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사기와 실수의 차이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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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번째 이야기 「사기와 실수의 차이」

케이터링서비스를 하는 대기업 A사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친구가 있다. 좋은 식재료를 공급하기 위해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니며 신선하고 품질 좋은 우리 농산물을 발굴하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는 정직한 친구다. 맛좋고 품질좋은 우리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농민들을 대신하여 대기업에 납품하는 자신의 비즈니스를 항상 자랑스럽게 여기며 너희 같은 월급쟁이보다는 훨씬 낫지(^^*), 하면서 만날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는 후덕한 인심을 가진 마음씨 좋은 친구다.

아마도 3년 전 이 맘 때였던 기억이 나는데…… 하루는, 항상 콧노래를 부르며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 바이러스를 발산하던 이 친구의 얼굴이 하도 어두워 보여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 본 적이 있다. 평소 때 같으면 항상 몸 속에 지니고 다니는 식당여지도(전국의 유명한 맛 집을 대한민국 전도에 표시해 놓아 붙인 이 친구가 만든 지도)를 펼쳐 보이며 새로 발굴한 맛 집 홍보에 열을 올릴 시즌인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얼굴에 영 힘이 없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나 보였기 때문이다.

“너 무슨 일 있어? 오늘따라 안색이 되게 안 좋아 보이는데!”
“우리 물건을 받고 있는 A사에서 최근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서 큰 고민에 빠져있는 중이야”
“어떤 요구인데?”
“납품하는 식재료의 모든 단가를 30%내려 달라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하거든 ㅠ.ㅠ”
오래 전부터 구매를 담당하는 직원으로부터 납품단가 인하에 대한 압력을 받아오긴 했지만, 어찌어찌 지금까지 버텨왔는데 더 이상은 버티기가 힘들 정도로 거센 압력이 들어 왔다는 것이다. 이 친구의 말에 의하면, 10%정도의 인하가 마지노선으로 더 이상은 본인이 적자로 떠 안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다행히 그 친구가 거래하는 A사에 아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오지랍이 넓어서인지, 아니면AINS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을 人事라는 영역의 한 우물을 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은근히 여기저기 인사부서에 아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아 스스로도 가끔씩 놀랄 때가 있다. 각설하고, A사의 인사파트를 통해 접수된 내 친구의 납품단가 인하와 관련된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A사 또한 지금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고 한다. 경쟁업체들이 잇따라 공개입찰에서 저가공세를 펼치면서 기존 거래처가 상당부분 경쟁사로 넘어가게 되었고 그 와중에서 자사 또한 어떻게든 가격인하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자니 자연스레 식재료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성역 없이 무조건 30% 원가절감을 선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더 덧붙인다. “피해갈 수는 없을 겁니다. 손해 보더라도 승복하는 게 좋을 듯 해요~ 더 싸게 공급받을 수 있는 거래처는 얼마든지 있다고 구매파트에서 그러네요^^;”

그 말을 전달하고, 걱정이 되긴 했지만 더 이상은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어 나도 잊어버리고 시간이 지났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어느 날, 그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신을 버린 A사가 자신이 납품하던 모든 농산물에 대해 값싼 중국산을 가져다 쓰면서 국내산이라는 생산지 표시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는데 어찌하면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솔직히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아무리 친구의 말이긴 했지만 믿기지가 않았다. 설마 이름이 알려진 대기업에서 거짓말을 할 리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몇 번이고 확인질문을 해 보았다. 이 친구의 말에 의하면 정확히 ‘이것이 중국산이다’라는 물증은 없단다. 하지만 음식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먹어보면 중국산과 한국산의 차이를 확연히 느낀다고 하는데 확신하건 데, 분명 자신이 납품했던 농산품의 대부분은 중국산으로 대체되었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 A사에 있는 지인에게 방금 친구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해 주었다. 수화기 건너편으로부터 당황해 하는 담당자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만일 방금 말씀하신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건 정말 저희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건이 될 것입니다.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확인이 끝날 때까지 절대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아 주십시오.”라는 간곡한 부탁과 함께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1주일 후, A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원가절감을 위해 기존 거래선을 바꾸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농산물이 중국산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산지 표시를 바꾸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고, 담당자를 중징계하였으며, 중국산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아서 예전의 국내 거래처로 다시 바꾸기로 했다는 말도 해 주었다. 물론 내 친구와의 거래관계도 다시 복원키로 했다고 전하면서, 신사장님 제보가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는 말도 잊지 않고 해 주었다.

A사에서 벌어진 원산지 표기와 관련된 해프닝은 결론적으로는 아무 문제없이 정리가 된 해피엔딩 스토리로 끝이 났지만, 만일 A사가 나의 전화를 받고도 내부적으로 어찌 된 일인지 확인해 보지 않았다거나, 또는 국내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농산물 사용에 대하여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는 이가 없었더라면, 중국산 식재료에 민감한 우리 국민의 정서를 생각해 보았을 때에 이건 정말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대국민 사기극으로 다루어졌을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년 전에 있었던 케케묵은 이야기를 다시 꺼낸 이유가 있다. 최근 발생한 폭스바겐사태 때문이다. 100년 기업이라는 독일의 폭스바겐이 자사의 디젤엔진에 배기가스 배출량을 속이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했다가 탄로가 나는 바람에 파산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한다. 미국 CBS방송은 지난 달 29일에 “폭스바겐이 앞으로 써야 할 돈은 미국 내에서만도 벌금 21조, 1100만대 조작의심차량의 리콜에 들어가는 비용 23조, 다른 국가에서 치러야 하는 벌금과 리콜 20조, 여기에 더하여 각종 소송에서 물어야 하는 대가로 약 20조 등, 총 84조에 달하는 비용지출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실 천문학적인 사태처리비용도 문제지만, 독일의 자존심인 폭스바겐을 위태롭게 하는 건 ‘소비자들의 신뢰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6년 전에 터진 도요타사태와 달리 이번 폭스바겐을 바라보는 미국내 여론은 그들(폭스바겐)이 사기를 쳤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도요타는 실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리콜처리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지만 폭스바겐은 조작된 프로그래밍을 입력했기 때문에 엄연히 의도된 사기입니다.” 라고 CNN의 메인앵커 앤더슨쿠퍼는 말했다.

물론 허위로 원산지표기를 조작한 A사의 경우, 조직적으로 회사가 관여한 고의적 사기라기보다는 담당자의 과욕이 부른 실수에 가깝다고 볼 수가 있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주변의 모든 이들이 관대한 대응으로 애정어린 조언을 하였던 것이며, 회사 자체적으로도 신속한 내부조사와 함께 발 빠른 대응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의도된 사기가 아닌 이상은 다시 기회를 주고자 하는 우리 사회의 암묵적 룰도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폭스바겐과 같은 유형의 의도된 사기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그래서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폭스바겐의 재기가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어느 기업이든 이익이라는 단어에 민감하지 않은 기업은 없다. 이익확보를 위해 잠깐의 눈속임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기업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 소비자의 신뢰를 먹고 사는 생명체이다. 신뢰를 먹지 못했을 때는 영양소 부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기업의 영양소인 신뢰라는 먹이는 만들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아서 아무리 서둘러도 10년은 공을 들여야 하는 아주 까다로운 놈이다. 업종에 따라서는 100년이 필요한 분야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쌓은 신뢰라는 금자탑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준법’이라는 단어를 경영자 만의 몫이 아닌 조직전체의 책임으로 끊임없이 강조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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