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가까운 사이일수록 노력이 필요하다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07.30

신혼초기에 있었던 일이다. 너무나도 성격이 다른 나와 아내는 서로 간의 극심한 성격차이 때문에 싸우는 빈도수가 조금 많았다. 너무나도 이성적인 성격의 아내는 감성에 너무 많이 흔들리는 나의 성격을 맘에 들어 하지 않았다. 나 또한 감정이 한창 복 받쳐 올라가는 타이밍에 차갑게 제동을 거는 아내가 못마땅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연애는 환상, 결혼은 현실이라는 선배들의 말이 구구절절 절실히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오래 전에 딱한 사연에 있는 친구네 가족과 저녁을 먹다가 돈이 있으면 잠시만 빌려달라는 친구의 말에 앞뒤 안 가리고 성큼 빌려주겠노라고 말을 했다가, 친구가 바라보는 면전에서 저희도 여유 돈이 없다고 딱 잘라서 거절하는 아내와 대판 싸운 적이 있다. 집으로 돌아온 후, “친구 면전에서 그렇게 내 체면을 구기면 어떻게 하느냐는 화난 나의 목소리에 빌려 줄 돈도 없거니와 술 마시고 약속하는 그 자체가 싫다!”라고 딱 잘라 말하는 아내에게서 맞는 말 같은데 기분 나쁜묘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데, 그 후로도 이와 유사한 일들을 나는 여러 번 경험했다.

 

우리는 서로가 자란 환경도 극과 극이었다.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대표적인 문화적 충격 중에 하나가 장인어른의 설거지였다.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집으로 찾아 온 예비사위를 앞에 두고 다 먹은 음식들을 치우시고 설거지까지 하시는 것이었다. 남자는 절대 부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면서 자라온 나로서는 설거지를 하는 가장의 모습이 충격 그 자체였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생생한 내 인생 최고의 문화적 충격 중에 하나로 꼽을 만한 사건이랄 할 것이다.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 때부터 서울 생활을 시작하신 장인어른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해 상당히 깨어있는 사고를 일찍부터 가지고 계셨다. 아무리 바쁘시더라도 항상 장모님을 도와드리려고 애를 쓰셨고,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도 지시보다는 청취의 모습을 견지하시려고 많은 애를 쓰셨다.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너무나 자상한 친구 같은 아버지의 모습을 갖고 계셨던 것이다.

 

이에 반하여 전라남도 광산군 삼도에서 나고 자라신 우리 아버지는 가부장적 사고가 굉장히 강한 분이셨다. 아버지 옆에는 큰 오동나무 회초리가 하나 있었는데, 늘 가까이 두시고 혹시나 우리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라 치면 가차없이 훈육을 하곤 하셨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타지에서 교직생활을 하고 계시던 아버지가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신 적이 있었는데, TV에 푹 빠져있던 나는 그만 얼굴도 안 보고 건성으로 인사를 드리고 말았다. 그 때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데, 결국 나는 한 겨울에 팬티만 입고 쫓겨나고 말았다.

 

타고난 성격은 물론이고, 자란 환경 또한 이렇게 다르다 보니 나와 아내는 다투는 일이 많았다. 좌뇌가 먼저 작동하면서 수평적 관계를 원하는 아내와 우뇌가 작동하면서 가정내의 서열을 중요시 한 나는 평행선을 그리며 달리는 기차의 철로처럼 더 벌어지지도, 그렇다고 더 가까워지지도 못한 채 꽤 오랜 기간을 소모적인 논쟁으로 아까운 신혼기간을 보내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친한 선배와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내 생각이 일부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친한 친구의 형 중에 의대를 나와서 심리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꽤 실력 있고 마음씨 좋은 선배가 한 분 있었는데, 당시 심리치료를 하고 있던 중년 부부의 이야기를 사례로 들어 내 생각이 어디에서 잘못되었는지를 알려 주셨다.

 

너무나 강한 자기중심적 사고로 인하여 가정이 파탄일로에 선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상담치료를 위해 선배의 책상 건너편에 자리잡은 남자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다. 남자는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남자에게 있어서 여자와 가족은 자신과 동일시 되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가정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되었다. 남자의 스케줄이 중심이었고, 남자 집안의 가족행사가 우선이었고, 남자의 회사 일이 우선이었다.

 

남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고객들과 상사에게 잘 보여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그 분들이 원하는 것을 해 주고, 그 분들의 일정에 맞추고, 그 분들을 행복하게 해 드려야 해! 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낮추고 고객과 상사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삶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남자가 동일시 하고 있는 가족들이 같은 희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왜냐하면, 남자는 가족들을 본인과 같은 동일체로 여겼기 때문이다.

 

선배의 말을 들으면서 묘한 감정의 파도가 일었다. 왜냐하면, 나 또한 나의 아내를 나와 동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족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아내가 들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아내는 나와 같은 존재로 동일시 되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데로 움직여 주지 않으면 서운했고 화가 났던 것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 더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라는 선배의 말을 들으면서 뭔가 둔기로 세게 한 방 얻어 맞은 느낌을 받았다.

 

그때의 상담 이후로 우리의 결혼생활은 너무 행복해졌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바로 나라고 말씀하신 성철스님의 말씀처럼 그 동안 성격 탓, 환경 탓으로 여겼던 모든 문제의 근원이 사실은 나에게서 비롯되었음을 느꼈기 때문에 서로가 의견이 맞지 않을 때는 한 발 물러나서 고객을 대하는 마음으로 생각의 관점을 바꿔보려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이와 비슷한 일들을 회사에서도 종종 경험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 많은 관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조직을 위해서 이렇게 나를 희생하는데 너희들은 왜 그 모양이야!”라고 말하며 자신처럼 행동하지 않는 부하직원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상사나 조직에 대한 마음가짐으로 부하직원들도 대하고 있는지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부하직원은 내가 아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이해해 주고, 용서해 주고, 희생해 주는 나 자신과 동일한 존재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들도 나의 고객 중에 하나이다.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에게도 똑 같은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합리적 사고가 아닐까?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