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자존심은 냉장고에 두고 출근하는 거야!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6.07.25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46번째 이야기 「자존심은 냉장고에 두고 출근하는 거야!」


나는 HR업계에서는 꽤 인지도 있는 회사의 사장이다. 그것도 그냥 사장이 아니라 매출 10조원을 자랑하는 일본의 거대기업 리쿠르트그룹의 한국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책임자이다. 이렇게만 말하면, 정말 폼나는 타이틀이고 멋있어 보이는 직함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나는 그런 폼나는 직위를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없거니와 그런 대우를 받을 환경도 갖춰져 있지 않다.

왜냐하면, 본사로부터는 실적압박에 시달려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끊임없는 수주경쟁에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사에 들어가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들으며 품격 있는 제스처와 존경스런 미소를 받는 역할은 현장의 직원들에게 맡긴 채, 나는 오늘도 새로운 고객사를 발굴하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며 아쉬운 소리를 해야만 하는 하루를 보낸다.

가끔은 나도 누구처럼 재벌가와 연결되어 수주걱정 없이 편안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고(실제로 광고업에 있는 친구들은 편안하게 현대자동차 광고를 수주하는 이노션을 제일 부러워한다), 왜 나는 이렇게 인맥이 약할까? 하는 알 수 없는 무력감에 풀이 죽어 의욕이 다운될 때도 있지만, 보통의 경우는 ‘사장은 최고의 영업사원이다!’라는 슬로건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외부활동을 할 때가 많다.

간부들의 리더십개발이나 자사에 맞는 인사제도를 구축하는 등의 HR컨설팅의 영역은 사실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Must-have 아이템은 아니다. 일단은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고민하는 부수적 이슈에 들어가다 보니 기업들이 나서서 우리를 찾아오는 경우보다는 우리가 먼저 고객들을 발굴하고 제안을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끊임없는 고객발굴이 내가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이런 저런 모임에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참석하는 이유도 사실 100% 영업목적은 아니지만, 전혀 영업하고는 상관없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모임이 있는 날이면, 두툼한 명함통을 들고 나가서 처음 보는 사람들을 상대로 열심히 명함을 돌린다. 지금 당장 뭔가를 바래서라기 보다는 꾸준히 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필요한 날이 오겠거니 하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이런 공식적인 만남에서의 인연은 비즈니스로 이어질 확률이 거의 없다.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참석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외부의 공식적인 자리에서 알게 된 사람과 비즈니스로 엮이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요즘은 현장의 담당자가 필요한 것을 조사하고 결정하는 ‘실무담당자 의사존중 프로세스’가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igh Level 모임에 얼굴을 내밀고 명함을 돌리는 이유는, 혹시나 여기 있는 사람들이 속해 있는 회사 중에 누군가가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있을 지도 모른다는 전제하에, 혹시나 그런 일이 있을 경우, 실무자 선에서 있을지 모르는 공개경쟁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이다.

문제점 파악이나 지향하는 바를 고민하는데 있어서 잠재고객의 내부에 있는 경영진의 의견은 제안서를 꾸미는 데 있어서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비단 거기까지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경영진을 통해서 우리회사의 이름이 실무까지 내려갈 수만 있다면 HR영역에 있어서의 브랜드 확산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CEO들이 모이는 모임은 매우 가치 있는 영업활동의 훌륭한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 빈도수는 극히 적지만 효과성이 가장 높은 영업은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통한 영업이다. 이 경우는 수 없이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나눈 사적인 정분이나 이해관계가 떠난, 서로의 상호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안건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수주로 이어갈 수 있어서 성공률이 매우 높은 편에 들어간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믿는 만큼 실망도 크다는 말처럼 혹시나 믿었던 사람이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해 주지 못할 경우에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낼 수도 있다는 치명적 단점도 안고 있다. 글의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영업을 메인으로 하는 컨설팅 회사의 사장으로서 나 또한 이런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사건들을 어쩌다 한번씩 경험하게 되는 데, 바로 엊그제 있었던 아래와 같은 경우도 여기에 들어간다. 친구가 R&D파트의 상무로 있는 어느 중견 IT업체와 관련된 일이다.

“임상무, 잘 있지? 한가지 부탁이 있어서 전화했는데……”
“어, 신사장 어쩐 일이야? 내일모레 모임에서 볼 텐데,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겼어?”
“다름이 아니라, 너희 회사 기획팀에 직원들 3개년 교육제안서가 들어갔는데, 혹시 어떤 방향으로 진행이 되어가고 있나 한 번 알아봐 주었으면 해서~ 아직 고민 중이라면 네가 도와주면 더욱 고맙겠고~~~”
“그런 일이라면 그냥 안 들은 걸로 할게~ 내 일이 아닌 거에 신경쓰기도 싫고, 무엇보다 다른 부서 하는 일에 끼어드는 건 더 하고 싶지 않다.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 이만 끊을게!”
“아, 그래 ^^;”

전화를 안 하느니만 못한 꼴이 되어 버렸다. 나름대로는 속내를 그대로 말해도 무방한 친구라고 생각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그 친구 말이 틀린 말은 아닌데 서운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상처 난 자존심이 쉽게 회복될 것 같지는 않았다. 영업 쪽에 있는 선배들 말이 생각이 났다. “영업하는 사람들은 출근할 때 자존심을 냉장고에 넣고 오는 거야!”라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감정에(솔직히 더러운) 휩싸인 채 수화기를 쳐다보고 있는데, 후배 재훈이의 이름이 핸드폰에 뜬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잘 나가는 친구에게 퇴직연금을 부탁했다가 거절을 당하고 자존심이 상해서 한 참을 방황하던 후배 재훈의 이야기는 이미 지난 번 칼럼(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에서 소개하였지만, 그 이야기가 이제는 나의 이야기가 되어 버린 상황이다.

그때 재훈을 위로하며 되뇌었던 주술로서 마음을 다스려 보고자 한다.
“모두에게 있어 인생은 공평하다고 믿고 싶다. 인생이란, 항상 오르막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내리막만 있는 것도 아니기에, 지금 이 순간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가 도움을 바라는 손을 내밀었을 때 잡은 손은, 훗날 내가 어려움에 처할 때 내민 나의 손을 잡아주는 바로 그 손일 것이기 때문이다.”


* 신경수의 지난 칼럼보기
-145번째 이야기 :「보이지 않는 손으로 여기까지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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