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금 수저를 물고 나온 사람들 – 3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06.23

지금까지의 글에서 열거한 승계기업 성공의 두 가지 포인트는 나의 사적인 의견이기도 하지만 수십 년간 가족기업만을 연구한 영국의 이곤젠더Egon Zehnder라는 컨설팅 회사가 런던 킹스칼리지의 사빈 라우Sabin Rau 교수의 자문을 받아 국제가족기업네트워크Family Business Network International와 함께 선도적인 가족기업 50곳을 분석하여 내 놓은 결과의 산물이기도 하다.

 

가족출신과 비가족출신 경영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몇 가지 베스트 프랙티스를 발견했다. 가장 성공적인 가족기업들은 좋은 지배구조를 기준으로 삼고, ‘가족 중력Family Gravity’을 보존하며, 가족 안팎에서 골고루 인재를 발굴해 육성하고 체계적인 CEO 승계 계획을 세운다.”라는 코멘트와 함께 라우 교수는 선도적인 가족기업을 개별 탐문하여 얻은 연구보고서를 HBR 2015 4월호에 게재하였다.

 

나는 여기서 라우 교수가 HBR에 제시한 가족중력’ ‘공정인사에 더하여 하나의 키워드를 더 제시하고 싶다. 바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벤처정신이자 선대회장님이 회사를 창업할 당시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 조직을 원점Zero Base에서 다시 일으켜 세우는 창업가 정신을 말한다. 물려받은 조직을 지키기보다는 파괴하고 떠나는 守->->離의 정신을 요구하고 싶다.

 

최근 경영승계가 이루어진 2세의 경영자들을 보면 두 가지 부류의 후계자들이 있다. 선친이 작고하고 안 계신 상태의 경영승계와 아직도 뒤에서 지켜보고 계시는 상황에서의 경영승계인데, 여기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좀더 큰 스트레스는 아무래도 선친이 아직 생존해 계시는 2세들이 훨씬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여차하면 아버지가 다시 경영일선으로 복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내가 밀려나고 다른 제 3자가 후계자로 임명될 수도 있다.

 

반대로 선친이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경우는 좀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회사를 경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거기에 더하여 선친을 대신하여 악전고투하는 후계자를 도와주고 싶은 동정론이 조직 내에서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경향도 느껴진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휴온스라는 제약회사이다.

 

휴온스는 지난 1965년 광명약품공업사라는 이름으로 설립이 되었다. 그리고 20년 뒤인 1987년 광명약품공업주식회사로 법인 전환이 되었고, 1999년 광명제약으로, 2003년에는 지금의 휴온스로 상호를 변경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6년 코스닥시장에 상장, 2015년 4 23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7591억 원으로 코스닥 제약업종내 시총순위 7위에 올라 있는 기업이다. 물론 중간에 큰 위기도 있었지만 선친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후, 불과 20년 만에 회사를 100배 성장시킨 것이다.

 

이러한 휴온스의 성장가도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윤성태 부회장이다. 윤 부회장은 창업주 윤명용 회장의 외아들로 한국 IBM에서 근무하다가 1992년에 아버지 회사에 대리로 입사했다. 그러나 97년 아버지의 갑작스런 별세로 33세의 젊은 나이에 회사를 물려받고 경영일선에 나서게 된다. 너무나 갑작스런 창업주의 죽음에 조직은 큰 혼란에 빠지기도 하였지만 오래지 않아서 조직은 안정세로 접어 들었다.

 

조직규모가 비교적 작았던 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평사원으로 입사하여 일반직원들과 동고동락을 같이 해온 2세 경영인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가 큰 힘이 되었다. 당시 윤성태 부회장에게 회사가 이렇게 빨리 성장한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는데, 그는 돌아가신 아버님이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도 선대 회장님께서 못다하신 업을 반드시 이루어야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있고요(^^)”라고 답해 주었다.

 

그러나 그러한 답변은 겸손한 그 분의 성격에서 나온 모범답안에 불과하다. 얼마 전에 휴온스의 경쟁사인 00제약의 임원으로부터 비즈니스의 흐름을 간파하는 정확한 판단력과 저돌적인 추진력이 휴온스의 힘이다. 윤 부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지금의 휴온스를 만들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휴온스는 가업승계의 기업이라기 보다는 어찌 보면 창업기업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의 성격인지 IBM에서의 혹독한 트레이닝의 결과인지는 몰라도 그의 추진력과 판단력은 네이버, NC소프트와 같이 성공한 벤처1세대의 CEO들이 갖고 있는 능력과 비교하여 절대 밀리지 않아 보인다.

 

윤 부회장과 달리 아직 선친이 살아 계시거나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경우는 문제가 조금 다르다. 아무래도 물러나 계신 회장님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회장님을 의식하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물러나서 지켜보고 계시는 회장님도 별로 원치 않는 일이다. 뒤에서 지켜보고 계시는 회장님을 의식하여 시키는 일만 고분고분 한다면 회사의 다른 고용직원들과 별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이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2세 경영자보다는 보통의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2세 경영자는 오너프리미엄을 충분히 살려서 추진력을 발휘하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비록 실패한다 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일어나 빠른 회복탄력성으로 무장하는 창업가정신이 필요하다. 실제로 내가 알고 지내는 창업주 회장님들 모두가 이점을 크게 강조하고 계시다. 그러나 그에 반하여, 자제분들은 지나치게 회장님을 의식하고 소극적이다. 여기서 갈등의 불씨가 자라는 것이다.

 

최근의 젊은 2, 3세 경영후계자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국내대학을 나와서 미국 MBA코스를 밟고 컴백하여 아버지회사에서 경력을 쌓는 구조이다. MBA수업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사례연구Case Study를 통한 간접경험을 수 없이 반복한다. 하지만 간접경험은 어디까지나 간접경험에 불과하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는 직접경험이 쌓일수록 나만의 경영노하우도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가정신이 중요하다. 넘어지고 일어나서 앞으로 걸어가노라면 어느 순간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내 주변에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이 꽤 있다. 하지만 생각만큼 그리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한 방 보여주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오늘도 독한 술만 들이키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짧은 식견이나마 그들을 위해, 성공한 승계기업의 필요조건에 대해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해 보았다. 이 땅의 많은 2세 경영자들의 건투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