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Heart to Heart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03.18

2012년10월19일 야후 코리아는,
“올해 말 한국 시장에서의 모든 비즈니스를 종료하고 철수합니다.”라고 짤막하게 공식성명을 발표했다.

1994년 제리양에 의해 설립된 야후는 1997년 전세계에서 7번째로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2000년대 초반 국내 포털업계 1위를 차지하면서 인터넷 검색시장 점유율 80%까지 차지하는 등 한 때는 국내 최고의 포털이었다. 하지만 2012년의 야후는 한국시장에서 네이버가 80%, 다음이 20%인데 비해 1%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처지로 전락해 버렸다.

야후 코리아와 우리회사의 거리는 30M 정도로 걸어서 채 5분도 안 된다. 그곳에 근무하고 있는 인사팀 직원들과는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사이인지라 시간이 비어 있을 때는 가끔 방문하여 커피도 마시고 외국계 회사의 인사에 관한 이야기도 진지하게 나누기도 한다. 지난 번 게재한 21번째 칼럼 ‘당신의 조직에는 뜨거운 동료애가 흐르고 있나요?’의 모티브를 제공한 회사도 야후였다.

칼럼이 나가고 다음 날 점심때 우연히 식당에서 만난 인사팀 직원들이 “신대표님, 오늘 그 칼럼 혹시 저희 회사 이야기 아니에요? 저희들한테 들은 이야기를 소재로 하신 것 같은데……너무 잔인하게 묘사하셔서 보스가 알면 저희들 회사 그만둬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속은 시원했어요^^!” 라고 말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그들은 지금 여기에 없다. 아니 그들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야후 코리아 자체가 사라졌다. 그들이 철수를 발표한 날, 식당에서 또 그들과 마주쳤다. 내가 먼저 말을 건 냈다.
“오늘 아침기사 봤습니다. 한국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다고…….”
“신대표님~ 들어보세요! 말이 됩니까? 인사부서에 있는 우리조차도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는 사실을 오늘 아침에야 알았다는 사실이, 더 기가 막힌 건 정해진 퇴직금 이외에 그 어떤 요구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개인별로 전부 받아 놓으라고 하네요! ”
라고 말하며 서운한 감정을 토로한다.

아래는 그 당시의 상황을 묘사한 신문기사의 내용이다.
‘야후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보여준 모습은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한국 임직원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을 줬다. 
로즈 짜오 아시아ㆍ태평양담당 수석 부사장은 철수 발표 2시간 전 야후 코리아 카페테리아로 직원들을 부른 뒤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 그 동안 수고했다” 는 내용의 발언을 5분 가량 한 뒤 바로 떠났다. 야후 코리아 임직원들은 짜오 수석 부사장이 보디가드까지 대동한 것에 대해 지금도 분을 참지 못하고 있다.
엔리케 데 카스트로 야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야후 코리아 직원들이 요청한 컨퍼런스콜에 응했으나 미리 준비한 문서만 일방적으로 읽기만 했다. 야후 대만에 파견을 나가 일하던 한국 직원들은 철수발표 당일 해고 통지를 받아 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한국으로 쫓겨났다.
야후 코리아 직원은 “10년 넘게 야후 코리아에서 일해온 임직원들을 무례하게 대하는 회사가 꼴도 보기 싫다” 며 “직원들 대부분은 회사에 대한 애착이 더 이상 없다” 고 토로했다.’
- <한국경제신문 2012/11/19>

같은 해인 2012년12월10일 모토로라 코리아도 철수를 발표했다.
“저희는 2013년 2월 한국시장을 철수합니다. 현재 남아있는 400명의 직원들에게는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금 외에 보상금을 추가로 지급할 것입니다. 남아있는 국내사용자에 대한 A/S는 협력회사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입니다.”
라고 발표했다. 1988년도부터 한국시장에서 핸드폰 판매를 시작한 모토로라는 업계 부동의 1위를 지켜왔지만 결국은 구글에 인수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6개월 동안 그들은 모든 업무를 남아있는 직원들에 대한 재취업과 보상에 할애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지는 않지만 회사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살 길을 모색해 주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크게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고객 A/S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어 오히려 마음이 편합니다.” 라는 이야기를 인터뷰 했던 어느 개발자로부터 듣고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아름다운 향기는 소리 없이 퍼진다고 했던가?
지난 가을, 일산 출판단지에서 우리를 도와주는 북21의 담당자를 만나는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신대표님! 세상에 이런 회사가 다 있네요. 한 번 들어보시고 다음에 꼭 칼럼으로 써 주세요”
“어떤 회사인데요?”
“제 동생이 모토로라 코리아에 다니는데요, 아시다시피 모토로라가 철수하잖아요~ 근데 철수하기 3개월 전에 직원들에게 통보하고 철수하고 나서도 6개월 동안 다른 일자리 알아봐주고~ 세상에 그런 회사가 어디 있나 싶어서~ 역시 외국계회사는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 동생이 그러더라고요~ 비록 어쩔 수 없이 조직을 떠나게는 되었지만 어디 있던지 모토로라가 보여준 따뜻한 마음은 영원히 못 잊을 거라고^^*”

사람이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 사람이기 때문에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 이건 회사가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직원을 평소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기업문화와 관련된 문제이다. 미래학자인 엘빈토플러는 이렇게 말했다. “미래사회는 인간의 지능을 컴퓨터가 대신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슈퍼컴퓨터도 인간이 느끼는 ‘Hear to Heart’ 의 감정만큼은 절대로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P.S: 사실 그 당시 모토로라 직원의 재취업에 전력을 기울이셨던 분은 변연배 전무라는 분으로 나는 이 분을 잘 알고 있다. 그야말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HR 전문가이시다. 그래서 때로는 궁금증이 일 때가 있다. 한국시장 철수 과정에서 보여 준 모토로라의 마지막 모습이 그들의 기업문화에서 나온 건지, 아니면 그 분의 개인적인 성향에서 나온 건지, 솔직히 어느 쪽이 더 영향을 미쳤는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