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카나리아가 필요하다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6.03.08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27번째 이야기「카나리아가 필요하다」


옛날에는 통풍이 잘 되지 않은 광산에서 광부들이 유독가스에 중독되어 사망하는 사고가 잦았다고 한다. 그런데 ‘카나리아’라는 새는 유독가스에 민감하기 때문에 유독가스가 발생하면 분주하게 지저귀고, 카나리아가 그런 이상 반응을 보이면 광부들은 급하게 탈출해서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상현상의 징후를 가리켜 ‘광산의 카나리아’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데(어떤 이는 조직의 희생자를 의미하는 단어로 부르기도 하지만), 오늘은 ‘조직의 카나리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위기상황을 돌파한 2개의 글로벌 기업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2007년 구글의 인사담당 최고책임자 라즐로 북Laszlo Bock은 해마다 실시하는 인사고과 시기를 바쁜 12월을 피해 3월로 옮기기로 결정을 했다. 결정을 하기에 앞서 라즐로는 인사팀 멤버들에게 의견을 물어 보았고, HR부서에 있는 멤버들은 라즐로의 아이디어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 의견을 보내 주었다. 부서 최고책임자의 의견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서 보아도 3월 이동이 편했던 이유에서였다.

자신의 결정에 대해 확신을 얻은 라즐로는 고과시기의 변동에 대한 결정사항을 일반 직원들에게 공지하기에 앞서 하루 전날 관리자들에게 우선 공지를 하였다. 그러자 난리가 났다. 관리자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여기저기서 현장상황을 모르는 결정이라며 항의성 전화와 이메일이 인사부서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결국 라즐로의 인사팀은 새롭게 의견을 수렴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 결과 고과시기를 10월로 앞당기기로 결정을 내렸다.

왜 이런 소동이 벌어졌던 것일까? 이유는 관리자들에게서 의견을 받기 전, 라즐로의 팀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에게서 새 아이디어에 찬성한다는 의견만 수집했기 때문에 집단사고에 매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일을 겪고 나서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루트를 통하여 멀리 있는 사람들의 의견도 청취할 필요가 있다 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라고 라즐로는 자신의 저서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Work Rules!》에서 당시의 상황을 술회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구글은 반론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기 위하여 ‘카나리아팀’을 만들어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내에서 다양한 시각을 대변하는 신뢰받는 엔지니어들로서 험악한 분위기에 잘 대처하고 기꺼이 자기 생각을 말한다는 평판을 얻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이 되었다.

구글의 인사부서는 정책적으로 중요한 변화를 도입할 때, 우선 카나리아팀에게 먼저 의견을 구한다. 카나리아팀은 구글의 각종현황에 대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필수적인 존재가 되었고, 인사팀은 이렇게 카나리아팀에게 미리 자문을 구함으로써 가장 불만의 목소리가 컸던 사람들을 ‘조직의 가장 강력한 대변자’로 만드는 부수적 효과도 얻게 되었다고 한다.  – 와튼스쿨 애덤그랜트Adam Grant 교수의 《오리지널스Originals》에서 인용

카나리아팀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또 하나의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있다. 얼마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있었던 ‘MWC 2016’에 다녀온 후배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하는 도중에 LG전자도 과거 카나리아팀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김길호(본인의 요청으로 가명)라는 이름의 그 후배는 대학졸업 후, 곧 바로 LG전자에 입사하여 지금까지 다른 회사는 꿈에도 꿔 본적이 없는, 만날 때 마다 LG전자가 최고의 직장이라고 자랑하는 참 사랑스런 후배다. 마침, 자리에 같은 회사 HR부서에 근무하는 또 다른 후배 박창민(본인의 요청으로 가명)도 동석을 하였기에 LG전자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안주거리가 되었다.

김길호는 과거 삼성에서 갤럭시 개발을 주도했던 우리 처남의 대학후배이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에는 처남 이야기만 나오면 항상 주눅이 들었던 친구다. 둘을 보면서 굳이 조직진단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전자업계의 양대 축인 삼성과 LG의 내부 분위기가 어떻게 갈리고 있는지를 한 눈에 알 수가 있었다. 지금이야 내 앞에서 이렇게 환한 웃음으로 회사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2010년도 LG전자 직원들의 회식자리는 암울 그 자체였다.

LG전자의 암울했던 시기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2007년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7년도 LG전자의 새로운 CEO로 남용 부회장이 영입되어 오면서 LG전자의 체질개선 작업이 시작된다. 기존 R&D중심의 회사였던 LG전자를 마케팅중심의 회사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남부회장은 HQ부사장 자리 5개를 전부 외국인으로 채우는 변화를 주도하게 된다. 명분은 선진화된 시각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인사부서에 있었던 박창민의 말이다. “인사발령이 나고 내부에서는 난리가 났었죠! 우리가 부사장 자리가 9개인데 절반이 넘는 5개를 전부 외국인에게 내어 준다고 하니 우리는 뭐냐? 는 한탄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가장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현장 분위기를 담아서 우리 임원이 대표님에게 올리지 않았겠어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당시 남부회장님은 맥킨지 컨설팅에 완전히 필이 꽃혀 있을 때라 씨알도 안 먹히더라고요(^^;)”

그랬다. 박창민의 말처럼 남용 부회장은 맥킨지의 광적인 팬이었다. R&D중심의 LG를 마케팅 LG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조언도 맥킨지에서 나왔다. 특히 그가 CEO로 오면서 데리고 온 맥킨지 출신의 임원들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 전자산업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LG전자는 2009년까지만 해도 잘나가던 회사였다. 2009년 매출 55조에 영업이익 2조를 달성하며 삼성전자에 이어 매출 50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고, 영업이익 3조원 돌파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2010년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매출은 감소하고 영업이익 또한 전년대비 96%나 급락했다. 같은 해, 10월 남용 부회장이 전격 경질되면서 상황은 진정되기 시작했다.

이때가 최악이었다고 LG사람들은 말한다. “기술중심의 LG전자를 마케팅 LG로 바꾸려 했던 게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이었다. 정체성에도 혼란이 일었고, 우리의 DNA도 의심되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최고책임자들이 가장 큰 문제였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당시 LG전자의 R&D 비중은 해년 마다 줄어들었던 반면에 마케팅 비용은 늘어났다. 그리고 당시 채용되었던 5명의 외국인 부사장들로 인한 문제점도 하나 둘씩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구원투수로 나선 구본준 부회장이 외국인 부사장들과의 계약을 모두 해지하고, 다시 기술LG를 표방하면서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2012년 이후 매출이 정상구조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다시, 박창민의 말이다. “구 부회장님은 현장주의자거든요, 당시 ‘카나리아’라고 불리는 사업부별로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참여한 여론수렴커뮤니티가 있었는데, 여기 의견을 그대로 반영하셨던 것 같아요!”

그러나 일부에서는 LG전자 외국인 부사장들의 일괄적 계약해지를 아쉬워하며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올리는 글로벌 기업에게 어울리지 않는 행위”라고 비난하며 남용 부회장을 두둔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글로벌 LG에 어울리는 다양한 시도였다며 아쉬워하는 이들도 많았다. 충분히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당시 LG전자의 몰락을 남용 부회장 개인에게만 몰아가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다만, 자기편에 둘러싸여 한 목소리만 경청한 남용 부회장과 조직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카나리아팀을 적극 활용한 구본준 부회장의 리더십 스타일을 비교해 보고 싶었을 뿐이다. 같은 편의 말만 수용하는 편향적 사고는 결국 조직을 병들게 만드는 원흉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광산의 카나리아’가 일깨워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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