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그는 죽어도 모를 것이다.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3.10.31

몇 일전 어느 기업체 미팅에서 있었던 일이다. 미팅을 요청한 최00 부장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조직의 이기주의에 대해 좋은 대처방안이 없나 고민하고 있던 터에 우리를 찾게 되었고 한창 관련 얘기를 하다가 담당임원의 호출로 잠시 브레이크 타임을 갖게 되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자리로 돌아 온 최00 부장의 얼굴 표정이 영 밝지가 않길래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조용히 물어 보았다.

“사실 오늘 부서 직원의 아버님 상이 있어 부서원들 전체가 저녁에 내려가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근데요?
“담당임원이, 바쁜 시즌에 뭐 하러 전부 다 몰려가느냐고, 왕복 10시간X5명이면 50시간을 버리는 거라고, 대표로 한 사람만 내려가고 나머지는 조의금 모아서 보내라고 하시네요…….
“상가가 어디인데요?
“경남 통영이요. 좀 멀기는 하죠(^^;), 그래도 같이 한 솥 밥을 먹는 직원의 아버님이 돌아가신 건데 꼴랑 조의금만 보내는 건 아니다 싶어 임원에게 이건 아니지 않냐고 말씀 드렸다가 혼만 났네요, 요즘 저희 회사 슬로건이‘비효율적인 행동은 조직을 죽이는 거다!’ 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점점 드라이 해 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그래도 그렇지…… 직원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그걸 시간적인 낭비로 계산하면 되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50시간을 허공에 날리는 것도 너무 아깝긴 하네…… 하는 생각을 하며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지하철 역에서 우연히 퇴근하는 우리 직원을 만나게 되었다. 그 직원은 우리 회사에서 유일하게 육아를 담당하며 부서를 이끄는 멤버로서 여직원들 모두가 롤모델로 생각하는 영업팀의 왕언니이다. 우리는 그녀에게 한 없는 존경과 애정을 담아‘열혈 주부사원’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

“어@_@, 열혈주부사원 웬일이야? 이렇게 빨리 퇴근하고, 그래 좋은 일이야~, 제발 빨리 좀 퇴근해라~, 애가 얼마나 엄마 보고 싶겠냐?

“처리할 업무가 산처럼 쌓였는데, 내일 꼬마애가 유치원에서 소풍 간다고 해서 김밥 재료 때문에 일찍 가는 거예요, 사장님~ 사무실로 가시는 거죠? 들어가거든, 이것 좀 체크해 주세요.
“김밥나라에서 사서 보내면 되잖아, 거기 김밥도 맛있어!
“에이~ 그래도 어떻게 애가 소풍 가서 먹을 김밥을 사서 보내요~ 그러면 안되죠! 일단 재료 사 놓고 내일 새벽에 일어나서 맛있게 만들어서 보낼 거예요!

순간,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구나! 〈효율성과 비효율성〉의 문제가 아니었구나! 문제는 조직을 위하는 마음, 멤버를 위하는 마음이 들어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였던 거구나!’ 요즘 HR의 화두인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면서, 지난 주 있었던 사건까지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어느 중견기업의 팀장 교육을 하는데 모 팀장이 조용히 다가와 이런 하소연을 하는 것이었다. “우리 팀에서 12일 워크숍을 가는데 일정을 금, 토로 하였더니 ‘왜 토요일까지 회사일로 희생해야 하느냐’며 만나는 사람마다 내 욕을 해대고 다니는 직원 때문에 화가 나 죽겠습니다.


그 친구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적어도 주말만큼은 회사를 떠나서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은 것이고, 개인적인 취미생활로 에너지의 재충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토요일까지 회사일로 얽매이기 싫다”라고 말하는 A직원과 “토요일이긴 하지만 평일은 기존 업무 때문에 시간을 빼기가 힘드니 어쩔 수 없지 않나요?” 라고 말하는 B직원이 있다면 어느 쪽에 더 마음이 갈까? 이렇게 질문하면 너무 쉬운 답이 나올 것 같아 이 사례를 가지고 그 자리에 모인 팀장들을 상대로 이렇게 질문을 바꾸어서 물어 보았다.

A는 다소 이기적이긴 하지만 실력은 매우 뛰어나서 없으면 팀의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반면, B는 항상 팀의 상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동료의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력은 별로여서 지금 사라진다고 해도 팀의 실적에는 전혀 영향이 없습니다. A, B 둘 중에 어느 하나하고만 일할 수 있다면 누구를 택하시겠습니까?


사실 이런 질문을 던지기 전에 나름대로 예측을 해 보았다. 아마도 반, 반 정도의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결과는 1:9의 압도적인 표차로 B를 선택하는 팀장이 많았다. 이유를 물어 보았더니, “실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진실되고 겸손한 친구가 낳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싸가지가 없는 놈은 마음이 불편해서 무지하게 스트레스 받을 것 같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사에서는 ‘싸가지’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대신에 에티튜드Attitude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 굳이 우리 말로 번역하면 ‘태도’라고나 할까? 하지만 태도하고도 조금 다르다. 태도는 눈에 보이는 행동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한다면, 에티튜드Attitude는 그 태도가 발현되기 이 전의 의도나 진정성을 의미한다. 너무 세부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냥 태도라는 표현으로 대신하겠다. 주변을 둘러보면 실력은 매우 좋은데, 이상하게 승진에서는 답보상태인 친구들이 더러 있다. 아마도 승진대상자로 심사를 받던 와 중에 평소의 태도가 문제가 되어 누군가로부터 브레이크가 걸렸을 확률이 높다
.

일반적으로 태도는 조직에서 평가의 항목에 집어넣을 수가 있다. 이름은 달라도 태도고가, 행동고가, 역량고가 등이 추구하는 평가의 요소는 주어진 테스크를 수행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였고 어떤 프로세스를 밟았느냐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평가항목화 하여 계수화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태도로 발현되기 이전의 생각이나 의도, 이런 것들은 정량적인 데이터로 구현하기가 어렵다. 단지 사람이 느끼는 감정으로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필요한 평가보상으로 연계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이다
.

그런데, 어찌 보면 너무나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으로 보이는 이런 터무니없는 항목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꼭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는 열쇠가 되어 버린다. 얼마 전, 사업부 폐쇄로 멤버전원이 회사를 떠나게 될 상황에 처한 어느 중견기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대상이 된 부장급 이상 몇 직원들의 리스트를 펼쳐놓고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내 보낼 지에 대한 회의가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

흥미로웠던 점은 권고사직의 대상이 된 A부장과 조직에 남아 신규사업부를 책임지게 될 B부장의 운명을 가른 기준은 고과점수도 실적도 아닌, 조직에 대한 평소의 태도, 즉 에티튜드Attitude였던 것이다. 하지만 A부장에게 하달된 이유는 실적부진으로 인한 극심한 경영난이었으니 그는 죽을 때까지도 그가 잘려나간 진짜 이유를 모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