓아온 지식에 대한 존중이 등한시 여겨지고 있는 사회현상이 계속된다면 더 이상 창의적 상품은 나오기 힘들 것이며 우리의 창의력은 고사위기(枯死危機)에 처할 것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축적된 지식이 싸구려 취급 당하고 창의력이 죽어버린 나라의 말로(末路)는 나우루공화국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더 늦기 전에 지식과 지혜가 존중 받는 정상적인 사회로의 전환을 기대해 본다.

 

존 멕스웰 목사의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P305에서 발췌-

어느 회사에서 설비 고장으로 생산이 아예 중단되자 전문가를 불러 생산설비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전문가는 작은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나타났다. 몇 분 동안 말없이 기계주위를 맴돌던 그는 기계의 어느 한 부분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는 그곳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가방에서 작은 망치를 꺼내 살살 두드렸다. 그러자 기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고 전문가는 조용히 자리를 떴다.

다음날 청구서를 받은 설비 담당자는 얼굴이 시뻘개졌다. 수리비가 무려 1,000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장 전문가에게 메일을 보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상세한 명세서를 보내주지 않으면 절대로 지급할 수 없습니다.”

곧바로 다음과 같은 청구서가 도착했다.

망치질 - 1달러, 망치질이 필요한 지점을 파악한 것 - 999달러

이것이 바로 지혜의 값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