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찾아라!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01.15

수그러들 것 같지 않던 뜨거운 태양의 힘이 조금씩 그 힘을 잃어가던 2011년의 가을, 초고층 빌딩숲으로 둘러싸인 강남의 어느 웅장한 건물에 자리잡은 반도체 부품제조 A사의 회의실에서는 지금 한 창 미국에서 학위를 딴 입사후보자 들에 대한 면접이 점점 열기를 더해 가고 있었다. 잘 알려진 미국의 유명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전도유망한 청년들을 앞에 두고 면접관들은 미리 준비해온 질문을 퍼 붇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면접에 불과할 뿐, 내부적으로는 이미 채용이 확정된 상태였다.

 

그 때를 회상하며 면접을 주관했던 인사팀 주환 부장(가명)은 이렇게 회상한다.

“저희 사장님이 미국 유명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친구들을 워낙 좋아해서요. 이력서가 들어오면 면접이고 뭐고 필요가 없어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어떻게 하면 도망가지 못하게 잡아둘까 하는 게 저의 고민이었지요. 평소라면 10장도 받기 힘든 이력서가 리먼사태의 영향으로 3~4배 정도 제 책상에 쌓였던 기억이 납니다.

 

참고로 2012년 미국과학재단(NSF)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미국 이공계 대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인 연구원 중 미국 내 체류비율은 1996~1999 30.4%에서 2004~2007 43.1%로 높아졌다가 2010~2011 35%로 다시 줄어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리먼사태로 인하여 미 본토의 취업시장에 본격적인 한파가 밀어닥치자 어쩔 수 없이 유턴현상이 생기게 되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라고 볼 수 있다.

 

유학생들의 대대적인 국내복귀현상이 발생한지도 3, 그들은 지금 잘 적응하고 지내는지 궁금하여 주변에 알고 지내는 채용담당자 몇 명에게 전화를 걸어 그 결과를 확인해 보았다. 3개 기업에 전화를 걸어 확인한 숫자에 따르면, 2010~2012년 사이 채용한 미국 IVY리그 출신자 및 기타대학 박사학위 소지자의 숫자는 총 19, 그 중에서 아직까지 근무하고 있는 숫자는 5명에 불과하였다.

 

도대체 그 많던 유학생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리고 불과 3년도 안된 기간에 왜 모두 그만두게 된 것일까? 물론 모집단의 숫자가 너무 적어서 객관적인 데이터로 인정하기에는 신뢰도에 큰 무리가 있다. 하지만 막연하게 느끼고 있던 궁금증을 더욱 더 자극하는 촉매제가 되었음 에는 틀림이 없다.

 

“현장에서는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던 결과가 아닐까요? 채용하는 입장에서는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우선순위를 두고 채용을 하였는데 막상 현장에서 일을 시켜보니 국내파하고 별 차이도 없고 심지어는 더 떨어지는 애들도 수두룩하고…… 뭐 그런 불협화음에서 조직을 떠나는 애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런 시행착오를 겪고도 우리 사장은 여전히 해외파를 선호하네요, 쩝쩝(^^;)

어느 대기업 채용담당 부장의 말이다.

 

유명대학 출신자 선호현상은 중소기업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에 아는 후배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건실한 중소기업의 HR 책임자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지난 달 연말 송년회 겸하여 오랜 만에 이 후배와 저녁에 만날 일이 생겼다.

“어때? 새로 옮긴 회사는......일은 할 만해?”라고 묻는 나의 질문에,

“비전도 있고 사람들도 좋고, 다 좋은데......HR 책임자이기 때문에 느끼는 애로사항이

딱 하나 있어요……”

“뭔데?

“직원을 채용함에 있어서 우리 사장님의 S대학교에 대한 애착이 너무 심해서 곤란할 때가있어요!

“그건 또 뭔 말이야?

“우리 사장님은 일단 이력서에 S대라는 글자가 있으면 무조건 채용하고 봅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오래 못 있을 친구라는 감()이 오는데도 다른 직원들과 형평에 어긋나는 조건을 제시하면서까지 채용에 집착하시는 것을 보면 담당자로서 너무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역시 그렇게 해서 들어온 친구들은 현장부적응으로 6개월도 못 가더라고요!

“방금 말한 그런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사장님을 설득해 보지 그래?

“글쎄요, 효과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뭔가 선입견을 갖고 계시는 것 같은데, 그런 분에게는 말해봐야 소용없지 않을까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분이신 것 같은데(^^;)

 

순간, 연세대학교 언론홍보학부 김주환 교수와 함께 했던 실험 하나가 생각이 났다. 바로 ‘투명 고릴라(The Invisible Gorilla) 실험’으로 최초의 실험자는 미국의 인지심리학자인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유니언칼리지대)교수와 대니얼 사이먼스(일리노이대)교수로 1999년 하버드대 심리학과 건물에서 이루어졌으며 이후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2011년 어느 봄날, 자신의 저서 『회복탄력성』의 강의를 위해 우리회사를 방문한 김주환 교수는 이‘투명 고릴라(The Invisible Gorilla) 실험’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신사장님도 못 보셨군요(^^*), 여기 계신 분들이 대략 30명쯤 되지요? 그 중에서 고릴라를 보신 분이 체10명도 되지 않습니다. 경험하셨듯이 뭔가가 뇌리에 박히면 다른 것들은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그 만큼 선입견이라는 놈이 무서운 놈입니다. 사물을 좀 더 객관적으로 다양하게 보려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고릴라 연구는 우리의 생각에 관한 큰 오류를 일깨우게 해 준다. 우리의 뇌 속에 무엇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그 무엇은 앵커효과Anchor Effect를 발휘하게 되고 그 주변에 위치한 모든 사물들은 사라져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조직을 관리하고 있는 매니저의 거의 대부분이 “출신대학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관건이다!”라고 같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는 반면, 70년대 학교를 다녔던 사장님에게 있어서 유명대학의 간판은 아직도 사람을 평가하는 절대기준으로 뿌리깊게 작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강산이 3번이나 바뀐 이제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보기 위해 노력하는 선배님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