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상사에게 O.K를 쉽게 받는 사람들의 특징
등록인 관리자 등록일 2018.05.23
아인스파트너
209번째 이야기
「 상사에게 O.K를 쉽게 받는 사람들의 특징 」

조직의 정점에서 보고를 받는 위치에 있다 보면, 보고하러 들어온 부하직원이 누구냐에 따라 10분 만에 끝날 보고가 1시간을 끄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1시간을 예상한 보고가 단 10분 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안건이나 사안이 갖는 경중에 따른 차이도 시간의 길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겠지만, 그 보다는 보고하러 들어 온 사람이 누구냐에 따른 개별적 성향이 보고시간의 길이에 더 큰 영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보고사안의 경중은 보고나 결재를 받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 파악이 된 사항이기 때문에 보고시간의 결정에 이미 반영이 되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전에 1시간의 미팅 시간을 갖기로 약속을 했다는 것은 그 정도의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해야 할 가치가 있는 주요사안이라는 증거이며, 반대로 10분 정도의 미팅시간을 갖기로 했다는 것은 내용의 경중이 미미하여 간단한 스탠드미팅으로도 충분히 끝날 가능성이 높은 소소한 안건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안건의 중요도가 미리 미팅시간에 반영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미 예정된 시간에 변동이 생긴다는 것은 미팅 안건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보고하는 사람이 미치는 개인별 특성에 의해, 예상치 않은 변수가 작용하여 시간의 변동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오래 전에 직장생활을 할 당시 내가 직접 체험한 직접경험을 통해 비추어 봐도 나름대로 나의 논리에 일리가 있음을 스스로 확신해 본다. 사람이 100인 100색이라고 정말 똑 같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지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면 금방 수긍이 가는 '만고불변의 법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만고불변의 법칙을 나는 아주 오래 전에 이미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확실히 머릿속에 담아두게 된 것이다. 짧은 기간 잠깐 근무하게 된 어느 중견기업의 현장경험은 부서장과 부서원 사이의 궁합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우치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의 장이 되었는데 당시의 상황을 소개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우리 부서에는 대략 7명 정도의 팀원들이 부장급 실장을 모시고 일을 했었는데, 나를 제외한 6명이 각자 성격이나 일을 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실장과 주고받는 대화의 분위기에 큰 차이가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간이 지나다 보니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 흐르는 묘한 궁합('상사와 부하직원의 성격적합도'라 표현해도 좋겠다)같은 것을 느끼게 만드는 상황이 꽤 많이 연출이 되었는데 중간에 어중간하게 낀 멤버들은 별로 생각이 나지 않지만, 극과 극을 달렸던 A대리와 B과장은 지금 생각해도 꽤나 임팩트있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우선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인물은 A대리이다. 부서장인 강인덕(가명) 실장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심복중의 심복, 소위 말해 최측근으로 통하는 친구였다. 사는 곳도 실장이 거주하는 곳과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어떤 때는 실장이 모는 승용차의 조수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운전하는 실장을 대신해서 부서 직원들에게 전화로 지시를 내리는 경우도 많았다. "실장님이 오늘까지 보고서 제출하라고 지시를 했다는데 작업은 다 끝난 거야?"라고 실장 대신에 전화를 걸어 작업의 진척여부를 묻는 경우도 드물지는 않았다. 부서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다른 어떤 멤버들보다도 이 친구가 제일 중요한 핵심멤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하나는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고 하나는 정식업무 이외의 비공식적 모임 때문이었다.

나를 포함하여 다른 멤버들도 실장에게 보고할 내용이 항상 100% 합격점을 받을 만한 수준의 자신만만한 내용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위에서 바라는 내용이 내가 의도한 것과는 다르게 나와서 어떻게 보고서를 작성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도 많았고 때로는 자료분석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여 내용이 부실한 경우도 적지가 않았다. 이런 때는 꼼꼼하고 불 같은 성격의 실장에게 여지없이 지적을 당할 확률이 거의 100%였는데, 바로 이런 상황에서 A대리를 활용하면 아무 문제없이 조용히 넘어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A대리는 실장에게 어떤 식으로 의견을 피력하면 아무 문제없이 넘어가는 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장과 개인적으로 가깝다는 이점도 있었지만 구사하는 언어나 전달방식에 있어서도 상당히 센스있고 눈치도 빠른 친구였다. 비공식적인 모임의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말이 좋아 '비공식적인 모임'이지 솔직히 말하면 저녁회식이나 주말에 있는 등산을 지칭하는 건데, 이런 모임들은 대개가 윗사람이 선호하는 요일이나 장소로 결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공감할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A대리를 활용하면 우리의 기억 속에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겨준 장소는 충분히 배제할 수도 있었고, 심지어는 우리가 원하는 요일이나 장소로 결정이 나게 할 수도 있었다. 그 정도로 A대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멤버중의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업무처리 능력도 중간 이상이었다. 그 정도는 되야 실장 눈에 들었을 테니까.

