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결국은 사장님 마음대로 할 거면서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6.04.04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29번째 이야기「결국은 사장님 마음대로 할 거면서」


요즘 WAF(Wife Acceptance Factor)라는 단어가 영미권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말로 굳이 풀이하면 '마누라 승인요소'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마누라 마음대로' 라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아마도 모든 의사 결정을 마누라가 하고 있는 나의 상황이 자꾸 오버랩이 되어서 그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무튼, 마케팅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이 단어가 유독 흥미롭게 눈에 들어왔던 이유는 소비자의 구매결정 프로세스에 있어서 마누라의 절대적 영향력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아주 특별한 현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미국을 포함한 유럽에서도 보편화되어 있는 일반 현상이었다는 점이었다.

요즘은 구매의 모든 프로세스에 있어서 여자들이 갖는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생필품을 구매할 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집안에 들어오는 각종 전자제품, 자동차와 같은 거액이 들어가는 상황에서도 최종 결정권은 여자가 쥐고 있다. 또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종류나 거주지의 결정도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전부 아내가 한다. 심지어 내 몸을 담보로 한 보험을 가입할 때 조차도 가입금액은 물론이거니와 보험회사 결정권도 아내가 가지고 있다. 아이들 교육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아이들 진학 교육설명회라든지 학원 설명회의 주요 타깃은 실수요자인 아이들이 아니다. 전부 엄마들이다. 가끔 우리동네에 새로 문을 여는 학원들이 있는데 설명회에서 나누어주는 경품들은 전부 엄마들을 위한 것들이고, 심지어 동네 엄마들을 소개해주는 학부형에게는 따로 사례비까지 주기도 한다. 공부는 아이들이 하는 것인데도 엄마가 듣고 엄마가 결정한다.

엄마들의 의사결정 파워가 아이들에게만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신랑들에게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얼마 전에 코엑스에서 영미권 국가로의 유학을 꿈꾸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유학설명회가 있었는데, 참가자들의 절반이상이 직장 남성의 아내들이었다고 한다. 정보수집부터 최종 의사결정까지 아내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보니, 유학생 남편을 둔 아내에게 돌아가는 편의성이나 부가 프로그램 개발에도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대회에 참가한 학교 담당자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복수의 교육 전문가로부터 아이들의 의사가 반영된 교육프로그램과 엄마들의 일방적인 의견으로 결정된 교육과정의 결과물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다. 자기주도 학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MBA유학을 전문적으로 알선해 주고 있는 유학업체 사장으로부터도 “아내 주도의 유학설계는 진로수정을 한 번 이상은 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실패로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렇다면 회사는 어떨까? 상황을 개인에게서 조직으로 가져와서 생각해 보자. 조직의 의사 결정권자는 당연 대표이사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PAF(President Acceptance Factor)라는 용어도 만들어 볼만 하다. 굳이 해석하면, '사장 승인요소'가 되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사장 마음대로'라고 불릴지도 모르겠다.

수년 전, 서울 시내에 위치한 A라는 이름의 어느 중견기업 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름이 잘 알려진 대기업의 계열사에서 인사를 담당하던 김영호(가명) 부장이 A기업의 인사팀장으로 부임을 하면서 '한 번 찾아와 달라'는 연락이 왔다. 담당자가 자리를 옮기면서 찾아와 달라는 연락이 올 때는 '당신네 회사 프로그램을 제안해 달라!'는 암묵적 의사표현이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김팀장은 전 직장에서 우리의 리더십연수를 받은 이후로 아인스의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무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A기업의 사장으로부터 임원교육에 대한 주문을 받자마자 우리를 떠올렸다고 말하면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처음 진행하는 큰 프로젝트이니 특별히 신경 써서 잘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김팀장의 개인적인 부탁도 부탁이지만, 임원교육 후의 다른 직급에 대한 확장가능성도 충분히 있었기에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제안서를 꾸몄다. 그리고 장소 때문에 곤란을 겪는 상황이 연출될까봐 연수원 사전예약까지 하는 약간의 무리수를 둬가면서 최선을 다해 김팀장을 도와주었다.

2-3일 내에 사장의 승낙을 받아서 결정을 내려 주겠노라고 말하던 김팀장으로부터 마지막 통화를 하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연락이 뫘다, "정말 죄송하지만 이번 건은 취소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사장님께서 벌써 다른 업체로 결정을 내리셨네요. 저보고 알아서 하라고 말씀을 하셔서 결정권한이 저에게 있는 줄로 알고 추진을 한 건데 그게 아니었어요,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허탈하긴 했지만, 이런 일은 가끔 겪는 일이라 그러려니 생각하면서 잊기로 했다.

그리고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평소 미안한 마음 가득하던 김팀장으로부터 다시 활기찬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저희 사장님으로부터 조직의 미래전략 보고서를 한 번 만들어서 제출해 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현상 파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아서 연락을 드립니다. 담당자를 이곳으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이번에는 정말로 잘 부탁 드린다는 멘트도 역시 잊지 않았다. 우리는 2~3번의 미팅을 갖고 결과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한 후, 사장 보고용의 시행계획서를 꾸며서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1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이번에는 김팀장이 우리 회사로 찾아왔다. “대표님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저희 사장님이 아는 곳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매사가 이런 식이네요. 일을 시켜놓고 열심히 준비해 가면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엉뚱한 방향으로 결정을 해버리시네요"라고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거듭 미안한 감정을 표출했다.

마치 내일 당장 회사를 떠날 것처럼 목청을 높여 사장을 욕하던 김팀장은 그 후로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아직 그 회사에 남아 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과 같은 패기와 적극성은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사장의 스타일을 파악한 후로는 ‘해봐야 소용없어, 어차피 사장 마음대로 결정할 건데 뭐!’라는 냉소적 가치관이 형성된 모양이다.

그 후로 이런 저런 사소한 안건이 몇 번 있었다. 몇 번 출입하면서 내가 느낀 A기업의 조직 문화는 한 마디로 '복지부동(伏地不動)' 이라 표현하고 싶다.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사장 마음대로’의 PAF가 조직 전체에 퍼지면서 직원들의 생기를 모두 죽여버린 것이다.
PAF가 강한 조직은 스피드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생각하지 않는 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생각하지 않고 따라만 가는 조직은 결국 ‘열탕 속의 개구리'가 될 것이다. "사장님 마음대로 할거면서 왜 시키는 겁니까!"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지는 않은지 주변을 살펴 볼 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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