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외롭지 말자!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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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번째 이야기 「외롭지 말자!」


나이 들수록 화내지 말고, 사람들 만나서 웃고 떠들며 즐거운 이야기만 하라고 선배들이 조언을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사람들을 만날 때도 불특정 다수의 많은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는 가급적 기존 인맥 중에서 깊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드는 데에 더 신경을 쓰라고 조언을 한다. “나도 벌써 이런 말을 듣는 나이가 되었구나”하는 서글픔도 있지만 최근에 겪은 사건 하나가 이런 선배들의 조언이 충분히 일리 있는 이야기라는 걸 증명하기에 묵묵히 그들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인다.

한 때는 정말 친한 사이였는데, 언젠가부터 소원한 관계로 변해 버린 선배 한 분이 있다. 그렇게 호탕하고 사람 좋아하고 후배들 잘 챙겨주던 정말 따스한 감정을 가진 인정 많은 분이었는데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단이 되어 인생의 후반부가 완전히 꼬여버린 참 안타까운 선배다. 그 선배를 친한 친구 몇 명과 함께 얼마 전에 만났다. 하지만 굳게 닫혀버린 얼굴은 끝내 열리지 않았고, 피곤하다며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우리들 마음을 더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선배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일부 내용은 조금 각색을 했다). 국내 유명 식품회사의 CFO를 맡고 있던 선배는 오너 회장의 지시로 비자금을 조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던 회장이 정치인의 길로 들어설 결심을 한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만들어야 할 금액의 규모를 물었는데, 생각보다 금액이 컸다.

액수가 워낙 크다 보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비자금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할 수 없이 있지도 않은 거래가 생긴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회계장부를 조작하고 분식회계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 “아니 나중에 들통나면 어쩌려고 그랬어요?”라고 물어보는 후배에게, “월급쟁이가 오너가 시키면 시키는 데로 하는 거지, 싫으면 옷 벗고 회사 나가는 거고, 그게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물론 누가 문제삼지 않았다면, 선배가 조성한 비자금도, 선배가 조작한 회계장부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점화가 되고 대형 산불로 번지게 되니 그래서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출근해 보니 검찰수사관들이 들이닥치셔 관련 서류들을 전부 압수해 가고 조사를 받고 그리고 구치소에 수감되는 신세까지 전락하고 말았다. 여기까지는 나도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친구로부터 전해 들은 새로운 이야기가 좀 충격적이었다.

“그 정도 되면 회장님이 먹고 살 길은 다 마련해 주지 않아?” “그렇지, 조사를 받고 나와서 다시 회사에 복귀를 했지, 그런데 얼마 못 가서 그만 두더라고” “왜?” “대인기피증이 생긴 거야,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피하고 대화도 하지 않으려 하고 특히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은 절대 가지 않으려 하고……” “검찰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아니 그게 아니고 배신감 때문에 생긴 우울증이래!”

