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얼마인데!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08.06

투전 판에는 여러 부류의 인간들이 있지

어떤 놈이 가장 먹기 쉬운 먹이 감입니까?”

우선은 절반 정도 돈을 잃은 놈을 찾아서 그 놈 돈을 먼저 따서 출발하는 거야! 어느 정도 돈을 잃은 놈은 본전 생각에 절대 판을 빠져 나갈 수가 없을뿐더러 본전을 되 찾겠다는 생각에 판단력이 흐려져서 더 허둥대게 마련이니까!”

2006년 개봉된 영화 타짜에서 직업노름꾼의 세계에 입문한 고니(조승우)를 조련하기 위해서 그의 스승인 백윤식이 던진 말이다.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B. Cialdini 교수가 발표한 인간의 손실회피를 위한 마지노선은 어디까지인가?’라는 제목을 가진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에 투자한 사람들이 더 이상의 손실을 회피하기 위하여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은 투자한 금액의 50%정도까지라고 한다. 그 이상을 넘어가게 되면 끝까지 가고자 하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치알디니는 이러한 심리를 지금까지 쓴 돈이 아까워서 오기가 발동하는 심리라고 표현했다.

 

몇 일전에 직원 수가 약 700명 정도되는 제조기반의 탄탄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을 방문했다. 근처 볼일이 있어 들른 거라 사전 예고 없이 방문한 건데 교육팀장이 반갑게 나를 맞이해 주었다. 10년 전에 처음 만날 때만 해도 과장이었는데 어느새 부장이 되고 팀장이 되어 있었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요새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 는 나의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10년 전에 착공한 연수원 공사가 드디어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어요~ 그 일로 요즘 정신이 없네요^^!”라고 답을 한다.

 

10년 전에 이 기업을 처음 방문했을 때만 해도 직원 수가 1500명 정도에 이르렀다. 회장은 드디어 개인적인 꿈을 이룰 때가 되었다며 직원들 교육을 위한 연수원 건립을 추진했다. 기업이 자사의 연수원을 만드는 타이밍에 대하여 언제가 적합한지에 대한 정해진 답은 없다. 다만, 감각적으로 보았을 때, 대략 1300명 정도가 넘어가면 필요한 시점에 이르게 되고 기업 또한 이 정도를 넘어갈 때 건립을 추진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온 터라 연수원 건립을 추진하라는 회장의 말씀을 들었을 때에 적당한 시기라는 느낌이 들었었던 기억이 난다.

 

문제는 항상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을 한다. 건립을 위한 첫 삽을 뜨고 연수원 건립을 위한 총 예상비용의 약 50% 정도가 투자되었을 무렵에 예기치 않은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2009년 리먼사태가 터지면서 대부분의 물건을 해외수출에 의존하던 이 회사에 심각한 경영악화가 온 것이다. 인력을 감축하고 비용을 지출하는 와중에 한창 건물을 올리던 연수원의 공정도 올스톱이 된 것이다.

 

그리고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회사의 거래처가 정상을 되찾으면서 이 회사의 재무상태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한 가지 변화가 찾아왔다. 국내 기반의 생산설비를 대부분 베트남으로 이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 감소된 인원에 대한 보충계획이 저절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장은 잠시 중단된 연수원 건립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라는 지시를 하였고 드디어 회장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계산이 되지 않았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저 연수원이 적자를 보지 않기 위해 운용해야 할 연간 교육인원은 대략 1500명 정도에 이른다. 최초 건립을 추진했던 당시의 종업원수에 맞추어 연수원의 규모를 설계한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변하여 지금은 700명 정도의 직원을 가진 회사가 되었다. 더 이상 직원수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회사가 발표한 향후 10년간의 경영계획에 따르면 국내 종업원수의 규모는 더 축소할 계획이라고 한다.

 

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아까워서라도 준공을 완료하고 다른 기업의 교육을 유치하여 BEP를 맞추자!’라고 위에서 말을 하였다는데, 결국 본전생각이 아까워서 이런 현실성 없는 공사가 계속 추진되어 왔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갑자기 인천아시아 주경기장이 생각이 났다. 지난 달에 인천에 볼 일이 있어 간 김에 시간이 조금 남아 청라 쪽에 위치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송영길 前인천시장이 그의 저서 『룰을 지배하라』를 통하여 자신의 가장 눈부신 치적중의 하나로 묘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언론은 돈 먹는 하마, 애물단지로 묘사하고 있어 그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터여서 어떤 곳이길래? 하는 궁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문학경기장 활용을 거부한 송영길 前시장의 진두지휘로 인천에 지어진 주경기장의 설립비용은 총 4700억원이다. 경기가 끝난 지금 1년 동안 단순한 시설운영비로만 약 30억원을 썼다고 한다. 건립초기에 낭비라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하여 시가 주창한 명분은 이미 새로운 경기장의 착공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기존 시설의 활용은 불가하다. 대신 이곳을 테마 관광단지로 조성하여 운영비를 마련토록 하겠다였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테마관광을 위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자전거를 타고 노는 지역주민 몇 명만 눈에 뜨일 뿐이었다.

 

그래도 이곳은 전남 영암에 있는 포뮬러원(F1) 경기장에 비하면 양반이다. 2006년부터 시작하여 약 4000억원이 투입된 영암의 F1 경기장은 대회가 시작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 발생한 누적적자가 19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2014년 이후 중단된 경기로 인한 위약금(1년에 500) 문제도 아직 남아있다. 결국 지역 정치인들은 법을 고쳐서 이곳을 경마나 경륜과 같이 돈을 걸고 내기를 할 수 있는 도박 경주장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원래의 용도나 목적은 간데 없고 사행성 도박장으로 색깔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이곳 역시 2006년 당시 F1이 유치되고 경기장을 건립할 단계에 이르자 타당성 문제가 불거져 나왔었다. 일단 유치하고 보자는 지방자체 단체의 블루프린트가 철저하게 검증을 받는 단계에 이르자 사업타당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난 것이다. 하지만 단체장이 명분으로 내건 슬로건도 인천의 그것과 거의 흡사했다. “이미 상당부분 공정이 진척이 되었으니 지금 중지하면 오히려 손해다. 차라리 완공한 후에 다른 용도로 활용하겠다였고, 결국 고육지책으로 도박장으로 용도변경 될 예정에 있다.

 

수순은 대개가 비슷하다. 우선은 최고책임자의 의지가 반영된 장미 빛 청사진이 만들어 진다. 현실적인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일단 공사가 시작되면서 현실 타당성을 검토하게 된다. 하지만 공사는 이미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얼마인데라는 말로 주변의 반대여론을 잠재운다. 그러다가 결국 헤어나기 힘든 늪 속으로 점점 빠져들어 간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 평창올림픽 작년에 이어 또 예산증가, 이번이 3번째라는 뉴스가 눈에 들어온다. ‘평창올림픽이름만 들어도 걱정이 되는 단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