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핵심가치 Part 2 <삼성 구미공장의 화형식>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04.13

뭔가의 방향으로 조직을 끌고 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에 걸친 중단 없는 구호와 슬로건이 필요하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핵심가치는 조직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이 되고 이러한 행동규범이 조직원들의 행동양식과 기업실적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치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여기에 있다. 바로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구미공장 화형식 사건이다.

 

19936 7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이 독일의 프랑크프르트에서 신경영을 선포한 날이다. ‘신경영의 핵심적인 키워드는 품질경영이다.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품질경영의 요점은 이렇다. ‘양 위주의 성장은 반드시 한계에 부딪힌다. 양적 사고는 불량품 생산에 대한 면죄부만 씌워 줄 뿐이다.’그러면서 그는 지구의 반대편에서 이렇게 부르짖었다.

 

삼성은 자칫 잘못하면 암의 말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암은 초기에 수술하면 나을 수 있으나 3기에 들어가면 누구도 못 고친다. 내 말은 양과 질의 비중을 5:5 3:7 정도로 가자는 것이 아니다. 아예 0:10으로 가자는 것이다. 질을 위해서라면 양을 희생시켜도 좋다. 제품과 서비스, 사람과 경영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공장이나 라인의 생산을 중단해도 좋다

 

그러나 이러한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의 습관처럼 조직의 문화도 오랜 시간의 반복된 행동에 의해 형성된 것인지라 아무리 그룹의 오너가 목소리를 높여 강조한다 해도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생산라인을 중단해서라도 품질의 성능을 끌어올리겠다는 이건희 회장의 의지는 기존 양적 성장을 우선시한 조직의 암묵적인 행동패턴을 크게 바꾸어 놓지는 못했다.

 

이대로는 신경영선포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 버릴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인 이건희 회장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모두의 머릿속에 앞으로 삼성전자가 무엇을 우선시하고 무엇을 중요시 여길 것인지에 대한 New Core Value 를 확실히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기서 나온 대형 충격요법이 화형식이다. 삼성전자 최고의 히트상품인 무선전화기 애니콜를 전부 불살라 없애버리는 의식을 거행함으로써 그의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기술과 품질의 삼성을 표방한 신경영이 선포되고 1년 반이 지난 1995 1이건희 회장은 변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기 위해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미 판매된 애니콜 15만대를 수거하고 화형식을 거행한 후 전량 폐기 처분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을 포함한 삼성전자 수뇌부의 수십, 수백 번에 걸친 장황한 연설보다도, 이러한 단 한번의 극적인 조치가 직원들에게 이제부터 삼성이 어떤 회사가 될 것인지를 선명하게 그려준 크나 큰 계기가 되었다.

 

다음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삼성을 대표하는 3인 방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데…처음에는 자존심도 상하고 서운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형식을 지켜보며 그 위기감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15만대의 핸드폰, 내 자식 같은 무선전화기가 타는 것 같았다. 그 화형식이 계기였다. 우리 가슴 속에 불량에 대한 안이한 마음을 털끝만큼도 안 남기고 다 태워버렸다. 새로운 출발이었다. 지금의 삼성은 거기서 시작됐다. -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이 회장은 90년대에 들어서자마자 기술경쟁력을 강조했다. 당시만해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들이었다. 하지만 구미사업장의 화형식이 있은 이후로 앞으로의 경쟁력이 어디서 나와야 하는 지를 알게 되었다. -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

 

조직의 미래모습이 하부단위에 얼마나 침투되었는가에 따라 조직의 성패가 갈리게 되는 검증은 삼성의 사례에서 충분히 입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날 삼성의 성공이 절대 이것 때문에 이루어졌다고는 말할 수 없기에 또 다른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지난 2015 2월에 기업문화와 실적의 상관관계라는 제목을 가지고 실시한 서베이의 결과이다.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에 의뢰하여 전국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로서 응답기업의 수가 총 1197개사에 달하는 매우 신뢰도가 높은 조사였다. 9개 영역의 18개 문항을 가지고 실시한 조사에서 첫 번째로 등장하는 설문항목이 바로 조직의 방향성이 조직원 모두에게 충분히 전달이 되었는가를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우리회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이고 무엇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지와 우리의 3년 후, 10년 후의 모습이 확실히 정립이 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이미지가 조직원 모두에게 공유되어 있는지를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위의 도표에서 입증이 되었듯이 2013년 대비 2014년 실적이 오른 기업들의 경우, 그렇다는 긍정적인 답변이 전체의 1/3에 해당하는 33.2%인 반면에 실적이 떨어진 기업의 긍정적 답변은 5.7%에 불과하였고 더 놀라운 것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부정적인 답변이 60.3%를 나타냈다고 하는 점이다. 우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에 대한 이미지를 내부 구성원들이 같이 공유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얼마만큼 중요하고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데이터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놀라운 사실은 2013년 대비 2014년 실적이 올랐다고 답한 기업의 경우 팀장과 팀원들로 나누어서 분석한 결과 양쪽 모두 구성원들의 1/2에 해당하는 50%에 해당하는 멤버들이 이미지 공유가 되어 있다고 대답을 한 반면, 실적이 떨어진 기업의 경우 이미지 공유가 이루어졌다고 대답한 비율이 팀장, 팀원 모두 실적Up 기업의 1/10에 해당하는 10%에 불과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얼마 전에 실시한 어느 중견기업의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예정에 없는 실험을 해 보았다. 각자에게 A4용지를 나누어 주고 우리회사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은 어떤 모습입니까? 우리조직이 강조하는 핵심가치 중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하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재미있는 현상은 20명의 관리자 중에서 같은 답변을 쓴 사람들의 숫자가 5명을 넘지 못하였다는 점이었다. 정말로 신기한 것은 이 기업의 2014년도 실적은 2013년도와 거의 같았다는 사실에 있다. 실적Up 기업 50%와 실적Down 기업 10% 중간에 해당한다. 그래서 실적변화가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번 조사는 우리의 미래모습, 그 모습을 달성하기 위하여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 등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유,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던 것들이 현장에서는 완전 무시되어 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이었고 조직문화를 책임지고 있는 기업의 대표로서 깊은 반성을 하게 되는 큰 깨달음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