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낮은 이직율 절대 자랑이 아니다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12.01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15번째 이야기 「낮은 이직율 절대 자랑이 아니다」


‘인사’라는 키워드를 활용하여,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나 노하우를 발견하고 그렇게 발견된 무기를 조직에 장착시키는 것이 나의 주요 테스크 중의 하나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말처럼, 조직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그런 ‘필살기’를 발견하기 위하여, 그리고 ‘생동감 있는 조직’을 구축하기 위하여 다른 전문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 또한 항상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빈번하게 있는 일은 아니지만, “우리 조직은 턴오버(이직율)가 거의 제로에 가까워요^^”라고 의기양양 말하는 경영자나 현장의 관리자들을 만날 때가 있는데, 면전에서 대 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자랑하실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말해 주고 싶은 맘이 굴뚝 같지만 드러내 놓고 그런 말을 할 수도 없는 터라 그냥 애매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곤 한다.

수년 동안, 심지어는 수십 년 동안 들고 나간 직원이 제로에 가깝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거니와 그런 현상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지고 계시는 경영자나 관리자들이 적지 않게 있는 것 같아 오늘은 ‘조직의 이직율’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해 볼까 한다.

구로동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H/W조립회사, 종업원 수가 약 120명 정도밖에 안 되는 조그마한 중소기업이다. 설립된 지가 20년 정도에 이르는 회사로서 아주 오래되지도 않은, 그렇다고 젊다고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치면 왕성한 청년기를 지나서 중년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그냥 보통의 회사가 하나 있다.

설립자의 후배로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장과 동고동락을 같이하며 현재의 모습을 만드는데 일조를 한 관리이사가 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왔던 사장은 관리이사를 나에게 소개시키면서 이런 말을 해 주었다. “다섯 명의 직원으로 출발한 회사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는 데까지 10년이 걸렸습니다. 이후의 10년은 제자리 걸음인 것 같습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 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내부의 문제는 저보다 관리이사인 우리 박이사가 더 잘 알고 있으니 긴밀히 상의바랍니다. 박이사는 정말 성실하고 믿을 수 있는 후배이기도 합니다.”라고 말을 하며 나를 그의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안녕하세요. 신대표님… 저희 사장님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예 만나서 반갑습니다. 박이사님… 갑작스럽기는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니 단도직입적으로 몇 가지 여쭈어 보겠습니다.”

“지난 10년간의 평균 이직율과 부서별 업무특징 및 사내분위기에 대해 좀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저희 회사는 이직율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거의 다가 10, 20년 전에 신입으로 들어와서 지금에 이르는 직원들이 대부분입니다. 한 번 들어오면 퇴사하는 법이 거의 없습니다. 굉장히 안정된 고용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저희 회사의 큰 자랑이기도 합니다^^!”

“퇴사율 제로의 구조가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그의 입을 보면서 말문이 막혀 버렸다. 다음 질문을 이어가야 하는데 깜박 까먹어 버렸다. 어떻게 관리이사라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나 하는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또한 외부경험이 전혀 없다 보니 지금의 조직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이 그의 커리어의 전부였다. 조직관리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이 全無하다 보니 신입으로 들어 온 직원들이 외부에 대한 동경 없이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남아서 일하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모양이었다.

비슷한 사례가 또 하나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하나 둘이 아니라 굉장히 많이 있다. 심지어 나에게 이런 말을 던진 경영자도 있었다. “우리는 신입사원 아니면 채용을 하지 않습니다. 경력사원은 채용해서 바로 전력화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외부의 안 좋은 문화를 내부에 전파시킬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가급적 경력채용은 자제하고 있습니다. 신입들로 채워지는 순수혈통이 저희의 자랑입니다. 하하하^^.”

사실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의외로 ‘순수혈통’을 강조하시는 경영자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이는 기업의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더 많이 접하게 된다. 물론, 신입으로 들어와 그 회사의 정점에 이르는 경영자나 관리자의 숫자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그렇게 내부에서 육성하여 조직의 정점으로 올려 보내는 조직의 풍토는 칭찬받아야 마땅한 문화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순혈주의가 혹시나 경력으로 들어 온 직원들에게 위축감을 주거나, 혹은 내부와 외부의 순환의 흐름을 차단하는 도어락Door Lock 현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보리스 그로이스버그Boris Groysberg 교수가 2005년 6월에 HBR에 발표한 자료처럼 경력직 직원들은 기존 직원보다 기대에 못 미치는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로이스버그 교수의 발표에 의하면 미국 월가에서 일하는 증권 분석가 1,000명의 이직전과 후의 실적을 비교 분석한 결과, 대부분 이직후의 실적이 더 좋지 않음이 밝혀졌는데, 이를 두고 그로이스버그 교수는 “성과라는 것은 개인의 능력적인 측면보다는 그 사람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가 더 중요한 것이다”라고 강조하였다.)
※<참조> 신경수 칼럼 64편 -“개인능력 VS 팀플레이’ 어느 쪽이 중요한가?
그렇다고, 경력채용을 터부시하거나 퇴사율 제로의 수치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면 이는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현장에서 인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느끼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취업기관인 잡코리아에서 국내 500대 기업 채용담당자를 대상으로 자사의 연평균 이직율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적이 있는데, 응답자 179사의 분포도를 보면, 이직율이 5%미만이라고 답한 회사가 5개사로 2.7%, 5~10%사이가 34개사(18.9%), 10~15%사이가 89개사(49.7%), 15~20%사이가 38개사(21.2%), 20%이상이 13개사(7.2%)라고 회신해 주었다.

위의 수치를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1위가 10~15%, 2위가 15~20%, 3위가 5~10%, 4위가 20%이상으로서 5%이하의 턴오버를 기록하고 있다는 말로서, 수치를 보면 우리나라 대기업의 이직율 관리는 10~15%사이에서 거의 대부분 이루어 지고 있다고 말 할 수 있겠다. 한편, 이직율이 5%이하로 관리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2.7%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수십 년에 걸친 HR노하우로 무장한 대기업 인사책임자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아무리 관리를 잘 하는 저수지라도 계속 담아만 두면 썩은 내가 진동을 합니다. 새로운 물이 들어오고 고여있던 물은 방출하고 해야 수질관리가 되는 거지요. 기업의 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정부분은 순환을 시켜야 우리가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판단이 되는 것이고, 그래야만 개선이라는 프로세스가 가동이 되겠지요. 개선의 프로세스를 못 느끼는 것은 내가 죽었다는 것입니다. 인사의 사망선고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 CJ그룹 인사임원

우리회사도 일정부분 외부 경력을 가진 친구들을 신입으로 받아들이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효과는 매우 좋다. 기존에 자신이 근무했던 직장의 분위기와 견주어 우리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비교가능하기 때문에 외부직장에 대한 경험이 없는 직원들에게 있어서는 문화통신사의 역할도 하면서 동시에 개선을 위한 자극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들의 문제가 잘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글 서두에서 언급한 가산동에 계신 그 분에게 꼭 전해 주고 싶은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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