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소주 한 잔 드리고 싶은데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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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번째 이야기 「소주 한 잔 드리고 싶은데」

아는 선배의 소개로 모 중소기업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00 사장님을 만난 건 지난 해 3월이다. 전문경영인으로서 관련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계시는 그 분을 보면서 정말 높은 업무능력을 가지고 계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대화가 깊어질수록 그 분의 직원사랑과 오너 회장을 위하는 마음을 느끼게 되었고 그 분의 진심을 느끼면서 큰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일취월장日就月將 잘 나가고 있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던 그 분이 지금 심한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얼마 전에 긴급히 SOS를 나에게 보내왔다. 일선에서 물러난 회장을 대신하여 지난 5년간 회사의 성장세를 이끌어 온 자신의 권위가 최근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돌아 온 회장의 아들라인에 간부들이 줄을 서면서 사장의 지시가 현장에서 제대로 먹혀 들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침 그 회사에 아는 지인이 있던 터라 그 분의 전화를 받고 난 후, 그 지인에게 회사의 현재 분위기를 물어 보았다.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있는 나에게 그 지인이 던져 준 답변은 내 마음을 더 심란하게 만들었다.
“월급쟁이 사장이야 오너가 나가라면 언제든지 나가야 되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에게 내 인생을 맡길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지난 5년간 보스로서 모신 분인데 이렇게 순식간에 고개를 돌리는 건 너무 비인간적이지 않나요?”
“허허 하여튼 우리 신사장님은 너무 순진하다니까! 너무 곱게 자라신 것 같아~ 결국 어차피 받아들일 현실인데 조금 빨리 받아들이는 것뿐이에요, 너무 그렇게 나쁜 사람 취급하지 마세요^^;

이해를 돕기 위해 박 사장과 A기업이 맺어지게 된 인연을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박사장님이 A기업과 인연을 맺게 된 건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고위 임원으로 퇴임한 그를 평소 눈 여겨 봐 오던 A기업의 회장이 그가 퇴직을 하자마자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그를 매개체로 하여 그가 속해 있던 대기업과의 관계가 좀더 깊어졌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지만, 박 사장님의 업무스타일이 워낙 깔끔하다는 소문이 A기업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마침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았던 때라 자신이 키운 회사를 맡아서 경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문경영인으로서 신임 대표가 부임하고 한 동안 회사는 큰 성장세를 이어갔다. 오너인 회장의 절대적 신임을 배경으로 큰 조직에서 엘리트코스를 밟으며 차곡차곡 다진 신임사장의 업무능력과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만들어 논 인맥이 A기업에서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의 성장세는 직원들에게 더 큰 비전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런 욱일승천旭日昇天의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마음껏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던 박 사장이 움찔 자신의 주변상황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회장의 아들이 미국에서 귀국하고 바로 자신의 아버지가 만든 회사에 입사한 것이다. 대기업 생활을 하면서 오너일가의 영향력에 대해 그 누구보다 많은 체험을 박 사장은 오너 아들의 회사입사에 한 동안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자신이 그 동안 구축한 조직기반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전과 다름없이 모든 사업을 자신의 의도대로 계속 추진해 나갔다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던 조직에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한 건 회장의 아들이 입사하고 1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신제품Q를 미주시장에 출시함에 있어서 둘 사이에 이견이 발생한 것이다. 기존 거래처를 활용하고자 했던 박사장의 생각에 회장의 아들이 반대를 한 것이다. 한인사회를 기반으로 유통라인을 확보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익을 낳을 수 있다며 직판대리점 개설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둘의 의견이 대립하는 과정에 있어서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했다. 신제품Q의 런칭회의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초기 박 사장의 생각에 100% 찬성의 의견을 피력하던 간부들이 하나 둘씩 회장의 아들 편에 서서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는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거의 모든 간부들이 기존의 사장에게 등을 돌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믿고 의지했던 직원들의 예기치 못한 행동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 박 사장은 일할 의욕을 상실한 채 외부활동을 일절 중단하고 심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고래등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처럼 둘의 氣싸움에 혼란에 빠진 건 직원들이었다. ‘소문은 하루 밤 사이에 천리길을 간다’는 말처럼 둘 사이에 벌어진 의견대립, 그리고 간부들이 하나 둘씩 회장의 아들 편에 서기 시작했다는 말이 조직 내에 돌면서 일반직원들 사이에 혼란이 일기 시작했다. 모두가 손에서 일을 놓은 채 서로간에 눈치만 보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아래의 도표는 지난 2014년 9월 ‘기업문화’와 관련된 연구를 하면서 오너일가의 경영과 전문경영인에 의한 회사 운영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 조사한 결과이다. 수치에서 보여주듯이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오너’라는 단어에 더 큰 영향력을 느끼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난다.

도표

기간: 2014년 9월 19일~25일
대상: 남녀 직장인 806명
방법: 웹+모바일 설문조사

직장인 806명을 대상으로 웹+모바일 방식을 이용하여 수거한 결과에 따르면, 조직에 미치는 CEO의 영향력에 대해 ‘오너일가(70.5%) VS 전문경영인(35.4%)’의 수치로서 직원들은 전문경영인보다 오너가족의 경영에 대해 2배나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음이 밝혀졌다.

다른 결과 데이터를 포함하여 오너회장을 모시는 전문경영인의 자세와 같은 기존의 연구자료 등을 주섬주섬 모아서 위기에 처한 박 사장님에게 막 보내주려 하는 찰나에 그분이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나버렸다는 소식이 날라왔다. 그 분 정도의 능력이면 그리 오래 낭인浪人생활을 하지는 않겠지만, 다시 또 새로운 무대에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다소 시간은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무엇보다도 5년이라는 기나 긴 시간을 함께 보낸 직원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만 들 뿐이다. 지금 눈 앞에 계시면 ‘힘 내시라고’ 소주 한 잔 건네고 싶은 마음 간절한 데, 연락이 닿지 않으니 안타까움만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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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번째 이야기 : 과잉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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