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유령이 되어서도 지켜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야!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11.18

2002 1월 개봉한 한국영화 중에 공공의 적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설경구씨와 이성재씨가 주연을 맡은 영화이다. 영화는 비 오는 날 밤에 잠복근무를 하던 강력반 형사 강철중(설경구)이 전봇대 뒤에서 용변을 보다가 우비를 입은 남자와 부딪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철중은 아시아경기대회 권투에서 은메달을 받아 특채된 형사로, 무능력한 비리형사이다. 철중은 그날 밤 우비 입은 남자와 시비를 벌이다가 상처를 입었는데, 그로부터 일주일 후 살해된 노부부의 시체를 살펴보던 중 문득 지난 번 시비를 하던 사내가 떠오르고, 그때 주워 보관했던 칼이 시체에 새겨진 칼자국과 일치함을 발견하고는 수사에 착수한다.

 

철중은 살해당한 노부부의 아들인 펀드매니저 조규환(이성재)을 만난 후 직감적으로 그가 살인했음을 느낀다. 조규환은 유능한 펀드매니저이지만 살인을 밥 먹듯이 하는 인물이다. 철중은 심증만 있는 상태에서 살인증거를 잡으려 하지만 소용이 없고, 오히려 돈과 권력을 쥔 규환으로 인해 보직에서 물러나 교통경찰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중 다시 같은 방법의 살인사건이 일어나자 철중은 남몰래 수사에 착수하여 규환의 뒤를 밟다가, 한강변에서 격투를 벌이고 결국은 잡게 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나는 이 영화를 참 재미있게 보았다. ‘악은 망하고 정의는 승리한다는 다소 진부한 권선징악勸善懲惡의 스토리가 담겨있기는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평소에 좋아했던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서 좋았고, 또한 설경구, 이성재라는 개성파 배우가 스크린을 메우면서 벌이는 박진감 넘치는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2시간에 걸친 상영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질 정도로 몰입이 되어 영화가 끝난 후에 기립박수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이 영화를 잊을 수 없는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어느 한 장면 때문이다. 가면을 쓴 괴한이 할아버지를 살해하고 이어서 할머니를 살해하려는 순간, 우연히 괴한의 복면이 벗겨지게 된다. 자신을 살해하고 있는 인물이 다름아닌 당신이 낳은 아들임을 알게 된 할머니는 괴한이 쑤신 칼을 자신의 복부에 더 깊이 쑤시게 된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괴한의 손톱을 먹는다. 범인이 아들임을 감추기 위해서이다.

 

대사도 거의 없고, 상영시간도 그리 길지 않은 짧은 장면이었지만 자식을 생각하는 이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이 함축적으로 담겨있는 듯하여 무거운 돌 하나가 어깨에 얹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새끼를 위해 메말라 죽어가는 가시고기처럼 부모는 자신이 죽어가면서도 자식을 보호해 주고 싶은 그런 존재인가 보다……하는 그런 생각을 들게 만든 명 장면이었다고 개인적으로는 회상해 본다.

죽어가면서도 자식을 보호하고자 했던 엄마의 마음이 공공의 적이라는 영화에서 묘사가 되었다면, 그에 못지 않은 부정父情을 느끼게 만드는 실화가 하나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네이버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성인이라는 검색어를 집어넣으면 바로 나오는 이름 석자가 있다. 바로 이어령 교수이다. 우리나라 초대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했던 이어령 교수는 우리시대 최고의 지성인이라는 별명을 안고 있는 문학평론가이자 언론인이다.  서울대학교 국문과에 재학중이던 1955년 서울대학교 교내지 《문리대학보》에 <이상론>, 1956년 한국일보에 <우상의 파괴>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하였고, 1972년 《문학사상》을 창간하여 한국문학을 지탱하는 문학잡지로 키워낸 인물이기도 하다.

 

이어령 교수는 언변이 뛰어난 대중 연설가이기도 하다. 그의 강연은 엄청난 독서량과 날카로운 현실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는 강연을 할 때 동서고금의 철학자나 문인들의 주옥 같은 명구를 남다른 응용력과 상상력으로 걸러 엮어낸 다음 유행어까지 버무려 현실의 맥락과 의미를 꿰뚫는다. 뛰어난 글 솜씨와 거침없는 언변력으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어령 교수는 한 시대를 풍미한 비평가임에 틀림없다.

 

이어령 교수에게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신론자라는 또 하나의 수식어가 항상 따라 다닌다. 이어령 교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종교를 나약하고 무지한 인간이 만든 피난처로 비판하였고, ‘신은 없다라고 강하게 주장하여 종교계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실제로 이어령 교수가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우리나라 기독교계는 이런 자가 종교계를 관장하는 부서의 최고 수장이 된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무신론자 이어령 교수가 2007 7 24 세례를 받게 된다.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이 사건은 종교와 거리를 두고 있던 이 땅의 많은 지식인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그 정도로 그 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성적 무신론자였기 때문이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딸 때문이었다. ‘이민아라는 이름을 가진 이화여대 법학과 출신의 외동딸로서 미국에서 검사, 변호사를 하다 목사가 된 분으로 평소 이어령 교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정도로 사랑스런 딸이라고 이민아 목사를 그리워하곤 했다.

 

그런 이민아 목사가 암에 걸렸다. 병원에서는 가망이 없다고 포기선언을 했다. 병원에서 포기를 선언한 날, 이어령 교수는 평소 이민아 목사가 봉사했던 교회로 달려가 십자가를 부둥켜 안고 통곡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이를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 아이를 살려주신다면 평생 당신만을 위해서 살겠습니다!”그리고 다음 날 바로 세례 안수를 받았다.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인이라는 호칭을 들으며 자존심 강한 생활을 하던 이어령 교수가 맨발로 뛰어가 누군가에게 매달리며 무릎 끓고 간절하게 기도를 하게 만든 장본인은 다름 아닌 그의 딸 이민아 목사였다.

 

이어령 교수가 아니더라도 세상에 그 어느 부모가 자식을 위한 일에 주저함을 보일까? 최근 개봉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크리스토퍼놀란 감독은 인간의 생존본능이란 나보다는 자식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라는 말을 하였다. 영화 속에서 혼잣말처럼 주인공이 내뱉은 유령이 되어서도 지켜주고 싶은 게 바로 부모 마음이야!”라는 대사를 들으며…… 시골에 계신 어머니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만 났다 

 

지난 주 목요일(11/13)은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있었던 날이다.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있다. 수능 다음 날에 피로와 탈진으로 병원을 찾은 학부모들이 많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시험이 끝난 학생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공원이나 공연장으로 달려갈 때, 엄마들은 긴장이 풀려 병원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가능하다면, 그리 길지는 않겠지만 발표가 있기 전까지 인디언썸머Indian Summer와 같은 짧은 휴식시간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차라리 어버이날을 수능 다음날로 바꿔버리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