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전도유망한 젊은 CEO에게 보내는 편지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05.14

평가보상과 관련된 컨설팅을 할 때에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조직에 대한 공헌도를 측정함에 있어 직급별 가중치를 항목별로 어느 만큼 두느냐에 있다. 예를 들면, 하위직급에 있어서는 가장 비중을 많이 두는 영역이 현장업무이다. 통상 개인 MBO(Management By Objective)시트에 기입된 본인의 수행미션을 의미한다. 주로 개인별로 수행해야 할 실무위주의 항목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매니저 직급으로 올라가면 개인별 실무위주의 테스크보다는 조직관리와 같은 부분에 있어서의 가중치가 올라가게 끔 설계를 하는데, 이는 팀장 개인의 능력에 의해 결과를 내기 보다는, 함께하고 있는 팀원들의 전체 합에 의해서 결과를 도출해 내게 끔 유도하기 위한 숨은 포석이 담겨 있다. 팀장 개인의 능력으로 혼자서 100을 만들어 내는 팀보다는 팀원들 개개인의 결과의 합에 의해 100이 나오게 끔 유도하는 팀장을 높이 평가하고 보상을 받게 끔 설계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도를 현장에서 수 없이 강조하고 설명하지만 아직도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개인플레이에 주력하고 있는 관리자들과 마주하게 될 때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절로 나오게 된다. 다음은 송파구에 있는 어느 IT벤처기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게임엔진을 기반으로 인테리어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곳으로 사업에 대한 열정과 대인 친화력이 워낙 뛰어난 사장의 능력 덕분에 후발주자로 스타트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을 급속도로 끌어올린 잘 나가는 벤처기업 중에 하나이다.

 

한 동안 질풍노도와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던 이곳에서 예기치 못한 큰 사건이 발생했다. CEO CTO를 겸직하고 있던 사장이 사세확장으로 인하여 CEO의 직무에 전념하기로 결정하면서 공석이 된 CTO 자리에 평소에 알고 지내던 전문연구원을 초빙하여 앉힌 것이다. 사장의 말에 의하면 새로 영입한 CTO는 카이스트 박사출신에 그 분야에서는 탁월한 연구실적과 함께 국책과제 수행에 대한 경험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어 큰 기대가 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그 회사의 사장이 아끼는 후배이기도 했기 때문에 나는 큰 기대감을 가지고 그 회사의 미래를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회사 사장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음을 느끼게 되었다. 평소에 워낙 인사성도 좋고 표정도 밝은 친구였던 지라 전체적인 윤곽이 쉽게 읽혀지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만남의 횟수가 늘어 날수록 어두운 그림자가 더욱 더 진하게 그 친구를 뒤덮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할 수 없이 스스로 말하기 전 까지는 물어보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룰을 깨고 나는 그 젊은 사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져 보았다.

 

박사장, 요새 무슨 걱정 있어?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좀 상의를 드리려고 했는데요, 요즘 연구소 인력들이 하나 둘씩 계속해서 회사를 빠져나가는 바람에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신규 주문은 계속 늘어나는데 전문인력은 점점 줄어 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신용 하나로 여기까지 왔는데 요즘은 고객들로부터 사기꾼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납기를 맞추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어요. 오죽하면 한참 전에 손을 놓았던 개발 일을 제가 다시 시작했겠습니까(∏∏)”

 

무엇이 문제인지 대충 짐작이 가기도 했거니와 덩치가 산 만한 젊은 친구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해 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게 보여서 약간의 도움을 주리라 마음먹고 최근 퇴사한 직원들 중에서 몇 명을 골라서 직접 전화를 돌려보기로 했다. 대개 이런 경우는 내부에 있는 사람에게는 본심을 말하기 힘들어도 외부에 있는 사람에게는 의외로 진솔하게 답변을 해 주는 경우가 많다. 사장이 보고 있는 앞에서 단도직입적으로 퇴사의 이유를 물어 보았다.

 

여러 가지 답변이 돌아왔지만 대부분이 새로 부임한 CTO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그 인간 밑에서 일하는 건 지옥과도 같다!”라는 답변이 여러 사람 입에서 들려왔다. 인간적으로 팀원들을 너무 무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작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너희들 실력이 안 봐도 뻔하지!’와 같은 인상을 풍기면서 조금이라도 실수가 나오면 그러면 그렇지!’ 와 같은 풍의 비꼬는 듯한 말투로 인간적인 모멸감을 준다는 것이었다.

 

관리자들의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에 가장 기본적인 역량으로 거론되는 분야가 부하육성능력이다. 단순한 육성이 아닌 부하직원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정성을 다해서 부하의 성장을 돕는 자세를 의미한다. 아래의 도표는 지난 2월 전국의 1197개 회사의 HR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직문화와 실적의 상관관계에서 관리자들의 부하육성능력이 실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지를 조사한 결과데이터이다.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의 경우 멤버들의 능력을 끌어 올리기 위한 관리자들의 노력이 38.3%에 이르는 반면,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의 경우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6.7%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사장의 부탁도 있고 하여 문제의 진원지로 지목된 CTO와 면담을 가져 보기로 하였다. 역시 예상했던 데로 그 친구의 대답은 명료했다. 부하직원들에게 일을 맡기게 되면 너무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항상 혼자 일하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다 보니 누군가에게 자신의 일을 맡기는 것도 익숙하지 않거니와, 설령 맡긴다 해도 기대보다 성과가 나오지 않아 실망감만 커지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덧붙여 말했다. “저는 그냥 혼자 일하는 게 편합니다.”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모처의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공석이 된 CTO 자리는 당분간 내부 직원이 맡기로 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그 회사의 사장을 다시 만날 일이 생겼다. “사실 카이스트 출신이라는 백그라운드 때문에 잠시 판단력을 상실해 버린 것 같습니다. 예전에 제가 직장생활 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깨워 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라고 말하며 환한 웃음을 보여 주었다.

 

스타트업 컴퍼니에게 있어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조직을 운영하는 이는 없다. 수십 번 넘어지고, 쓰라린 배신감에 잠 못 이루는 날도 많다. 하지만 CEO의 성향에 따라 회복탄력성이 다르다. 이 친구의 경우 참 건전한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큰 일을 당하고도 출발선에 다시 설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아마도 지금의 주춤하는 모습은 더 큰 도약을 위해 신발끈을 다시 묶어 매는 시간일 것이리라. 참 기대가 되는 전도유망한 젊은 CEO이다. 조만 간 활주로에서 힘찬 비상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