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M&A의 어두운 그림자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02.20

칼럼이 나가고 나면 적게는 1~2개, 많게는 10개가 넘는 답신을 받게 된다. 대개는 ‘참 많이 공감한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지만, 가끔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반론의 성격을 가진 피드백도 받는다.

가끔은 보내주는 답신이 가슴을 싸~하게 만드는 내용도 있다. 뭔가에 모티브를 느끼고 쓴 글에 공감의 답신이 더해져 가슴을 파고드는 내용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때면 내가 쓰고 있는 글에 대한 책임감과 늘어나는 독자에 대한 감사함에 가슴 뭉클함을 느낀다. 보내 준 피드백의 편지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감명을 받았던 때가 22편의 ‘이마트 아줌마’ 를 읽고 보내주신 어느 P기업 송00 부장의 편지였는데, 오랜만에 이와 유사한 가슴 뭉클한 사연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다음의 편지는 지난 주 발송한 ‘회사가 강요하는 거짓말’을 읽고 천안에 있는 최00 상무라는 분이 보내주신 사연이다.

안녕하세요. 신대표님
저는 천안에 있는 00기업에 근무하는 최00 상무라고 합니다. 3년 전 전경련 인사기획과정에서 대표님 강의를 듣고 명함을 받은 이후로 줄곧 칼럼을 애독하고 있습니다. 유익한 내용이 너무 많아 가끔은 대표님 허락도 없이 부서원 전체회람을 시키기도 한 답니다. .

감사하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한 번도 답신을 보내드린 적이 없습니다만, 이번 만큼은 보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네요. 지난 주에 보내주신 동양증권 직원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아서 입니다.

잠시 옛날 이야기를 드리자면, 지금의 직장으로 오기 전에 저는 저는 현대자동차 계열의 부품을 만드는 벤더업체에서 근무를 하였습니다. 몸담았던 직장이 M&A를 당하면서 같이 일하던 동료들의 거의 대부분이 일터를 떠나는 상황에 처해졌습니다. 저희를 인수한 기업에 있는 인력들과 겹치는 직무가 너무 많았거든요…….

구조조정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고용승계’가 문서로 약속이 되었다고 사장은 힘주어 강조를 하였지만, 그것이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을 알게 된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장은 돈이 필요해서 회사를 팔기로 하였고 혹시 동요가 일어날까 봐 모든 걸 철저하게 비밀로 추진하였던 것이지요.

회사를 사고파는 것은 어찌 보면 오너의 고유권한이자 그 분의 자유의사이기 때문에 경영자의 결정에 대해 비난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 제가 아쉽게 생각하고 있는 건, 왜 그렇게 모든 걸 비밀에 부쳐가며 거짓말로 일관된 행동을 하였는지에 대한 서운함 입니다. 사실대로 말하고 미래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주었더라면 미리 대비하고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냥 저희는 시키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저희의 의사와는 아무 상관없이 회사의 주인은 바뀌고…… 저희는 회사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지요…….

쓰다 보니 너무 제 푸념만 늘어 논 것 같습니다. 가슴에 묻어 둔 옛날 이야기인데, 이번 대표님의 글을 읽고 다시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 보냅니다. 좋은 글에 항상 감사 드리며 혹시 천안에 내려 오실 일이 있으시면 꼭 한 번 들러주시기 바랍니다.

천안에서 최00 드림


여기 비슷한 사연을 가진 또 한 분의 이야기가 있다. 때는 1990년대 후반, 정부의 강력한 인터넷 보급정책에 힘입어 관련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이다. 지금은 네이버가 천하통일을 하였지만 야후, 라이코스, 다음, 엠파스 등과 같은 기라성 같은 검색포털이 동시에 등장하여 패권을 겨루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터넷 붐에 힘입어 ‘온라인 직무교육’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 걸고 탄생한 인터넷 교육업체가 있었다. 조성주씨가 만든 ‘캠퍼스21’이라는 이름의 회사로 ‘MBA는 사이버MBA, 직무교육은 캠퍼스21’이라는 명성을 얻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끈 On-Line HRD회사였다.

98년 설립된 캠퍼스21은 이후 승승장구 하였지만 삼성에서 출자한 크레듀와 다른 후발주자 기업들에 밀려 결국 조성주 사장은 현금 100억을(관계자들 말이 서로 달라 정확하지는 않다) 받고 2008년11월 웅진씽크빅에 회사를 매각하게 된다. 걱정과 불안감이 감돌기는 하였으나 대기업 직원이 된다는 생각에 조직의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직무가 겹치는 영역에 있는 멤버들은 부득이 부서이동을 하거나 조직을 떠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이후, 캠퍼스21은 노량진의 학원가를 평정한 웅진패스원으로 다시 소속이 바뀐다.

2013년2월 웅진패스원은 기울어 가는 웅진의 재무제표 개선을 위해 비료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KG그룹과 진대제 펀드로 유명한 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에 700억에 매각이 되고 상호명을 KG 패스원으로 바꾸게 된다. 이 와중에 전체직원의 20%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조직을 떠나게 된다.

2000년 초에 캠퍼스21에 입사하여 최근에 조직을 떠난 임광호(가명) 부장에게 소감을 물어 보았다.

“웅진으로 넘어갈 때는……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너의 개인적인 욕심으로 회사가 팔리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조사장님에 대한 서운함, 배신감……뭐, 이런 것들이 있긴 했지만, 대기업 직원이 된다는 기쁨에 조직의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KG로 넘어갈 때는 분위기가 영 말이 아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교육하고는 1%도 관련이 없는 회사가 주인이 된다는 점이 불안을 키우게 되었지요……그리고 역시였습니다.”

소주를 너무 많이 넣어서 입에도 못 대고 있는 폭탄주를 벌컥 들이키더니 이렇게 말을 잇는다.
“우리는 그냥 열심히 일만 했을 뿐인데,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회사의 주인은 바뀌고……결국은 하나 둘씩 조직을 떠나게 되고……월급쟁이의 어쩔 수 없는 비애인 것 같습니다.”

영국의 M&A 분석기관 머저마켓(Merger Market)이 발표한 ‘2013 1~3분기 한국 M&A동향보고서’에 따르면 1~3분기 전체 누적 M&A규모는 약 23조6724억 원에, 거래 건수는 총 203건이었다고 발표했다. 예상되는 4분기 규모가 총 100여건, 20조에 이른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전체 규모는 약 300건, 43조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이 중견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1개 기업당 평균 1,000명으로 잡고 300건 600개 기업으로 계산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전체 인원은 총 60만 명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M&A사례 중에는 SKㆍ하이닉스처럼 긍정적 시각에서 평가 받는 사례가 있는 반면에,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처럼 오히려 모기업을 좌초시켜 버린 최악의 사례도 적지 않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M&A는 인수하는 쪽이나, 인수를 당하는 쪽이나 양 쪽 모두에게 심리적인 불안감을 줄 수 밖에 없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은 틀림이 없다.

빈약한 몸매보다는 기왕이면 튼튼한 육체를 원하는 인간의 욕구만큼이나 더 거대하고 육중한 회사로 발전시키고 싶은 욕심은 기업인이라면 모두가 갖고 있는 마인드이다. 그러나 거대한 육체만을 생각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신경세포의 불일치를 등한시 한다면 그리 오래지 않아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전, 내부통합을 위한 의식조사에 많은 에너지를 할애했다는 점에서 중환자실을 피할 수 있는 힌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관련자료: 성공적인 M&A를 위한 의식조사(ECS) 활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