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이순신을 그리워하는 이유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04.28

요즘 검색단어 중에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단어는 ‘리더십’이다. 내친김에‘리더십’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도서검색을 해 보았다. 발간된 도서숫자로 보면 ‘자기계발’ 다음으로 숫자가 많다. 1년에만 우리나라에서 수백 권씩 쏟아져 나온다는 말을 출판업에 계시는 분으로부터 들은 것 같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는 법, 그만큼 찾는 독자들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은 어떤 리더를 좋아할까?

 

당연, 우리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리더십’의 주인공은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이다. 오죽하면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두 분을 주제로 한 스토리는 아무리 못해도 본전은 한다” 라는 말이 있을까. 뻔히 아는 스토리인데도 몇 번을 읽어도 행복하고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어떤 리더의 유형이 사랑을 받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다음은 중국 위()나라의 ‘오기’ 라는 어느 장군의 일화로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리더의 이야기이다. BC400년 춘추전국시대초기 중국의 위()나라에 오기라는 장군이 있었다. 오기 장군은 최고 사령관인데도 불구하고 평소에 말을 잘 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먹을 식량과 군복을 배낭에 넣어서 짊어지고 다녔다. 잠을 잘 때는 자리를 깔고 자지 않았으며, 행군할 때는 말이나 수레를 타지 않고 자기 먹을 식량을 직접 가지고 다니는 등 사졸들과 수고로움을 함께 나누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기 장군은 등에 난 종기 때문에 사경을 헤매는 한 병사를 발견하였다. 그는 담당 부대장에게 물었다.
“부대장, 저 병사의 종기를 왜 치료를 해 주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는 거요?
“사령관님, 그 병사의 종기는 악성이라서 치료할 약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저 병사를 죽게 내버려둘 작정이요? 뭔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봐야 하는 것이 아니오?
“사령관님, 전쟁을 하다 보면 병사 한두 명 죽는 것은 다반사인데, 어떻게 일일이 다 신경을 쓴단 말입니까?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요! 그 병사가 당신의 자식이라도 그렇게 생각을 하겠소!
라고 불같이 화를 내며, 물을 떠오라고 지시를 하더니 병사의 웃옷을 벗기었다.

 

그리고 나서 물로 종기 부위를 씻어낸 다음 칼로 그 곳을 찢고는 입으로 힘차게 빨기 시작했다. 한참을 빤 뒤 한 종지나 되는 누런 고름을 입에서 뱉어냈다. 오기 장군은 물로 입 안을 행군 뒤, 붉은 피가 나올 때까지 상처를 계속 빨아 주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모든 병사들이 오기 장군 앞에 무릎을 꿇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손자오기열전」

 

다음의 사례는 리더십강의를 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어느 탐험가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유럽에서는 이분과 관련된 일화가 1930년대부터 퍼지기 시작하였고, 1950년에 들어 이분의 일화가 책으로 출간되면서 ‘링컨’ 다음으로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리더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2001년 『새클턴의 위대한 항해』라는 이름으로 번역서가 발간되면서 모든 리더십 강의에 단골처럼 등장하게 된다.

 

최초의 남극점 정복은 노르웨이의 아문센이 이루었다. 아쉽게도 새클턴의 선배 스콧도 이 기록을 깨지 못하고 남극에서 비극적으로 운명한다. 그러자 새클턴은 남극점 정복대신 남극 대륙 횡단을 계획한다. 그는 27명의 대원과 함께 범선 ‘인듀어런스호’ 를 타고 세 번째 남극 탐험 장정을 떠난다. 인듀어런스호는 새클턴을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탐험가, 지도자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비록 대륙 횡단은 하지 못했지만, 남극 빙벽에서 634일을 견디고 전 대원이 무사히 귀환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세 번째 탐험을 ‘위대한 실패’, 혹은 ‘위대한 항해’ 라 부르면서 지금도 그의 정신을 추모한다. 아문센과 스콧의 그늘에 가려 있던 새클턴, 그런데 왜 우리는 그를 위대한 탐험가로 추앙하는가? 그의 일대기를 살펴보면 이유가 확실하다. 그리고 새클턴 마니아가 되고 만다.

 

다음은 새클턴의 대원 중 한 명이 기록한 일기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먹을 것이 다 떨어져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새클턴은 은밀히 자신의 아침 식사용 비스킷을 내게 내밀었다.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이처럼 철저하게 관용과 동정을 보여 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죽어도 새클턴의 이런 마음을 잊지 못할 것이다. 수천 파운드(pound)의 돈으로도 결코 그 한 개의 비스킷을 살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다음은 새클턴의 항해일기에 기록된 내용이다.

“마지막 남은 비스킷 한 봉지씩을 대원들에게 나눠 준 날 밤이었다. 모두가 잠이 들었는데 나 혼자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눈을 뜨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살그머니 일어나더니 자기 옆에 자는 친구의 비스킷(biscuit) 봉지를 끌어당기는 것이 아닌가! ‘친구의 것을 훔치려 들다니 이런 나쁜 놈이 있나’하고 소리를 질러 꾸짖으려고 하는 찰라 그 사람은 훔쳐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봉지에서 비스킷을 꺼내 친구의 봉지에 넣고 있었다. 그날 밤 나는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흐르는 눈물 때문에……-「새클턴의 위대한 항해」

 

미시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리처드니스벳(Richard Nisbett)교수는 동양과 서양의 사고의 차이를 연구한 후, 출간한 『생각의지도』에서 “공자의 후손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후손들은 가치관이나 사고체계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서양은 그리스의 ‘자유’ 에서, 동양은 중국의 ‘관계’ 문화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였다. 그래서 동양은 장군의 이야기가 많은 반면, 서양은 탐험가의 이야기가 많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아하는 리더의 직업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 리더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심성은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나를 따르는 사람들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이 공통된 리더십의 기본골격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것을 ‘부모의 마음’ 이라 부르고 싶다. 나는 감히 이런 심성이 우리사회는 물론, 기업의 조직관리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리더십의 요체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부모의 마음에는 ‘팔로워를 위한 맹목적인 희생과 엄격한 훈육’ 이 동시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이순신 장군이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