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거짓말을 강요하는 회사 2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02.12

“아, 거기~ 잘 알지요! 10개밖에 안 남은 게 아니고 아직도 절반이상이 비어있을 거예요~ 근데, 호수하고도 많이 떨어져 있고 결정적으로 주변 인프라하고 학군이 인가가 늦게 나는 바람에, 제대로 형성되려면 아직도 4~5년은 더 기다리셔야 되요. 그 친구들 그런 속사정은 말 못할 거예요. 사실 그것 때문에 미분양이 많은 거거든요.”

“그래도 명색이 대한민국 최고의 건설회사 직원들인데 그렇게 뻔한 거짓말을 하겠어?”
“거기 있는 사람들 그 회사 직원들 아니에요, 요새는 시공사에서 직접 나와서 분양활동을 하는 곳은 거의 없어요. 분양은 전문 시행사에서 담당하고요, 시행사는 말빨이 좋은 프리랜서를 교육시켜서 영업을 시키는 거에요.”라고 말을 한다.

그런데 통화 도중에 얼핏 보니 아까 그 분양담당자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방금 하나가 또 계약이 되었네요! 우선 임시계약금 100만원만 걸어 놓으시면 나머지는 제가 다 알아서 처리해 놓을게요,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지금 계약할 것을 재촉한다. 하지만 이미 후배로부터 내막을 들은 터여서 그가 말하는 내용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사람과 그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한 것이다.

모델하우스를 나서면서 아내의 얼굴을 힐끗 쳐다 보았다. 〈남자는 차에 집착하고 여자는 집에 집착한다〉라고 했던가. 10년 만에 눈에 들어온 새집이라 그런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모양이다. 그런 아내와는 달리 나는 나 자신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사에 어수룩해서 남이 하는 말은 항상 곧이 곧 대로 믿어버리니 말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손해도 많이 보았다. 그래도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이다. 이런 내가 참 싫다.

그리고 저녁이 되었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주말 설거지는 항상 내 담당이다), PC앞에 앉아있던 아내가 말한다.
“여보, 여기 와서 이 기사 좀 읽어보세요.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인데요, 아까 그 분양사무소 같은 데가 한 둘이 아닌 모양이에요. 여기 할아버지 참 불쌍하게 되었네요.”
하며, 들려준 어느 할아버지의 딱한 사연이다.

-이하 기사 내용-
노창복(63)씨는 오랜 법정소송으로 지친 가운데 “나 같은 피해자가 더 나오지는 말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지난 2009년 안성에서 A 아파트를 40% 할인분양 받았다. 전용 84㎡ 할인분양가는 1억2580만원이었다. 이듬해인 2010년 8월 이삿짐을 꾸려 부푼 꿈을 안고 새 아파트로 향했지만 아파트 문전에서 ‘박대’를 당했다. 선수관리비 25만원을 내고 입주증까지 받았지만 끝내 아파트 열쇠를 건네 받지 못했다. 시공사 측은 “계약자는 맞는데 중도금과 잔금 납입이 안됐다”며 그를 막아 섰다. 청천벽력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보증금까지 빼내 일시불로 완납했기 때문이다.

“할인된 가격으로 분양해 드릴 테니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말고 입금은 시행사 계좌로 하라”는 담당자의 말을 믿었던 게 문제였다. 돈을 받은 시행사가 시공사에 돈을 보내지 않은 것이다. 그와 같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몇 명인지 알지 못한다. 다만 소송 과정에서 같은 사건으로 묶여 법정에서 우연히 만난 피해자들만 13명에 이른다. 소송 중에 만난 박모씨는 충격으로 목숨을 끊었다.
<헤럴드경제 2014.01.22>

“왜, 직접 분양을 안하고 그런 프리랜서를 이용하는 거지?”
“갈수록 분양이 어렵다 보니 투자자들 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전문브로커가 필요한 거지,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이유는 분양 후에 이런 저런 클레임이 많다 보니 분양이 끝나면 시공사 책임은 끝나는 걸로 일종의 선을 그으려는 거고……”
다음 날 건설업에 종사하는 다른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노창복 할아버지와 상담을 하고 계약을 체결한 시행사의 분양담당자는 지금 노 할아버지의 사정을 알고 있을까? 그리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박모씨에게 시행사 계좌로 돈을 입금케 한 직원은 과연 이 사실을 알고는 있는 걸까? 마찬가지로 늙어서 이성적 판단이 흐릿하신 할머니를 속여서 전기장판을 판매한 다단계 회사의 직원은 이번 일로 그 친구의 어머니가 얼마나 큰 상심에 빠져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걸까?

더 나아가, 다단계 회사의 거짓말, 분양과 관련된 거짓말, 최악의 경우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담당자들의 이런 비양심적인 행동은 본인의 자발적인 의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조직으로부터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일까? 그리고 조직은 어느정도까지 관여하고 있는 것일까? 전혀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일까?

 

                                                                                                                                                 - Part 3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