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젊은 주니어 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자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6.06.28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42번째 이야기「젊은 주니어 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자」


조직의 명령은 나이와 직급에 따라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까? 이런 흥미로운 주제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얼마 전, 판교에 있는 어느 벤처기업에서 시행한 ‘금연지시 1년의 기록’이라는 보고서를 보고 나서다.

판교에 있는 A라는 벤처기업에서 300명에 이르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작년부터 금연프로그램을 실시했다고 한다. 금연 실패자에게는 인사상의 불이익과 각종 페널티를 동반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한편, 금연 성공자에게는 금전적인 보너스를 동반한 각종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으로서 경영진의 의지를 담아 반 강제적으로 실시를 하였다고 하는데, 그 결과가 지난 주 발표되었다.

당초의 예상은 이랬다. 흡연의 역사가 긴 세대, 즉 나이가 많고 지위가 올라갈수록 담배를 끊기가 더 어렵고, 직급이 내려가고 나이가 어릴수록 금연 성공률이 높을 것이라고 예측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가 반대로 나왔다. 팀장 이상급은 금연성공 100%, 주니어급 사원들의 경우 금연성공률이 50%밖에 나오지 못한 것이다. 예상을 빗나간 이런 결과를 두고 저녁을 먹던 인사팀장(박팀장)이 갑자기 들고 있던 수저를 내려 놓더니만, 이렇게 말한다. “신대표님,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요?”

나는 A기업의 금연프로젝트와 관련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위의 직급에서의 성공률이 높게 나오고 아래 직급에서의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박팀장과는 반대되는 예측을 했었다. 그렇다면 나와 박팀장의 인식의 차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결론을 말하면, 박팀장은 금연이라는 관점에서 결과를 기대했지만, 나는 조직의 명령이라는 관점에서 결과를 바라본 데서 인식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조직순응적으로 변해간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조직으로부터 부여 받은 권리와 혜택이 하나 둘씩 늘어가면서 내 손에 들어온 혜택을 잃게 되는 리스크는 피하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물론 손실회피심리는 인간의 기본 심리이긴 하지만, 나이와 직급이 올라갈수록 이런 심리는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심리와 맞물려 더욱 강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잃을 것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소신대로 행동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 이제 막 사회에 입문한 신세대는 가진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조직의 지시가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관이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여겨질 때, 반항적인 행동도 주저 없이 발산하는 것이다. 오래 전에 이런 성향을 나타내는 집단적인 행동표출이 있었던 사례가 있는데,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가습기살균제’사건과 관련된 실화이다.

일명 옥시사건이라 불리는 가습기 사건의 중심에 옥시레킷벤키저라는 회사가 있다. 가장 많은 사망자를 만든 회사라는 점을 떠나서, 옥시가 유독 거센 비난을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제품의 유해성을 알고도 판매를 계속한 점과 유해성을 감추기 위해 돈을 주고 연구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점이다. 2012년 1월 중순경, 옥시에서 일하고 있던 선배 한 분을 만난 적이 있다.

“신사장, 회사를 그만 둘까 생각 중이야!”
“아니 갑자기 왜요?”
“갑자기는 아니고, 오래 전부터 고민하고 있었는데……”
“가습기사건 때문인가요? 제품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닌데 좀더 지켜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정확한 건 아니지만, 용역을 준 교수들한테 돈을 주고 연구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소문이 회사 내에 돌고 있어! 제품판매를 중단하자는 의견도 씹히고 있고, 내 양심이 더 이상은 허락 지를 않아!”

선배 말에 의하면, 당시 옥시에 근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꽤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체에 무해하다는 회사의 공식입장 때문에 아무도 이의제기를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동물실험 결과가 발표가 되자, 양심이 있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하나 둘씩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조직은 심하게 흔들렸고, 직원들의 동요 또한 매우 컸다고 한다.

너도나도 사표를 낼 것 같던 분위기 속에서 정작 조직을 떠난 직원은 몇 명 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옥시코리아의 직원 수는 대략 300명 정도였는데, 유해성이 밝혀지고 연구보고서 조작사건이 터진 2012년 회사를 떠난 직원 수는 대략 20여명 정도로 생각보다 적었다고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퇴사자의 대부분이 젊은 주니어 사원들이었다는 점이다. 역시나 여기서도 젊은 주니어 층에서 집단적 행동발현을 일으켰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우리는 여기서 조직이 내리는 명령에 대하여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직이 내리는 명령이 본인의 양심에 위배되는 무리한 명령일 경우 보통의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이런 문제를 가지고 사람들의 심리변화를 연구한 실험이 있다. 아주 오래 전의 실험이긴 하지만, 1961년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스탠리 밀그램 교수(Stanley Milgram)가 행한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이다(자세한 내용은 위키피디아 참조).

실험참가자들에게 전기고문을 시키는 실험이었는데, 전혀 따를 것 같지 않았던 지시에 대하여 참가자들의 65%가 명령대로 전기쇼크를 가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시에는 없었던 최고출력의 전기까지 올린 참가자들도 다수 있었다고 하니 보통사람들에게 있어 조직의 명령은 거부하기 힘든 큰 권위를 가지고 있음이 확실히 밝혀졌다.

여기서도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은 나이가 많을수록 아무런 의심 없이 조직의 명령을 따르는 경향을 보였고, 나이가 젊을수록 주저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물론, 전기고문을 거부한 35%의 반항아 들의 대부분은 젊은 층이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돌려서 A기업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A기업도 마찬가지다. 나이든 고참 사원들일수록 조직의 지시에 순응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젊은 주니어 사원들일수록 조직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금연지시가 부당한 지시에 들어가는 문제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포인트는 ‘1. 조직의 명령에 대해서 나이와 직급이 높을수록 따르는 경향을 보였으나, 2. 나이와 직급이 낮을수록 본인의 소신대로 움직이는 멤버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생각의 포인트를 ‘금연’이라는 관점보다는 ‘조직의 명령’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금연이라는 조직의 명령을 내리기 전에 필요한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루어졌느냐의 문제를 거론하고 싶다. 거의 모든 기업이 사내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범하는 오류 중에 하나가 “간부사원의 의견”만으로 정책결정을 내리고 만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진의 주변에 포진해 있는 간부사원들은 CEO의 지시에 ‘노’라는 말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권력자의 의도에 반기를 들 경우 잃을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젊은 주니어 층을 사내 의견수렴에 적극적으로 관여시키는 것도 인사의 합리성을 높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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