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사무실로 출근하라!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7.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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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번째 이야기 「사무실로 출근하라 !」


요즘 HR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듣는 질문 중에 하나가, “재택근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다. 우리나라에서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서 거세게 불어 닥치고 있는 재택근무열풍이 우리에게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다.

요즘 일본의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재택근무 열풍이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는데, 실례로 일본의 최대 자동차메이커인 도요타자동차가 작년 6월 “일주일에 2시간만 회사에 나오고 나머지는 집에서 근무하라”는 재택근무조항을 발표해서 큰 화제를 모은바 있다. 적용대상도 연구개발(R&D), 기술직 등 2만5천명으로 전체 직원 7만2천명 중 3분의 1에 해당된다. 그 뒤를 이어 일본최대의 IT회사 후지쯔를 포함 식품회사 아지노모토, 제과회사 가르비, 남성전용화장품메이커인 맨담 등과 같은 내로라하는 대형메이커들이 앞다투어 재택근무를 실시한다고 발표를 했다.

일본이 이렇게 재택근무에 열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함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경제호황을 누리고 있는 일본은 요즘 심각한 일손부족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사원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일을 방지하기 위함인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와 함께 일본정부가 천명한 ‘일하는 방식의 개혁’도한 몫을 한다.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큰 세제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탄력근무, 재택근무를 확산해 고령화로 인한 노동인력 부족현상을 막겠다는 의도이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일본 노동인구의 10%가 최소 1회 재택근무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를 했다.

이웃나라 일본의 노동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우리나라 정부관계자들이나 기업들 사이에서도 심각하게 재택근무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터진 외신 하나가 모든 관계자들의 사고(思考)를 멈추게 하는데, 올해 2월 IBM이 발표한 ‘재택근무 완전폐지’ 선언이다. 그러나 사실 IBM 이전에도 애플, 구글과 같은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제를 폐지한다고 발표를 했지만 IBM의 폐지선언이 더 충격파가 큰 이유는 IBM이 지난 수십 년간 많은 미국기업들에게 있어서 재택근무제도의 전도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IBM이 사내영상메시지를 통해 발송한 메시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내 마케팅 부문 직원들은 앞으로 30일 안에 샌프란시스코, 보스톤, 뉴욕, 애틀란타, 롤리, 오스틴 등 6곳에 있는 지역거점 사무실로 출근할 것을 결정하든지 아니면 사표를 내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IBM은 재택근무 폐지의 배경으로 구글, 페이스북, 애플과의 경쟁을 거론하며,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부문을 포함한 전사적 차원에서 실행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IBM의 재택근무역사에 대해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IBM의 재택근무는 대략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데, 가장 많이 재택근무를 했던 때는 2009년으로 이 당시에는 38만6000명의 직원 중 40%가 재택근무 등의 형태로 원격근무를 시행한 것으로 기록이 되어 있다.

IBM처럼 재택근무제도를 폐지하고 사무실 근무를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은 다른 미국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 중에서도 대표주자가 구글과 애플이다. 실제로 이들 기업에서는 가급적 개발자들이 많은 시간을 사내에서 보내게 끔 유도하기 위하여 회사 내에 세탁서비스, 자전거 수리센터와 같은 생활편의시설의 서비스이용까지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처럼 상반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근무제도의 변화를 우리는 과연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로 해석해야 할까? 아니면 서구에서 태동하여 동양으로 옮겨가고 있는 근대문화의 흐름처럼, 한 때는 미국에서 널리 유행한 조직관리시스템 하나가 이제는 자국에서의 생명의 빛을 다하고 동양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전조(前兆)의 하나로 봐야 할까?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나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와 ‘혁신’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이 문제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문화적 관점이다. 우선 일본의 문화를 들여다 보자. 우리가 일본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하는 단어 중에 하나가 ‘정직과 배려’이다. 정직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지 간에 조직과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낳는다. 이런 책임감은 “나 때문에 조직에 피해를 끼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국민성과 귀결이 되는데, 실제로 일본의 모든 교육기관의 기본철학은 “남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배려로부터 시작이 된다. 그래서 그들은 개인의 삶과 조직의 삶을 생각할 때, 조직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이유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멤버들에게 절대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사고방식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에게 있어 일하는 장소는 그리 중요치 않은 이유이다.

반면, 미국인들의 삶의 우선 순위는 가족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거나 졸업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이 스포츠 대회에 나가는 일이라도 생기면 부모들은 회사출근보다는 운동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열심히 아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미국에서 발간된 성공한 기업가들의 자서전에 거의 공통적으로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는 내용 중의 하나가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이다. 가족들과의 시간을 위해서 1~2년 휴직계를 내는 유명 CEO도 심심치 않게 보도가 된다. 따라서 그들은 휴식을 취하는 집과 일하는 직장을 철저히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고 국가에 따라 조직과 개인의 극단적인 쏠림 현상이 있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전반적으로 이러한 경향이 있다는 말이니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혁신적 관점이다. 기업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제조기반의 비즈니스모델에 비해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한 기업의 경우 최근 Face-to-Face의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큰 효과를 얻는 것으로 보고가 되고 있다. 예를 들면, 『Map of idea formation』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캐나다 맥길대학교 심리학과의 케빈 던바(Kevin Dunbar) 교수가 재미있는 실험하나를 했는데,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실 곳곳에 CCTV를 설치하고 무려 3개월에 걸쳐 과학자들의 행동패턴을 녹화하고 분석한 것이다.

흔히들 과학분야에서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한다면 아마도 한 천재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혼자 고개를 숙이고 현미경을 한참 들여다보거나 깊은 사색에 잠기는 그런 그림을 떠올리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던바 교수의 실험 결과는 이와 달랐다. 실제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한 사람의 피나는 노력이라기 보다는 몇 명의 사람과 커피를 마시며 최신 연구 결과에 대해 수다를 떠는 가벼운 모임에서 자주 나왔다는 것이다. 던바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탁월한 아이디어는 현미경이 아닌 커피자판기 앞에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연구결과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재택근무제를 폐지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미국기업들 중에는 애플, 구글과 같은 혁신형 기업이 대부분이다. IBM도 과거 기업형 컴퓨터와 같은 제조기반의 수익모델에서 탈피하여 클라우드 서비스와 같은 지식기반형 서비스모델을 주력으로 삼고 있고 최근의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지시도 이런 사업모델의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 반면, 재택근무를 늘리고 있는 일본기업들의 이름을 면면히 들여다 보면, 소프트뱅크와 같은 혁신형 기업의 이름은 아직 나오지 않고 대부분이 제조를 바탕으로 한 기업군들의 이름만이 보일 뿐이다. 이런 면을 볼 때, 주력으로 하는 사업모델의 차이에서도 근무형태의 효과는 다르지 않을까 하는 추론을 해 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 좋을까?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재택근무는 출퇴근이나 무의미한 회의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는 데에, 사무실로의 출근은 ‘커뮤니케이션의 촉진’이라는 측면에서 탁월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격근무제를 생각함에 있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와 사업모델이 무엇이냐?’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전략을 세우고 제도를 시행하기에 앞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와 주력으로 하는 사업모델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 후에 자사에 어울리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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