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내 마음속의 아버지를 죽여야 한다 2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05.19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에 의해 생긴 잘못된 성격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건 나 또한 마찬가지다. 10년 전 우리회사에서 처음으로 연수사업이 시작될 무렵 리더십 프로그램에 대하여 체험학습을 해 본적이 있다. 사무적인 부분을 다루는 관리자Management 교육과는 달리 리더십Leadership 교육은 영적인 부분을 터치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지금 발휘되고 있는 행동양식과 관련된 성격적인 측면을 다루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리더십 개발이 이루어 질 수가 없다.

 

회사를 이끄는 대표로서폼 나는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다소 허세도 섞인 학습욕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수십 명의 직원을 이끄는 조직의 리더로서 진정으로 가져야 하는 자세가 무엇인지에 대한 호기심과 고객에게 소개하는 모든 연수프로그램에 대한 사전 체험이라는 의무사항도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23일의 리더십 연수에 참가를 한 것이다.

 

멋 모르고 들어 간 리더십 교육에서 있었던 일이다. 주변사람들로부터의 사전 조사를 통하여 나의 장점과 단점을 면밀히 파악한 후 그 결과에 대하여 피드백을 받는 섹션이 있었다. 내가 채용하고, 내가 교육시킨 직원들로부터 나의 단점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다는 것은 생각보다 고통스런 일이었다. 같이 일을 하면서도 항상 동생처럼 생각했던 직원들이었기 때문에 “배려심이 부족하다.” “너무 독단적이다.”라는 코멘트를 접했을 때는 약간의 배신감마저 느끼기도 했었다.

 

왜냐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 중에 하나가동생은 무조건 형의 말을 따라야 하며, 그 대신에 형은 끝까지 동생을 보살펴 주어야 한다는 형제애에 기반한 인간관계를 중요시 여겼기 때문이었다. 나의 이런 형제애적 가치관은 어린 시절 나를 둘러싼 가정환경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연로하신 부모님의 늦둥이로 태어난 나는 어린 시절 항상 혼자였다. 10년 이상의 차이가 나는 형들은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 갈 때는 이미 생활기반을 서울로 옮기고 명절 때만 잠깐 들렀다 가는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초등학교 때였는데, 친한 친구와 함께 낯선 동네에 놀러 갔다가 그 동네 건달한테 붙잡혀 실컷 두들겨 맞은 적이 있었다. 형이 있었던 친구는 다음 날 자신의 형을 데리고 그 건달을 찾아가 통쾌하게 복수를 해 주었는데, 그런 친구의 모습이 그렇게 부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나도 저렇게 복수해 줄 수 있는 형들이 있는데…… 하는 부러움과 함께, 그야말로형제는 용감했다!’와 같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오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기에 형들이 내려오는 설날과 추석이 다가오면 며칠 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형들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기다리다 지쳐 잠들어 버린 나의 볼을 비비며 “우리 막내 잘 있었어?”라고 흔들어 깨우던 형들의 체취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내 인생 가장 소중한 추억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지시를 받을 때에 아무 이유 없이 감사히 받아 들이는 성향이 생겼다. 아마도 형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생긴 것일 것이다. 반대로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들의 비판이나 지적에 대해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지어는 그런 행동을 매우 건방진 행동이라고 생각하며 좋지 않게 여기기도 했었다.

 

또한, 일찍부터 독립심이 발달했다. 항상 혼자 생활하다 보니 남보다 빠른 나이에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사고가 발달해 버린 것이다. 누군가와 상담하고 상의하는 문화가 나는 영 어색했다. 그래서 아무 두려움 없이 일본 유학 길에 올랐는지도 모르겠다. 아무 연고 없는 낯선 곳에서의 생활은 결정과 책임에 있어서 자기본위의 사고를 더욱 더 강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주변인들과의 공감능력이 많이 떨어져 버린 모양이었다.

 

이렇게 형성된 성격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긍정적인 역할도 있었지만, 반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부정적인 측면도 동시에 만들어 주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듣는 말이배려심이 없다, 비판에 대한 수용성이 부족하다, 주변을 볼 줄 모른다.’와 같이 주로 혼자 자라난 사람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이타심의 결여와 관련된 지적이 많았다.

 

아무리 교육의 장면이라고는 하나, 이런 피드백을 아무렇지도 않게 전하는 직원들에게 처음에는 화도 나고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로 하여금 더욱 더 훌륭한 CEO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진심 어린 마음에서 전하는 메시지라는 코멘트를 접했을 때, 한 없는 반성과 함께 이 순간을 앞으로의 삶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터닝포인트로 삼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보았다.

 

지금은, 나이보다는 사실의 진위여부와 합리성을 근거로 생각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가급적 타인의 기분을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상대가 나보다 나이가 많을 경우에는 이유 없이 수용하는 경향이 아직도 남아 있다. 마찬가지로 나이가 어린 사람으로부터의 비판에는 아직도 발끈하는 게 사실이다. 아마도 정당하든 부당하든 그런 말을 해 주는 형들이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했던 어린 시절의 그리움 때문에 생긴내 마음속의 아버지’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