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금 수저를 물고 나온 사람들 – 2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06.15

주변을 둘러보면 가업을 이어받아 더욱 크게 성장시킨 성공한 2세 경영자들도 많지만, 반대로 경영승계가 이루어진 후에 소리 없이 사라진 승계기업의 수는 그 보다 훨씬 더 많다. 승계자가 2세에서 3세로 갈수록 생존 확률은 더 희박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가족기업연구소Family Business Institute에 따르면 기업이 창업주의 대를 이어 2대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30%, 3대까지도 건재하게 경영되고 있는 장수기업 비율은 12%, 4대 이상까지 살아남는 초 장수기업의 비율은 3%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속담에 부자 3대 못 간다라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가족이 소유하거나 경영하는 가족기업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전 세계 기업의 80%가 가족기업으로 추산될 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그들은 장기적 일자리의 최대 공급원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가족기업들이 전체 노동자의 60%를 채용하고 신규 일자리의 78%를 창출한다고 한다. CEO 선임같이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은 미국 S&P 500대 기업의 33%, 프랑스와 독일의 250대 기업의 40%,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대기업의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가족기업연구소는 말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갈수록 경영승계 기업의 숫자는 늘어날 것으로 예측이 된다. 요즘은 후계자를 대동하고 모임에 참석하시는 회장님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2, 3세 경영인이라고 소개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실제로 우리회사 고객들 중에서도 2세 경영인이 아버지를 도와 회사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영승계 기업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원인분석에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짧은 지식이나마 경험의 범위 내에서 승계기업의 성공요소에 대해 정리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만일 나에게 누군가가 “2, 3세 경영자의 성공의 포인트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개인적으로 다음 3가지 요소를 들고 싶은 생각이 있다. 첫 번째가 가족중력Family Gravity이고, 두 번째가 공정인사Clean HR System이며, 세 번째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다.

 

제일 먼저 강조하고픈 가족중력은 창업주 가족의 일치된 단결과 이를 기반으로 한 지원을 말한다. 어느 기업이든 창업주가 있기 마련이다. 아직 경영일선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계신 창업주가 되었든 은퇴하거나 혹은 세상을 떠난 경우가 되었든 창업주의 고귀하고 숭고한 정신은 기업의 레거시Legacy로 남아 있어야 하고, 창업주의 가족은 이러한 레거시가 시대를 관통하여 유지되게끔 노력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7,80년대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던 대기업 중에는 창업주의 외도로 인하여 배다른 형제들 간에 생긴 권력암투와 경영권 다툼으로 회사가 다른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였다. 설령 같은 부모 밑에서 나고 자란 형제라 하더라도 지난친 욕심으로 서로를 믿지 못하면서 불신의 골이 깊어져 형제간에 고소고발이 끝이지 않고 발생하는 재벌들의 이야기도 포털 검색을 하면 수십 페이지에 이른다.

 

가족들간의 화합과 단결을 통한 지원은 경영승계를 맡은 후계 경영자에게 있어서는 천군만마와도 같겠지만 아쉽게도 80, 90년대 경영승계 기업의 경우 이 부분이 취약하여 기업이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제약업계 1위 기업이었던 동아제약은 父子의 난때문에 쇠락의 길을 걸었고, 사조참치로 유명한 오양수산은 母子의 난때문에 수산업계 정상의 자리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선도기업의 부끄러운 역사가 반면교사로 작용했는지 최근의 경영승계 기업을 보면 이러한 오점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특징적인 현상이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회장 주변의 신변정리나 자식들의 지분정리는 확실히 해 둔다는 점이다. 3, 40대 후계자들의 경영승계와 관련하여 부모들은 지분정리와 관련하여 상당한 노하우와 함께 철저한 사명감을 가지고 승계작업에 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오너일가의 경영자들은 과거와는 달리 가족중력은 어느 정도 살아있는 듯해 보인다.

 

다음은 승계기업의 두 번째 성공조건으로 공정인사를 강조하고 싶다. 서두에서 설명하였듯 최근 승계기업에게 있어서 가족중력은 어느 정도 중심을 잡고 있는 듯해 보이는 반면 아버지와 아들, 형제자매 사이에 보이는 묘한 줄타기 인사의 문제점이 새로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얼마 전에 어느 오너기업 회장의 장남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후배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이번 人事에서 과거 회장님과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전부 부활해서 앞으로 피 바람이 예상된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또 다른 후배는 회장님 차남 쪽에 있는 사람들이 건방지게 우리 쪽 의견을 무시하고 있는데, 더 크기 전에 손 한번 봐야겠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인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질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비록 우리나라가 아닌 북미지역에서 조사된 연구결과이기는 하지만, 가족기업의 인사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연구 리포트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보리스 그로이스버그Boris Groysberg교수와 동 대학원의 데보라 벨Deborah Bell연구원은 가족기업과 비가족기업에서 종사하는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각자의 인사고과 점수를 매겨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전자의 인사고과 점수가 후자에 비해 형편없이 낮았고, 특히 인재관리 점수가 많이 인색했다. 게다가 자사가 인재를 발굴, 채용, 유지, 혹은 해고하는 인재쟁탈전에서 선전하고 있거나 직장 내 다양성을 잘 활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채 10%도 되지 않았다.”

 

내 주변에 계신 회장님들의 요청으로 경영자 수업을 받고 있는 젊은 후계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있노라면 대놓고 말을 하지는 않지만 은근히 자신이 데리고 있는 직원들만 신뢰를 하거나, 혹은 자신들 라인에 있는 사람들 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인상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 후계자와 업무상 거리감이 있는 부서에 있거나 잠재적 경쟁구도에 있는 상대편 라인에 있는 직원들은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부정부패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단골 멘트처럼 내뱉는 말이 있다. “아랫사람이 알아서 한 일이라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물론 본인이 지시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지우는 파렴치한 사람들도 없진 않지만, 정말로 부하직원들간의 지나친 충성경쟁으로 인하여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변을 둘러 보면 최근의 경영승계와 관련한 라인인사봉인된 폭탄같은 느낌이 들어 걱정이 될 때가 가끔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