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핵심가치공유의 놀라운 힘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8.02.05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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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째 이야기「 핵심가치공유의 놀라운 힘


나는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생각한다. 늦게 시작한 사람도 남보다 더 빨리 결승점에 들어 올 수 있으며, 빨리 출발했다 하더라도 남들보다 더 뒤쳐져서 들어오는 경우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빨리 시작했건 늦게 시작했건 중간 레이스가 꼬이지 않고 정상적인 흐름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 문제없이 결승점에 들어올 수가 있다. 문제는 자기만족이다. 꼭 1~3등이 아니라도 최선을 다한 과정에 만족하고 시간 안에 결승점에 들어 온 그 자체에 만족을 느낀다면 그것도 행복한 삶인 것이지 꼭 1등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결승점까지 가겠다는 의지이며 그곳으로 가는 과정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는 행동의 표출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마라톤과 비유되는 인생의 교훈은 기업의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기업은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집단공동체의 현장이기 때문에 위에서 바라보는 목표점과 직원들이 바라보는 목표점이 같아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목표점으로 가는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행동들이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들 사이에 공유되고 일치되어야 한다는 점도 개인차원에서 일하는 것과는 큰 차이점이다.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호흡을 맞추어 한발한발 정면을 향해 몸을 움직이는 2인3각 경기와 다를 바가 없다. 같이 몸을 움직이는 동료가 나와 템포가 맞지 않거나 딴 생각을 하거나 해서 스텝이 꼬이게 되면 여지없이 넘어지게 되어 있다. 설령 다시 일어난다 해도 급한 마음에 엉킨 스텝으로 이동하다 다시 넘어지는 경우도 많으며, 설령 마음을 바로잡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하더라도 한 번 꼬인 스텝을 다시 맞추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협업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면 혼자서 일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

대형 유통점에서 근무하다 갑자기 사업을 하겠다고 뛰쳐나와 큰 고민에 빠진 친구가 있다. 평소에도 자기사업을 하는 것을 인생의 최종 목표로 설정했던 친구인지라 언젠가는 독립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닌가 싶어 걱정만 가득히 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기회를 찾고 있던 터에 좋은 아이템을 발견하지 않았겠어!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고 해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쉽지가 않네, 나 혼자면 이까짓 것 문제도 아닌데...... 일하는 직원들 관리가 쉽지가 않아. 모두가 자기 입장만 생각하면서 불만만 털어놓는지라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야! 와서 조언 좀 해 주지 않겠나?"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 친구 회사의 어느 직원이 자신이 담당하는 대형할인점의 목 좋은 곳을 분양 받기 위해서 담당 MD에게 은밀한 거래를 제안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할인점 측으로부터 경고를 받고, 거래를 시도한 직원을 불러 왜 그런 쓸데없는 제안을 했느냐고 야단을 쳤는데,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매출을 올리라는 사장님 말씀에 자존심도 죽여가면서 한 일인데, 수고했다고 격려는 못해 주실망정 이렇게 야단을 치시니 서운합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사표를 내고 방을 나가버리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또 나에게 하소연한다. "신대표, 말귀를 못 알아먹는 직원들 때문에 죽을 맛이야!"

그러나, 이건 아니다 싶어 다소 기분 나빠해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진심 어린 충고를 해 주기로 했다. "내 생각에는 박 대표 자네에게 약간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생각해 보게! 이번에 나간 그 친구는 매출을 올리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사장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을 뿐인데, 왜 그게 문제가 되지? 상대방이 들어주지 않아서? 혹시나, 자네가 윤리적인 기준을 정해두고 매출성장을 운운했다면 그 친구의 잘못이 크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라면 나간 그 친구만 억울해 하지 않을까?" 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상대방이 듣고 언짢아할 것 같은 말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괜히 친구 위한답시고 귀에 거슬리는 말을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수화기 너머로 나지막한 목소리 하나가 건너왔다. "오늘 저녁 시간 돼? 소주한 잔 하면서 이야기 좀 하고 싶은데......"

