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퇴근 후의 회식은 업무의 연장인가?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6.02.24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25번째 이야기「퇴근 후의 회식은 업무의 연장인가?」



"한가지만 물어봅시다. 신사장”
“예 대표님 말씀하십시오. 무슨 일이신가요?”
“우리가 매년 5월1일이 되면 운동장을 빌려서 사원전체가 체육대회를 하곤 했는데, 올해는 그 날이 일요일이라 전날인 토요일 하라고 지시를 했지 않았겠소!”
“예, 그런데요?”
“담당자가 하는 말이, 그러면 사원들 반발이 커서 역효과가 날 우려가 있으니 하루 당겨서 금요일 하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하는데,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일하는 주중에 체육대회나 야유회를 하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아서요…. 내 생각이 너무 올드한 거요?”

지난 달에 있었던 CEO 신춘세미나를 갔다가 같은 테이블에 앉아 계시던 어느 중견기업의 사장님으로부터 받은 갑작스런 질문이다. 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HR과 관련된 일을 한다고 말씀 드렸더니 대뜸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시는 것이었다.

직원전체가 모여서 야유회를 간다거나 체육대회를 한다거나 하는 아웃도어 행사는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으로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유니크한 행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경험한 현지기업의 경우, 만찬이나 바베큐 파티와 같은 실내 행사가 대부분이었는데, 아마도 안전문제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모이기가 힘든 전국단위의 대기업이 아닌 이상, 규모와 상관없이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전사 화합의 한마당’이라는 이름을 붙여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체육대회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이런 행사를 항상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특히‘근로자의 날’인 5월1일이 가장 많이 사랑 받고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의견을 물어 온 옆자리의 사장님도 다른 회사처럼 주로‘근로자의 날’을 애용하셨던 모양인데, 올해의 경우 그 날이 일요일과 겹치는 관계로 체육대회를 토요일로 하시려고 나름 마음을 먹으셨다고 한다. 그런 의중도 모르고 인사부서에서 금요일로 하자고 의견을 내는 바람에“너희들 도대체 정신이 있는 놈들이냐?”며 역정을 내신 모양이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너무 뻔한 답을 가지고 질문을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다음 케이스는? 내가 아는 어떤 회사는 매주 월요일 아침 8시가 되면 전 직원이 강당에 모여 전문강사의 특강을 청취한다. 1시간 정도 강의를 들은 후에 9시부터 각자의 사무실로 복귀하여 그 날의 업무를 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선택이었지만 작년부터 사장의 개인적 의지에 의해서 강제사항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그 회사 사장의 생각을 직접 들어 본 적은 없지만, 우연히 그 분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월요특강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계시는 듯 했다. 잡지에 게재된 인터뷰 내용이다. “우리 회사는 직원들의 역량강화를 위해서 매주 1시간씩 특강을 듣는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반응이 아주 뜨겁습니다(^^).”라고 쓰인 기사를 본 적이 있는 데, 그 회사 담당자가 내게 들려 준 이야기는 정 반대였다. “평소보다 1시간이나 더 일찍 나와야 하잖아요, 누가 좋아하겠어요? 순전히 사장님 자기만족이지!&rdquo

이런 경우는 누구를 비난해야 할까? 그렇지 않아도 월요병에 짜증이 나는데 1시간 더 일찍 출근하는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사장을 비난해야 할까? 아니면, 직원들의 역량개발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사장의 마음을 몰라주는 직원들을 비난해야 하는 것일까?

사실 어제도 비슷한 케이스를 하나 경험했다. 우연히‘브랜드마케팅’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 갔다가 직원들의 속내를 듣게 된 것이다. 저녁 6시부터 시작된 강연회, 시작과 동시에 들어가서 살펴 본 세미나장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3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아담한 사이즈의 강의장은 매우 귀엽게 장식이 되어 있었고, 거의 대부분은 2,30대의 젊은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강사의 열정적인 강의가 끝나고 중간의 휴식시간,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30살 전후로 보이는 두 젊은 여직원들이 주고 받는 대화가 귀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나서도 이렇게 붙잡아 두고 싶을까? 우리 회사는 정말 이해가 안돼!”
“맞아! 강제로 시킬 거면 일과 시간에 하던지, 아니면 각자의 자율에 맡기던지! 사장님은 자기가 좋으면 직원들도 다 좋아 할거라고 생각하나 봐!”

알고 보니 거기 참석한 수강생의 거의 대부분이 그 회사 직원들이었던 것이다. 외부인을 대상으로 계획한 세미나였는데 자리가 너무 비자 내부 직원들을 동원한 모양이었다. 본의 아니게 그녀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지만 놀랍고도 즐거웠다. 처음 보는 사람을 앞에 두고 아무렇지도 않게 본심을 그대로 표출하는 그녀들의 솔직함에 놀랐고, 직장인 의식조사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현장의 살아있는 대화를 생중계로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사실 그녀들의 대화에 유독 큰 관심이 갔던 이유는, 나 또한 삼성동에서<저자강연회>라는 이름으로 정기적인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에는 『대담한 경제』라는 책을 쓰신 KBS의 박종훈 기자를 초청하여 강연회를 가졌다. 5년 동안 36명의 저자가 다녀갔다.

개인적으로 속상한 일은 우리 직원들은 거의 참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러 멀리서도 이렇게 오는데, 정작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우리 직원들은 왜 이렇게 무심할까? 하며 속상해 할 때도 많지만 회사업무와는 무관한 행사라고 생각해서 강요는 하지 않았는데…… 지금 내 옆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여기 직원들의 대화를 들으니“강요하지 않기를 정말 잘했구나!”하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렇다면, 먹고 마시는 회식은 어떻게 생각할까?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회식이야 해당이 안 되겠지만, 혹시나 회사가 명령한다거나 부서의 장이 지정하는 퇴근 후의 회식의 자리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실 3년 전에 어느 기업체 특강을 갔다가 조사한 데이터가 있어 소개코자 한다.

142명(관리자 32명, 비관리자 110명)을 대상으로‘기업문화’를 주제로 한 특강의 자리에서 회식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즉석에서 조사를 해 본 자료이다.‘퇴근후의 부서회식은 업무의 연장인가?’라는 주제로 질문을 던져 보았다. 결과는 아래와 같이 나왔다.

표01

아마 위의 데이터를 기업의 사장님들에게 보여주면 난리가 날 것이다. “말도 안돼! 아니 어떻게 먹고 마시는 회식의 자리를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지?” 실제로도 이런 반응이 나왔다. 지난 1월, 가산동 디지털단지에서 있었던 중소기업 CEO 모임에 참석한 사장님들에게 위의 질문을 던져보았을 때, ‘업무의 연장’이라고 답한 분은 99명 중에 3명에 불과했다.

나는 지난 달에 게재한 123번째 칼럼(사장과 직원관계)에서 ‘사장과 직원의 관계는 마치 영원히 합쳐지지 않는 기차의 철로와 같다’라는 표현으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HR부서가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사장의 행동변화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관리자들을 주체적으로 만들어 조직전체를 바꾸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차라리 더 빠르다. 결국 HR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종업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은 안 했으면 좋겠다.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해 보았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나이브(Naïve)해서라기 보다는.

* 신경수의 지난 칼럼보기
-124번째 이야기 :「사장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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