이야기는 이랬다. 그 선배가 특별히 관심과 애정을 갖고 보살핀 직원이 한 명 있었다고 한다. 시골에 홀어머니를 남겨두고 상경하여 어렵게 학교를 마치고 입사한 그 신입에게 선배는 묘한 연민의 정을 느꼈다고 하는데, 아마도 자라온 성장과정이 본인과 너무 비슷한 데서 발생한 동지의식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 선배도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공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렇게 남다른 애정을 받으며 회사의 모든 비밀을 공유하는 관계로까지 발전한 그 친구가 느닷없이 ‘양심선언’이라는 이름으로 경실련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A기업을 부패기업으로 고발한 것이다. 경실련은 이를 근거로 검찰에 조사의뢰를 하고, 나중에 회사를 고발하고 자신을 궁지로 몰아 넣은 장본인이 본인이 애지중지 키웠던 그 후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선배는 배신감에 실어증까지 생겼다고 한다. 그 사건 이후로 사람 만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그러다 보니 과거 알고 지내던 지인들하고의 관계도 하나 둘씩 멀어져 간 것이다.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도, 가끔씩 울컥하며 쏟아져 나오는 분노와 주변 사람들을 피하고자 하는 우울증은 아직도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모처럼 만난 우리들을 마주하며 조심스럽게 털어 놓는다. “사람이 무서워, 그냥 집에 있는 게 제일 편해, 나를 그냥 내버려 두면 고맙겠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우리는 순간 덜컥 겁이 났다. 뭔 일이 생길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 왔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강조한다. 외부세상과의 단절은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외로움과 분노가 정신건강에 얼마나 해롭고 생명을 단축시키는지를 증명한 실험이 있는데 관련 실험을 주도한 시카고 대학교 심리학과 존 카시오포(John Cacioppo)교수의 말이다. “외로움은 사람을 사회적으로 위축하게 하고 적의를 갖게 합니다. 외로우면 삶의 의미가 줄어들고 자신의 삶과 주변 환경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도 줄어들지요. 충동적으로 행동할 때도 많고요. 외롭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술이나 음식을 더 많이 먹기 쉽습니다. 외로움은 우울감을 증가시켜 행복감을 급격히 떨어뜨립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카시오포 교수는 그의 친구 스티븐 콜(UCLA대학 심리학박사)과 함께 감정과 두려움, 가치관이 분자 수준의 물질을 어떻게 변화시키는 지에 대한 연구를 했다. 에이즈 바이러스(HIV) 검사에 양성 반응을 보인 동성애자 들을 대상으로 ‘어떤 사람들은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도 수십 년간 건강을 유지하고, 어떤 사람들은 양성판정 후, 불과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사망하는지, 그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연구했고 한가지 원인을 발견했다.

HIV는 자신이 감염환자임을 숨긴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3~10배 더 빠르게 증식하였고 2~3년 더 일찍 사망하게 만들었다. 세상과의 단절, 즉 HIV환자임을 숨기고 세상과 단절된 세상에 산 사람들은 외로움이 그들의 면역체계를 변화시킨 것이다. '외로움은 염증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활성화시키고, 염증을 차단하는 유전자에 제동을 걸고, 동시에 외로움은 항 바이러스 반응이나 항체 생성과 관련된 유전자를 무력화시키는 주범이다'라고 이 둘은 결론을 내렸다.

선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의학이야기로 넘어가 버렸는데, 다시 이야기를 심한 우울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선배한테로 옮겨가 보자. 어찌되었든 심한 우울증에 빠져있는 그 선배를 밖으로 끄집어 내야 하는데, 이것이 영 쉽지가 않다. 우선 본인부터가 세상과 쌓은 벽을 허물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궁리 끝에 우리는 하루 정도 시간을 내어 그 선배와 하루 종일 같이 보내보기로 했다. 영화를 보고 그 선배가 좋아했던 친구들을 모아서 다같이 즐거운 식사를 하는 것이다.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을 하다 이 영화를 골랐다. 1998년 만들어진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작품이다.

아들에게 유태인 수용소의 비참함을 감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아버지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끊임없이 우리를 찾아오는 시련과 고통을 우리는 어떤 자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깊게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걱정이나 두려움은 지니고 있어봐야 환경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다. '힘들어도 인생이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가치관을 어린 아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참혹한 수용소 생활을 즐겁고 유쾌한 세상으로 위장해 가는 영화 속 주인공의 지혜를 잠시 빌리기로 했다.

영화가 끝나고 그 선배를 좋아했던 후배 여러 명이 각자의 추억담을 가지고 식당으로 모이기로 했다. 각자 어떤 인연으로 그 선배를 알게 되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선배를 좋아하고 있는지를 담담한 어조로 각자 이야기하기로 했다. 성공할 지 실패할 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데 까지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 좋아하는 선배를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하기에 시도는 해 볼 생각이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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