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나를 따르라~”라고 말하기 전에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11.12

113번째 이야기 「“나를 따르라~”라고 말하기 전에」

황산벌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왕의 남자’ ‘사도’로 잘 알려진 이준익 감독이 2003년 만들어 개봉한 영화이다. 서기 660년 삼국통일을 앞에 두고 백제의 계백장군이 이끄는 5천의 결사대와 신라의 총사령관 김유신이 이끄는 연합군이 충남 논산의 황산벌에서 치르는 마지막 전투를 코믹하게 재 구성해 만든 작품이다. 영화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허구가 가미된 소설이고, 역사 또한 그 자체가 승자의 기록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황산벌의 기록 또한 재미를 가미하여 김유신 위주로 쓰여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찌되었든 황산벌의 승자는 김유신이고 백제는 이 전쟁에서 패함으로써 멸망의 길로 들어섰다는 이야기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다. 황산벌전투가 한국 역사에 있어서 가장 유명한 전쟁기록 중에 하나라는 점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유명한 황산벌전투를 구성하고 있는 두 인물은 당연 김유신과 계백인데, 두 인물 사이에는 참 많은 공통점이 보인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공통점은, 둘 다 전쟁에 임하는 부대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가족들을 제물로 바쳤다는 점이다.

계백은 전쟁터로 떠나기 전에 자신의 마누라와 자식들의 목숨을 끊음으로써 더 이상 돌아 갈 곳이 없음을 부하들에게 알리고, 김유신은 사기가 떨어진 군사들이 적개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16세의 어린 관창을 죽게 만든다. 화랑 관창의 아버지는 김유신의 부하 품일(品日)로서 김유신과는 의형제 사이였다. 영화에서는 김유신이 품일에게 “동생……자네의 아들이 죽어야 우리 군사들이 저 계백군을 원망하게 될 것 같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김유신의 아들은 이미 다른 전투에서 전사하였다), 조직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적개심’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한 김유신의 지략이 돋보였던 장면이었다.

김유신으로 대변되는 신라와, 계백으로 대변되는 백제가 국가의 운명을 걸고 맞붙은 황산벌전투 이후, 같은 민족끼리 죽고 죽이는 전쟁이 다시 발발한 건 1950년 한국전쟁에서다. 위키피디아Wikipedia의 기록에 따르면, 전쟁 중에 동원된 남한과 북한의 군인숫자는 남한군이 60만(사망자 15만), 북한군이 80만(사망자 30만)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장교의 경우 참전용사 3.3만 명주에 사망자의 숫자가 1.8만 명이라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전쟁중에 사망한 일반사병의 전사비율이 25%인데 반하여 장교의 비율은 55%로서 두 배 이상이 되는 셈이다.

전쟁영화에서 묘사되는 리더의 이미지는 거의 비슷하다. “나를 따르라~”는 구호와 함께 적진을 향해 제일 먼저 뛰어 올라가는 모습이 거의 대부분이다. 명령만 내리고 자신은 후방으로 빠진다거나 신변의 안위를 위하여 참호에서 나오지 않는 소대장의 명령을 따를 병사는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혈육의 목숨까지 바쳐가며 전쟁터로 향하는 김유신과 계백, 그리고 죽을지를 알면서도 폭탄을 가슴에 안고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소대장들을 보면서 우리가 고민하는 리더십의 가장 근원적인 출발점은 바로 이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비단 상황이 전쟁터가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비즈니스 세계는 더 살벌한 치킨게임을 하는 거대한 전쟁터라고도 말할 수 있다. 장소가 어느 곳이든 간에 리더는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가장 먼저 조직원을 점검한다. 싸움에 임하기 전에 리더가 해야 할 가장 큰 미션은 조직원들의 의식구조를 ‘우리’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으로 몰아 넣는 것이다. 싸움의 성패는 구성원들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하나로 모아졌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 리더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덕목이 바로 ‘자기희생과 솔선수범’이다.

한 동안 미친 듯이 성장하던 외식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CEO가 있었다. 한류를 동반한 치맥열풍과 함께 중국시장을 겨냥한 중견기업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후발주자에게 밀려 작년에는 창업이래 최대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초, 시무식을 위해 강당에 모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장은 임직원들의 급여삭감을 포함한 여러 가지 자구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치면 지금의 힘든 시기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본인부터가 솔선수범을 보일 테니 나를 믿고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작년 여름 사내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사장이 회사 돈으로 어떤 여자에게 아파트를 사주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의 근원지는 총무파트였다. 어디론가 회사의 뭉칫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이상하게 여긴 담당자가 금액수령인 쪽에 전화를 걸어 본 것이다. 혹시 장부에 기록이 안된 거래처가 있나 하는 직업의식에서였다. 하지만 수령인은 부동산 중개업자로 드러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아파트의 거주자가 누군지도 알게 되었다.

자그마한 회사이다 보니 소문은 삽시간에 회사 내에 퍼지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심한 배신감에 손에서 일을 놓아 버리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CFO를 맡고 있던 나의 후배도 “저렇게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을 보스로 모시고 일을 할 수는 없다”라고 말하며, 사표를 던지고 나와 버렸다. 회사에 대한 로열티라면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던 정말 충직한 친구였는데…….

후배를 포함하여 양식 있고 능력 있는 직원들은 모두 떠나고, 지금은 오 갈데 없는 사람만 남아있는 좀비회사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사장의 탁월한 영업력 때문인지, 아니면 이런 일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소비자의 무관심 때문인지, 그래도 회사는 아직까지 굴러가고 있으니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사장의 불륜을 문제 삼으려는 의도가 절대 아니다. 개인의 사생활은 알아도 모른척하고 또한 철저히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는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행동과 본인에게 적용하는 잣대가 다르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는 고통분담을 강조하면서 정작 본인은 수억에 달하는 회사 돈을 이상한 곳에 쓴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리더상이라 할 수 없다.

관련된 자료가 있어 아래에 실어 보았다. 다음은 지난 5년간 당사가 거래하는 기업고객을 상대로 조사한 자료 중에서 ‘직장인들이 바라는 상사의 이미지’ 부분만 골라서 따로 분석해 본 자료이다.

<조사기간: 2010~2014년>
<조사대상: 아인스파트너 기업고객 남녀 직장인 23310명>
<조사내용: 직원의식조사 중에서 ‘상사 중시도’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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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가 원하는 상사 이미지 1순위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상사’로 나타났다. 반면, 일반직원들은 ‘세심하게 잘 들어주는 상사’를 1순위로 꼽았다. 포지션에 따라 중시도의 내용이 서로 다르게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2순위는 포지션에 상관없이 ‘솔선수범하고 책임감이 강한 상사’로 모아졌다.

‘나를 따르라!’라고 말하기 이 전에 본인부터가 그에 합당한 모범을 보여주기를 직장인들은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모든 리더십의 근간을 흐르는 뿌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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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번째 이야기 :저성과자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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