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거짓말을 강요하는 회사 1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02.11

한동안 매서운 칼 바람이 불어오더니 오늘 아침은 아침 햇살이 따사로이 창가로 들어온다. 전날 마신 술이 아직 남아있는지 해가 중천에 올랐는데도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뭉그적거린다. 일어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핸드폰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린다. 친구 동한이다.

“경수야~ 너 혹시 경찰서나 검찰에 아는 사람 있냐?”
“왜? 없는데~ 그런데 하고 친하게 지내면 안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사람이 누군데 그래! 근데 갑자기 왜 이런 주말아침에 경찰을 찾아?”
“내가 엊그제 시골을 다녀왔는데 노인네가 300백만이나 주고 전기장판을 사셨더라고, 근데 이게 딱 보니까 시중에서 파는 30만 원짜리 장판보다도 못하는 거야. 그래서 환불할라고 찾아갔더니, 담당자가 퇴직해서 조치를 취해 줄 수 없는 상황이라 하네. 주변에 알아보니 유명한 다단계회사더라고, 일단 경찰에 신고는 해 두긴 했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아는 사람 있으면 부탁 좀 하려고~”
“알았어, 알아볼게! 어머니께서는 어떠셔?”
“괜찮다고 하는데도, 자식들 볼 면목이 없으시다고……식사도 안 하시네……”

알아보겠노라고 말을 하고서 전화를 끊긴 했지만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니었다. 살아가면서 주변에 경찰, 의사 한 명씩은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선배들의 말을 떠올리면서 ‘혹시 누구 없나?’하고 핸드폰 주소록을 만지 작 거리고 있는데, “잠 다 깼으면 분위기 있는 카페에 바람이나 쐬러 가요~”라고 아내가 끼어든다. 모처럼만에 찾아 온 포근한 주말이라 집에만 있기가 아까웠던 모양이다.

옷을 챙겨 입고 나오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경찰, 검찰’로 가득했지만 오랜 만의 아내와의 데이트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내일 출근하면 알아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특별히 목적지를 생각하고 나온 게 아니라서 어디가 좋을까 하고 생각하던 터에 마침 집 근처에 대규모로 조성되고 있는 광교호수공원이 생각이 났다. 일산호수공원의 2배 크기로 만들어진 광교는 호수를 끼고 신도시가 조성되고 있어 근처 주민들에게는 꽤나 인기 있는 명소이다.

근처에 이르자, 저 멀리 큼지막한 광고판 하나가 눈에 띈다. 〈전망 좋은 2층에서 호숫가를 바라보며 무료커피를 즐기세요!〉그렇지 않아도 분위기 있는 카페를 찾던 중에 잘 됐다 싶어(그것도 공짜라 ^^;) 간판에 표시된 지도를 따라 발걸음을 옮겨본다.

지도를 따라 다다른 곳은 잘생긴 모델하우스, 광교호수 근처에 들어설 예정인 어느 유명건설회사의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 분양을 위한 모델하우스 건물이었다. 새집에서 살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던 아내의 모습이 생각나 공짜커피도 마시고, 진지하게 새집으로의 이사도 고민해 볼 겸 해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사실 지금의 집에 이사온 지도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라 슬슬 이사할 때도 되었기 때문이다.

들어가자 마자 안내된 곳은 시청각실, 일단은 10분짜리 홍보동영상을 무조건 보아야 한다고 한다. 근데 그 내용이 영 탐탁지가 않다. ‘이런 아파트가 됩니다!’라고 소개한 동영상 속의 화면들이 전부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배경으로 한 장면들로 이곳 지리를 잘 아는 나로서는 이미지가 잘 매칭이 되지 않았다.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느껴졌다.

과장(誇張)이 너무 심한데……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밖으로 나오는데 처음 입구에서 우리를 안내하던 직원이 다가와 각각의 사이즈로 준비된 실내 모습을 안내하기 시작한다. 어찌 되었든 새 아파트라 그런지 내부 모습은 너무 잘 꾸며져 있었다. 너무 예쁘다며 감탄해 마지 않은 아내를 앞에 두고 담당직원이 이렇게 말한다.

“사모님~ 아파트가 주변시세에 비하여 가격이 1억이나 싸게 분양되고 있어요! 이럴 때 장만해 두시면 돈 버시는 겁니다. 완공되고 바로 팔아도 1억 정도는 남기실 수 있을 거예요~ 너무 아까워서 저도 하나 장만해 두었답니다. 벌써 다 나가고 남은 건 겨우 10개 밖에 안 되고, 아마 이것도 오늘 중으로 다 나갈 거에요~ 서두르셔야 합니다!”
마음이 동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큰 돈이라, 좀더 신중히 생각하기로 마음먹고 자리를 뜨려는데 “이거 놓치면 손해다!”라고 연거푸 강조한다.

“이 분들 참 열심이시네~ 맞아! 일을 하려면 저렇게 적극적으로 해야 돼! 저 분들 사장님에게 편지라도 써 보낼까?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직원 분들을 둔 사장님은 너무 행복하신 분이라고 써서 여기 계신 분들 칭찬받게 해 드려야지!”
라는 순진한(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을 하며 기대하던 ‘호수가 보이는 곳에서의 무료커피’를 즐기기 위해 2층으로 향한다.

높았던 기대가 틀어졌을 때의 허무함이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적당한 말이 생각이 나질 않았다. 막상 올라와 본 2층은 기대했던 호수는 전혀 보이질 않고 사방이 온통 막혀있어 답답하기만 하였다. 나보다도 아내의 실망이 큰 것 같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여기 앉아서 아까 그 아파트 얘기나 하고 가요~ 계약할까요? 10개 밖에 안 남았다고 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떠세요?”

순간 친한 학교후배인 주영이가 생각이 났다.
“당신 주영이 알지? 걔가 부동산 회사에 있잖아! 주영이한테 물어보면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하며 후배한테 전화를 걸어본다.
“주영아~ 이러저러해서 여기 계약을 할까 하는데 네 의견은 어때?”라는 나의 질문에 주영이가 이렇게 말한다.

 

                                                                                                                                             - Part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