두 번째 인물은 반대로 사사건건 실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B과장이라는 사람이다. 그의 성격은 굉장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었는데 바로 이런 점이 실장의 심기를 거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B과장이 실장과 동시에 미팅을 들어오는 날이면 원래 1시간으로 예정된 회의시간이 2시간을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가 않았는데 이유는 주로 B과장 때문에 발생했다. 자기주장을 무척이나 논리 정연하게 전달하는 스타일인데 가끔은 듣는 사람의 심기를 상당히 건드리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많았다. 보고를 받는 사람의 기분이나 상황은 전혀 고려치 않고 제로베이스에서 있는 그대로 자신이 조사하고 작성한 내용을 말하기 때문에 그 내용이 실장이 원했던 내용과 배치되는 경우에는 큰 논쟁으로 번지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면, 실장이 항상 내뱉는 말이 있었다. "저ⅹⅹ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닌데, 정말 싸가지 없게 말을 한단 말이야!" 사실이 그랬다. 모두가 공감하는 실장의 멘트였다. 하는 말마다 사실에 기반하여 정말 그럴듯한 논거가 뒷받침이 된 합리적 의견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왠지 모르게 듣는 사람의 기분을 살짝 건드리는 주장이 많았다. 지금은 작가로 전향하였지만, 한 때는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이라는 말을 들었던 유시민 작가가 정계입문 초기에 故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평이 이런 것이었다고 한다. "맞는 말인데 참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가 있단 말이야!"라는 말은 한 때 세간에 회자되던 유명한 유행어이기도 한데, B과장이 딱 그런 스타일이었다.

갑자기 옛날 이야기를 들어가며 상사와 부하직원의 궁합에 대해 장황하게 글을 써 본 이유가 있는데, 얼마 전에 읽은 <이슈셀링>이라는 연구논문 때문이다. 수전 J. 에시퍼드(Susan J. Ashford)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 조직학과 교수와 제임스 디터트(James Detert)  코넬대 존슨경영대학원 조직학과 교수가 공동으로 저술한 이 <이슈셀링>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조직 내에는 상사에게 쉽게 O.K를 받아내는 직원과 항상 상사의 화를 돋구는 직원이 동시에 공존한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상사에게 편안한 심리적 안도감을 안겨주어 결국에는 본인이 의도한 데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게 끔 유도하는 직원들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고 하는데, 바로 다음의 질문들에 대해 항상 자문자답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제시한 <이슈셀링>의 7단계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출처: HBR 2015년 1월호)

의견 다듬기
내가 설득할 대상은 이 문제에 관해 어떤 입장인가?
내가 설득할 대상이 가장 믿을 만하고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슈를 틀에 맞춰 표현하기
내가 제기할 이슈를 조직의 우선사항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
내 주장의 장점을 어떻게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을까?
다른 주목 받는 이슈들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
조직에 찾아온 기회를 어떻게 강조할 수 있을까?

양측의 감정 조절하기
부정적인 반응이 아니라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내 감정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내가 설득할 대상의 정서적 반응을 어떻게 잘 다룰 수 있을까?

적절한 타이밍 선택
의견을 밝히기에 가장 좋은 때는 언제일까? 예를 들면 트렌드의 ‘흐름 타기’나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까?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슈를 부각시킬 적절한 순간은 언제일까?

다른 사람 도움 받기
내가 가진 인맥 중 어떤 사람들이 이슈를 알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그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태도가 애매한 사람은 누구이며 이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까?

규범 따르기
이슈를 알릴 때 고위경영진을 상대로 한 프레젠테이션처럼 격식을 갖춘 공식적인 방법을 써야 하는가? 아니면 격의 없이 사적이고 편안한 일대일 대화 방식을 써야 할까? 혹은 두 가지 방식을 결합해야 할까?

해결책 제안
실행 가능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문제점만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찾을 방법을 제안하고 있는가?

나 또한 마찬가지다. 보고와 결재 때문에 내 방에 들어오는 직원들 중에는 위에서 언급한 A대리나 B과장의 스타일도 있고, 여기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교과서처럼 행동하는 무색무취의 스타일로 행동하는 직원들도 있다. A대리 스타일을 가진 친구는 여기서 말하고 있는 이슈셀링이 잘 훈련되어 있는 탓으로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도 서로 간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현명한 판단이 내려지게 끔 나를 동기부여 시키는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B과장과 같은 스타일의 친구는 보고를 받으면서 이상하게 거북한 느낌이 들 때가 많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그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의 의견대로 진행이 되기는 하나, 별로 내키지는 않는 것이 본심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실장과 코드가 가장 잘 맞았던 B대리가 여기서 언급한 이슈셀링에 제일 능숙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말하는 코드가 잘 맞았다는 표현은 이슈셀링을 상당히 잘 하였다는 뜻이지, 상사의 기분에 맞추어 영혼 없이 행동했다는 뜻은 아니니 절대 오해 없기를 바란다. 위에 나열된 이슈셀링의 질문들을 읽어보면서 나는 과연 얼마나 상사의 지지를 이끌어 내게 끔 보고를 하고 있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 신경수의 지난 칼럼보기
208번째 이야기 : 「 혁신적 사고는 無에서 有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

(주)아인스파트너 대표이사 신 경 수
Address: (135-090)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로95길 15 천해빌딩 3F
T: +82-2-523-3592 / H: +82-10-8914-3592
Direct: 070-7600-1901 / F: +82-2-588-8057
◆ ksshin@ains.co.kr / www.ains.co.kr
대표이사 신경수 사진