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사장의 자격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6.02.19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24번째 이야기 「사장의 자격」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항상 드는 의문이 “내가 과연 이렇게 글을 써서 남에게 보여 줄 자격이 있는가?”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각을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말로써 전달할 수는 있겠지만, 글로서 흔적을 남기고 주변에 전파를 한다는 것은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혀 엉뚱한 결과를 낳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내가 직접 명함을 받고 인사를 건넨 사람들에 한하여 글을 보내고 있으며, 오로지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만 활용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가다 나와의 유대관계가 약한 분들이라든지, 누군가의 소개로 나의 글을 받아보시는 분들로부터 ‘다른 의견을 드립니다!’ 라는 제목을 가진 독후감이 날아 올 때가 있다. 가끔은 보내주는 의견이 너무 지엽적이고 편협적이라 도움이 안 될 때도 있지만, 나로 하여금 한번 더 생각하고 연구하게 만드는 소중한 피드백의 글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 나를 더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소중한 재료로 활용할 때가 많다.

지난 주에 발송한 <사장과 직원 사이>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 속하는 것 같다. 글을 쓰게 된 배경은,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사장과 직원 사이에서 HR의 역할이 참 많으니 우리가 분발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주장에 대한 신뢰를 담기 위해 현장조사를 거쳐 도출된 결과를 자료로 담아 글로 풀어 본 것이었는데, 의외의 반응이 담긴 편지를 몇 장 받아 보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그렇다면 사장의 자격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을 던져 주었다. 나 또한 조직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지라 ‘사장의 자격’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한 참을 고민하던 중에 작년에 많은 가르침을 주신 정운찬 선생님과의 인터뷰가 생각이 나서 정리해 보기로 했다.

가을 햇살이 아름다웠던 9월의 어느 날, 관악산 서울대학교 근처의 평범한 주택가에서 정운찬 前총리를 만났다. <이노비즈협회>가 발행하는 계간지에 들어갈 대담기사를 싣기 위해 사진기자를 동행하고 그분의 집무실을 찾은 공식적인 자리였는데, 이웃집 아저씨처럼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모습에 마치 오랜 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든 첫 만남이었다.

당시 그 분의 공식직함은 동반성장재단 이사장이라는 타이틀이었기에 처음에는 이사장님이라는 호칭으로 질문을 시작하였으나 시간이 가면서 선생님이란 호칭으로 바꾸게 되었다. 왠지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더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우선 평소 궁금하게 여겼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하여 허심탄회하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1만2천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협회인지라 우선 최근 가장 첨예하게 맞붙어 있는 대중소기업의 상생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부각이 되었다. 나아가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재벌문제, 경제민주화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고 폭 넓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이와 관련된 그 분의 의견은 이미 언론을 통해서 많이 알려진 터이기도 하고 네이버에 검색해도 쉽게 얻을 수 있는 답변이기에 생략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공식적인 질의응답이 끝나고 다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오고 간 ‘사장의 자격’이란 주제를 가지고 나눈 비공식적인 대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신경수: 선생님, CEO에게 필요한 능력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운찬: 신사장이 보시기엔 어떤 것이 가장 필요할 것 같소?

신경수: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신뢰와 통찰력’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업이든 사람이든 서로 잘 나갈 때는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어려움에 처할 때는 꼭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거든요, 기본적으로 경영자와 직원들 사이에 신뢰관계가 굳건한 회사는 아무리 곤란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슬기롭게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올 수 있는 반면에, 평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약했던 회사의 경우는 터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경우를 숱하게 보아 왔습니다.

정운찬: 음 흥미로운 추리이군요…… 나머지 하나는 무엇이지요?

신경수: 그리고 두 번째는 통찰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찰력이란 자신의 비즈니스 영역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예측하고 그 준비를 철저히 해 나감으로써 불황기를 대비하고 호황기에 비즈니스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조직의 최고책임자라면 최소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업에 있어서는 미래를 보는 인사이트(Insight)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로 잡아놓은 1시간이 지나가고 밖에서는 다른 손님들이 전직前職 총리를 만나기 위해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마치 스승과 제자처럼 이미 꺼내놓은 ‘사장의 자격’이란 주제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이어갔다.

정운찬: 신사장,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 ‘조순’선생님인데요, 그 분이 서울대학교에서 저희들을 가르치실 때부터 시작해서 아흔이 다 되어 가시는 지금까지도 일관되게 주창하고 계시는 ‘대통령이 가져야 하는 자격’이란 것이 있답니다.

신경수: 조순 선생님이라고 하시면…… 하얀 눈썹의 그 산신령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정운찬: 맞습니다. 경제부총리에서 시작하여 한국은행총재, 서울시장까지 지내신 분이죠. 원래는 학교에 남으실 분인데, 결국은 국가지도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뀐다고 생각을 하시고 정치하는 사람들과 손을 잡으셨는데…… 결국 크게 실망하시고 지금은 ‘한국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집필작업에만 전념하고 계십니다.

신경수: 대통령이 가져야 하는 자격이 뭔가요?

정운찬: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공감입니다. 그 분이 생각하는 공감이란, 국민이 처한 현실을 같이 공유하는 것입니다. 아픔과 기쁨의 공유를 통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가족과 같은 믿음이 있다면 하나로 묶어서 앞을 향해서 나아갈 수 있는 응집력이 생긴다고 믿고 계시는 거지요. 신사장이 생각하는 신뢰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신경수: 두 번째는 무엇인가요?

정운찬: 세계정세를 보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지금과 같이 강대국이 주도하는 국제정서에서 홀로서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돌아가는 판세를 잘 분석하고 철저히 준비를 해서 우리 국민이 곤란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사전대비를 가능케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결국 사장이든 대통령이든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필요로 하는 능력은 똑 같다고 생각합니다. 공감, 공유를 통한 상호신뢰와 미래의 흐름을 읽고 필요한 것들을 사전에 준비해 둘 줄 아는 지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정운찬 이사장님은 그의 스승 ‘조순’선생님의 말을 빌려 ‘대통령의 자격 2가지’를 들려주시기는 했지만 본인의 생각 또한 스승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인지 정운찬 이사장님도, 조순 선생님도 공직에 있으면서 대중교통을 자주 애용하셨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국민들의 생활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 서민들의 발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를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으로 많이 활용하셨던 모양이다.

그리고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오고 간 정운찬 선생님과의 대화는 이후 나에게 ‘사장의 자격’에 대한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조그만 회사의 사장이 되었든, 글로벌 기업을 운영하는 최고경영자가 되었든, CEO는 아래로부터의 존경과 믿음을 바탕에 깔고 조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사장의 자격’ 1조1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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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번째 이야기 :「사장과 직원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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