사실 나는 그 친구회사의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눈동자를 보면서 조만간 이런 일이 발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물론 근거 없는 동물적인 육감에서 시작된 예측이었지만, 사실 10년을 넘게 성공하는 조직과 실패하는 조직의 내부를 들여다 본 사람으로서, 그곳의 직원들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왔던 것이다.

워낙 성심이 착하고 기본기가 반듯했던 친구인지라 개인사업자로 남아서 지금의 사업을 하고 있다면 큰 스트레스 없이 무난히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한 무리를 이루어 생활해야 하는 공동체적 성격을 지닌 조직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을 조직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일치시키는 작업이다. 소위 미션(Mission)-비전(Vision)-핵심가치(Core Value)라는 이름의 MVC가 위에서 밑에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정렬되어 있어야 한다. 사장은 집단의 단결을 강조하는데 아래에서는 자율성을 중요시 여긴다든지, 아래에서는 건전한 윤리를 강조하는데 위에서는 조건 없는 매출신장을 부르짖고 있다면 심한 엇박자가 날 수 밖에 없다. 항구를 떠난 배에 비유하자면, 선탑에서 배를 지휘하는 선장은 오른쪽으로 노를 저으라고 명령을 내리는 데, 아래에서 노를 젓는 선원들은 왼쪽을 향해서 노를 젓는 형국이라 할 것이다.

보통의 조직이라면, 이런 현상은 기업이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험하게 된다. 百人百色이라는 말이 있듯이 10여명만 넘어가도 각자의 지향하는 바가 다르고 인생을 살아 온 삶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마찰과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부한 경험과 탁월한 통찰력을 가진 CEO가 이끄는 기업의 경우에는 이런 현상이 조금 늦게 발생한다. 이유는 성장하는 조직에서는 이런 문제가 성장의 그늘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성장이 주춤하고 약간의 여유가 생기는 순간 참아왔던 각자의 개성들이 폭발하여 조직이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MVC를 만들고 조직이 중요시 여기는 사명(Mission)이나 핵심가치(Core Value)를 배에 타고 있는 구성원 모두에게 내재화 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 조차도 경영진이 생각하는 핵심가치를 모든 구성원에게 공유시키기가 쉽지가 않았다. 조직의 핵심가치를 '품질'에 둔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모든 가치를 '품질개선'에 둘 것을 주문하였건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량률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급기야 <신경영선포> 2년이 지난 1995년 구미공장에서 출시된 애니콜 500만대를 불태우는 화형식을 거행하게 된다. 엄청난 충격요법이 있고 나서야 직원들 사이에 '품질개선'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다는 점에서 보듯이, 아무리 성숙된 조직이어도 직원수가 많아지면 핵심가치의 공유도 그 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조직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도표

위의 도표는 지속성장기업을 연구하면서 조직전체에 그 기업이 추구하는 메시지가 전체적으로 공유된 기업과 공유되지 못한 기업의 성장의 차이를 비교 조사한 자료이다(2016년 당사조사, 3개년영업이익 지속적성장기업 7개사, 3개년영업이익 지속적하락기업 3개사의 내부직원 960명응답). 도표에서도 나와 있듯이 지속성장 기업의 경우 핵심가치에 대한 공유 정도에 있어서 '관리자(48.9%)-일반직원(49.4%)'의 인식률이 전체 1/2에 육박한 반면에, 성장이 멈춘 기업의 경우 핵심가치에 대한 인식이 ‘관리자(8.5%)-일반직원(5.0%)’로서 전체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핵심가치의 침투 정도가 얼만큼 기업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데이터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수 많은 기업을 상대하면서 몰락하는 기업과 성장하는 기업의 차이는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느낄 때가 많다. 여러 가지 요소 중에 가장 중요한 인자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핵심가치의 공유와 실천'에 있다고 답할 것이다. 개인의 힘은 약하지만, 조직의 힘은 위대하다는 진실 앞에서 바로 이 '위대한 조직'을 만드는 출발점이 바로 구성원들의 행동을 일치시키는 핵심가치의 공유에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낄 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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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번째 이야기 :평범함에서 출발한 위대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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