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아이들 교육에 정신 줄을 놓으면 안 되는 이유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08.21

2005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던 어느 가을에 있었던 일이다. 반도체 회로설계와 관련된 업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코스닥 시장까지 입성한 친구가 있었다. 평소 검소하게 생활하던 그 친구는 갑자기 회사가 코스닥 시장에 들어가다 보니 오라는 곳도 많아지고 술자리도 갑자기 늘어나게 되어서 운전기사를 채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직 전용 운전기사를 부리기에는 부담도 되고 하여 내키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 하도 난리를 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어느 인력파견업체에 의뢰를 하여 베테랑 운전기사를 소개받기로 하였단다.

 

점심약속에 늦을까 싶어 부랴부랴 급하게 회의를 마치고 밖에 나오니 관리부장이 이미 뽑아 놓은 운전기사가 뒷문을 열고 허리를 굽히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더란다.

어서오십시오. 사장님, 오늘부터 사장님을 모시게 된 김00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그래요. 저도 잘 부탁드릴께요. 반가워요, 우리 잘해 봅시다.”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사장님, 어디로 모실까요?”

라고 말하며 뒤를 돌아보는 운전기사와 눈이 마주친 친구는 그 운전기사의 얼굴을 본 순간 너무 놀라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고 한다.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였던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어보는 나에게 “2~3일 정도 같이 지내다가 도저히 불편해서 안되겠다 싶어서 돌려 보내고 다른 기사를 받았지!”라고 말을 해 주었다. 운전기사로 오게 된 중학교 친구가 어떤 인생의 경로를 걷데 되었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다만,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중학교 졸업할 무렵에 그 친구의 부모는 이혼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정상적인 길에서 벗어나는 인생이 시작되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2013년 봄에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란 친한 친구의 어머니님께서 돌아가시는 바람에 시골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때 있었던 일이다. 같은 동네에서 함께 자란 친구이기에 장례식장에 온 친구들 중에는 낯익은 얼굴도 몇 있었지만, 얼굴이며 말투며 모든 것들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낯선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동창이라는 이름만으로 반갑다고 말을 하며 인사를 나누기는 하지만 영 어색한 기분이 가시지가 않는데,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아는 체를 한다.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더라면, 나는 고향 선배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을 정도로 나이가 나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이는 외모를 한 친구였다.

 

박용성(가명)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친구는 어릴 때만해도 우리 동네에서 제일 부자 집에서 자란 친구였다. 그 친구 집에 가면 없는 것이 없었다. 장난감도 많았고 당시에 부의 상징이라는 자가용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 친구의 부모님이 뭐 하시는 분인지 잘 몰랐다. 다만 어른들이 용성이네는 미군들 상대로 물장사하는 집이니 가까이하지 말아라!”라는 말씀만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가 유독 기억이 나는 이유는 그 친구네 집이 워낙 부자였던 것도 있었지만, 그 집에 들어가 머슴처럼 일하며 집안의 온갖 허드레 일을 도맡아 하던 같은 반의 김기덕(가명)이라는 친구 때문이다. 가난했지만 똑똑하고 공부를 잘했던 기덕이는 부자친구 용성이네 집에 들어가 집안일도 해주고 용성이 공부도 가르쳐 주면서 학교를 다녔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기덕이는 보통아이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손에서 책을 놓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부자아이 용성이는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사업을 하다가 부모에게서 받은 재산을 전부다 날리고 지금은 공사판을 전전하고 있다고 하였다. 궁금했던 기덕이 소식을 물었다. 국립대인 전남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지금은 미국 UCLA에서 교수로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네사람들은 다 아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인지라 지역방송국에서 다큐로 찍는다고 연락도 하고 그랬다는데 미국에 있는 기덕이가 완강히 거절해서 전파를 타는 것은 실패했다고 한다.

 

소설 같은 이야기들을 지금 새삼스럽게 꺼내는 이유는, 얼마 전 이와 비슷한 사건 하나가 전세계에 소개가 되었기 때문이다. ‘판사와 죄수의 비극적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전세계에 생방송된 CNN 뉴스의 사연은 이랬다.

 

2015 630 미국 마이애미주 데이드카운티 법정, 민디 글레이저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판사가 절도 혐의로 기소된 아서 부스라는 남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혹시 노틸러스 중학교에 다녔습니까?”이에 부스는 세상에……”라는 말을 반복하고는 뚝뚝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글레이저 판사와 죄수복을 입은 부스는 중학교시절 같은 반 동창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부스가 범죄자 신세로 암울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과거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부스는 공부를 잘하는 총명한 학생으로 학교의 자랑이었고 글레이저는 이런 부스를 너무나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나 잘나가던 부스의 인생 행로가 정반대로 흘러간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글레이저가 대학과 로스쿨을 착착 밟아가며 판사가 된 것과는 달리 부스는 범죄의 세계에 발을 디뎠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도박에 빠진 부스는 돈이 모자라자 곧 남의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마약에도 손을 댔다. 이에 고등학교는 자퇴했고 이때부터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인생으로 추락했다.

 

이날 재판에서 글레이저 판사는 '항상 네가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했다'면서, '우리 반에서 제일 친절하고 멋진 소년이었다. 너는 나의 첫사랑이었다'고 지난 날을 회고하며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엇갈린 두 동창생의 소설 같은 이야기는 CNN을 통하여 전세계로 보도가 되었고 국가를 초월하여 세상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고 한다.

 

판사와 죄수의 기막힌 사연을 들으면서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자신의 인생을 화려하게 엮어 가고 있는 기덕이 생각이 났다. 한편으로 부자집 아들로 태어나서 남 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다가 지금은 공사판에서 전전하고 있는 용성이 생각도 났다. 그리고 코스닥 업체의 사장과 그를 모시는 운전기사로 서로를 마주하게 된 두 동창생의 기막힌 사연도 다시 생각이 났다. 이들의 기구한 운명을 떠올리면서, 새삼 아이들 교육에 정신 줄을 놓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다져보게 된다.

 

“두 집에서 각기 아들을 낳았어도, 두세 살 때는 재주가 서로 엇비슷하고, 조금 자라서 모여 놀 때도 같은 무리의 물고기처럼 비슷비슷하다. 열 두어 살이 되면, 두각을 나타냄이 약간 달라지고, 스무 살이 되면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진다. 맑은 냇물이 더러운 도랑물에 비치듯이, 서른 살에 골격이 굳어지면, 하나는 용, 하나는 돼지로 변한다. 학문을 이룬 용은 훨훨 나는데, 학문을 못 이룬 두꺼비는 돌아볼 재주조차 없다. 한 명은 말 앞의 졸개가 되어 채찍 맞은 등에는 구더기가 생기고, 다른 한 명은 재상이 되어 고래등 같은 집에 산다. 그래서 묻노니 어찌 해야 하는가? 배워야 하겠는가? 배우지 말아야 하겠는가?” -《한손에는 논어를 한손에는 주판을》에서 인용

 

다음글 대우의 저주
이전글 손석희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