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주홍글씨 2편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6.10.10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53번째 이야기 「주홍글씨 2편」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연합뉴스에서 올라 온 재미난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청해진 해운 직원들의 구직난’이라는 제목의 기사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연히 방문하게 된 인천 연안여객터미널 청해진 해운의 사무실, 지금은 경쟁사인 JH페리가 쓰고 있다. 우연히 만나게 된 前청해진 해운의 김모 부장에게 지금 직원들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를 물어 보았다. 모두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여기저기 떠돌아 다닌다는 한숨 섞인 답변만 돌아왔다.”

사고 당시 청해진 해운의 직원은 총 150명 정도로 그 중에서 세월호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사람은 20~30명 정도였다고 한다. 청해진 해운에서 하는 일이 세월호와 관련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세월호와 관련이 있든 없든 간에 청해진 해운에서 근무했다는 경력은 죽을 때까지 그들을 따라 다니는 족쇄가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저지른 죄가 아닐지라 해도 청해진 해운에서 근무했다는 경력 그 자체가 죽을 때까지 주홍글씨가 되어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에 응한 김모 부장의 마지막 멘트가 인상적이다. “이력서에 기재된 청해진 해운이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면접관의 눈빛이 확 바뀌어 버립니다. 더 이상 질문도 없어요. 빨리 여기서 나가 달라는 눈빛이에요.” 정말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친 김에 회사의 이미지가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서 좀더 알아 보기로 했다. 마침 저녁 모임이 채용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기에 타이밍이 좋았다.

“혹시 들어온 이력서에 기재된 내용 중에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회사(예를 들면, 옥시같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해도 사람만 훌륭하다면 주저 없이 채용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더니, 참석한 23명 중에서 3명만이 손을 들어 주었다. 이상하다는 주위의 반응을 의식한 듯, 3명 중에 1명이 이렇게 대답을 한다. “회사가 잘못한 것을 가지고 직원이 피해를 받는 것은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그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반응했다. “물론 직원 개개인은 잘못이 없겠지요. 하지만 채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런 부도덕한 집단에서 일한 전력이 있는 사람이 우리 회사에 들어왔을 때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창피함이나 밖에서 우리를 어떻게 볼까? 하는 염려 같은 여러 가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사람들은 직원이름보다는 그 직원이 일했던 직장의 이름을 먼저 떠올리잖아요. 그러느니 차라리 채용을 안하고 만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몹쓸 기업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기업에 있었다는 사실이 업보처럼 나를 따라다니며 내 인생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면, 그 반대로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기업에서 일했다는 경력은 과연 얼마만큼 내 미래에 도움이 되고 얼마만큼의 보상이 따르는 것일까?

네이버에 ‘한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해 보았다. 조사를 주관하는 기업에 따라 전혀 말도 안 되는 엉뚱한 회사가 존경 받는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해서 별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그 나마 다년간의 연구조사를 통하여 나름대로 공신력이 있어 보이는 능률협회인덱스를 참고로 한국인에게 가장 신뢰받는 기업은 어디인지를 살펴보았더니 다음과 같은 순위가 발견이 되었다.

2012년도 삼성전자-포스코-유한킴벌리, 2013년도 삼성전자-포스코-현대자동차, 2014년도 삼성전자-포스코-유한킴벌리, 2015년도 삼성전자-현대자동차-유한킴벌리, 2016년도 삼성전자-유한양행-유한킴벌리의(1위~3위의 순서)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 삼성전자와 유한킴벌리인데, 이 두 회사의 이름은 한국대학신문이 전국의 대학생들을 상대로 조사한 ‘가장 존경하는 기업’에서 3년 연속 1, 2위에 오른 기업이기도 하다.

여기서 눈에 띄는 회사는 당연 유한킴벌리였다. 삼성전자는 규모로 보나 실적으로 보나 당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벌어들이는 수입만큼이나 사회공헌을 위해 투자하는 금액도 만만치 않거니와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홍보활동도 상상을 초월하는 기업이지만,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1/100밖에 안 되는 유한킴벌리가 LG, 현대와 같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을 제치고 삼성과 같은 반열에서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유한킴벌리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짚고 넘어갈 포인트가 하나 있는데, 존경하는 기업의 선정기준에는 기본적으로 실적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0년간 각 산업별 Top10에 선정된 기업의 변천사를 보면은 대개가 전년도 해당 기업의 실적에 따라 순위의 변동이 생긴다는 사실이 파악이 되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아무리 사회친화적인 기업이라 하더라도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기업은 존경의 대상에서 멀어 질 수 밖에 없다는 말인데, 이는 아마도 사회적 존경심도 지속성장이 가능해야지 나올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암튼, 이야기의 주제를 다시 유한킴벌리로 돌려 보도록 하겠다. 유한킴벌리는 유한양행 30%, 미국의 킴벌리클락 70%의 지분구조로 된 외국계기업이다. 지분구조로 보면 킴벌리가 대주주이긴 하지만 유한킴벌리에 흐르는 기업철학은 사실 유한양행 쪽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유한킴벌리의 성장을 주도한 문국현 前대표의 자서전을 보면, 유한양행의 창업주인 故유일한 박사의 정신이 바탕이 되어 유한킴벌리가 설립이 되었고 본인도 그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지난 10년간 조직을 이끌었다고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목적은 사회공헌에 있다’라는 故유일한 박사의 창업이념에 더하여 킴벌리가 가지고 있는 서구식 합리주의 경영시스템이 내부에 정착이 되면서 균형감각을 갖춘 지속성장이 가능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무튼 오래 전에 이곳에서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을 하셨던 이은욱 부사장이 2011년 피죤이라는 회사의 대표이사로 발탁이 되어 옮겨갈 때도 피죤의 내부 직원들이 그렇게 반겨 했다는 후일담을 들었을 때(오너와의 갈등은 별개로 하고), 기업이미지가 주는 후광효과도 절대 무시 못할 무형의 무기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다.

우리는 어느 모임에 가든 처음 만나게 되는 자리에서는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도록 요청을 받는다. 고향이나 출신학교는 생략하는 경우가 많지만 현재 어느 회사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생략하여 말하는 경우는 없다. 얼마 전, 새로 결성된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전 모임에서 알게 된 어느 중견그룹의 모 임원이 자기소개를 하는데, 예전에는 당당하게 “A그룹의 마케팅총괄 임원입니다”라고 말하던 멘트가 그 날은 “A에 오기 전에 오랫동안 B에서 회원사업을 총괄했습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이유가 있었다. A기업의 오너가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하여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 돈을 모두 해외 원정도박에 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한창 잘 나가던 회사의 사장과 관련된 일이라 언론에서도 많이 다루고 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큰 대형사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A기업에 근무하고 있다는 말보다는 그 전에 B기업에 있었다는 말이 더 자연스럽게 나올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본인이 저지른 범죄도 아닌데 마치 자기가 죄인인 것처럼 기가 죽어있는 모습이 보기에 안타까웠다.

사람도 그렇지만 특히 기업은 매출보다 정직, 사회적 통념, 윤리 앞에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워낙 스피드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살다 보니 이런 보편적인 가치관들이 답답하게 들리겠지만 더디게 가더라도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우선시 되는 기업문화가 정립이 되었으면 좋겠다. 회사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그 회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밖에 나가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 창피함을 느낀다면 과연 그것이 기업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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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번째 이야기 :「주홍글씨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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